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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n 06. 2023

진짜 사랑 운명적인 사랑

영화 《닥터 지바고》

내 인생 영화 1번지 《닥터 지바고》 3시간짜리를 다시 보았다. 1965년 개봉작이다. 나는 이 영화를 세 번째 보는 것인데 어째서 막 떠나려고 하는 기차에 뛰어가서 올라타는 지바고의 모습만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기차 안에는 여인이 타고 있다. 라라이다. 지바고의 진짜 사랑 운명의 여인이다. 직 둘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데 라라는 17살에  어머니의 정부 코마로스키에게 정조를 빼앗긴다. 어쩌면 그때부터 라라는 불행한 삶을 시작했 지도 모른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라라는 강인하다. 라는 크리스마스 무도회에서 코마로스키쏘아  총상을 입힌다. 그때 지바고는 라라에게 깊은 인상을 받는다.


라라에게는 혁명가 연인 파샤가 있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더 이상 진전이 없다. 남자는 이념에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에 8살 유리 지바고는 어머니가 죽고 로메코 집안에 양자로 간다. 의사가 되어 그 집 딸 토냐와 결혼을 하고 딸을 낳는다. 지바고는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중에 전쟁(1차 세계대전)이 터져 군의관으로 징집된다. 전쟁터에서 지바고는 종군간호사로 지원한 라라를 다시 만난다.


토냐도 라라도 지바고에게는 자기 이외에 다른 여인이 있는 것을 안다. 그데 둘 사이에는 어떤 질투도 없다. 지바고에게도 갈등이 별로 없다. 지바고의 사랑도 두 여인의 사랑도 순전하다. 전쟁 중 이루어지는 사랑을, 그것도 삼각관계를 어떻게 이렇게 순백으로 그릴 수 있을까?


전쟁이 끝나고 도서관에서 지바고는 우연히 라라를 다시 만난다. 둘의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주제 음악과 함께 흐르는 하얀 눈이 내린 러시아 시골 풍경은 너무나 눈이 부셔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사실 나는 《닥터 지바고》라는 소설을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했다. 시도는 했는데 너무 길어서 읽다가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 3시간짜리 영화를 보고 나니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시대적인 배경과 인물관계도 같은 부분이 궁금하다. 물론 사랑의 순간에 느끼는 감정적인 부분도 어떻게 세밀하게 묘사했을까 찾아보고 싶어 진다.


나는 어린 시절에 벽장 구석에서 아버지 어머니가 읽으셨던 연애소설(한지에 실로 묶은 ) 몇 권을 발견하고는 여러 번 읽었던 이 난다. 책 제목도 어떤 내용인지도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두 연인이 눈이 내리는 곳을 기차를 타고 가다가 간이역에 내려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선명하다.


깡시골이어서 책이라고는 교과서가 전부인 내게 처음 만난 소설인 셈이다. 느낌이 너무 강열해서 나는 그때부터 기차를 좋아했고(우리 고향에는 가까운 곳에 기차역도 없었지만), 기차를 생각하면 낭만적인 사랑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닥터 지바고》를 보면서 역시나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이 오버랩된다. 언젠가 나도 꼭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생각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운명적인 사랑이란 있는 것일까?사랑에 진짜 사랑, 가짜 사랑이 있까?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일까?


지금으로서는 아래도 그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운명이 바뀐다면 그것이 운명적인 사랑이고 진짜 사랑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기차여행을 하면서 다른 대답을 얻을 수도 있겠다. 그 대답이 어떤 것이 될지 궁금하다.

영화 《닥터 지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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