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서 인내를 배운다

제84좌~제87좌 용화산+오봉산, 팔공산

by 서순오

제84좌~85좌 나무에게서 인내를 배운다 : 춘천 용화산+오봉산 1일2산(2022.4.30. 토)


춘천 용화산+오봉산 1일2산 산행을 한다. 두 산 다 연계해서 찍으려면 약 17km, 8시간이 주어진다. 따로따로 찍으면 약 10km, 5시간이 주어진다. 나는 연계해서 다 찍을까 어쩔까 생각 중이다. 하지만 희망봉 대장님 리딩하시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자상하게 꼼꼼하게 리딩해주시니까 언제나 함산할 때는 안심해도 된다.


100대 명산 목표를 세워서 찍고는 있지만 어서 속히 다 찍고 자유로워지고 싶다. 산이 뭐 꼭 100대 명산이라고 더 좋은 산은 아닌 것이다. 물론 이름 있는 산은 그렇지 않은 산보다 무언가 더 나은 점이 있을 것이다. 풍경이 좋다거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거나 역사가 있다거나 등등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사람이 좀 많이 안 찾는 고즈넉한 산이 좋다. 그래서 100명산 다 찍고 나면 그런 산을 찾아서 유유자적 산행하고 싶다.


춘천 용화산+오봉산은 암릉과 조망이 정말 멋진 산이다. 춘천 소양호도 춘천 시내도 한눈에 들어온다.


용화산+오봉산은 100대 명산이기도 하지만 강원 20대 명산이기도 하다. 용화산 정상에서 인증숏 찍고 오봉산을 연계하기 위해서 좀 긴 코스를 탄다. 용화산만 거의 약 9km 정도 된다. 길은 암릉길도 있고 편안한 능선길도 있다.


날씨가 약간 흐려서 덥지 않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서 산행하기가 너무 좋다.


용화산에서 100대 명산 84좌 인증을 한다. 어느 새라는 말이 딱이다. 하나하나 찍다 보니까 벌써 이만큼 온 것이다. '느리게 천천히 꾸준히' 걷다 보니까 말이다.


대장님이 나보고 '이제는 산행 베테랑'이라고 하시지만 여전히 느려서 맨 꼴찌다.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은 아니고 끝까지 가니까 그런 점에서는 베테랑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여유 있게 한발 한발 천천히 걸으니까 산행 후유증이 없는 것이다. 무릎도 발목도 어깨도 어디 한 군데 아픈 곳이 없다. 그래서 감사하다.


친구들과 함께 온 여산우님 5명과 리딩 대장님과 재미나게 산행을 한다. 점심도 함께 먹고 사진도 함께 찍는다. 즐거운 산행이다.


혼자일 때는 혼자인 대로, 함께이면 함께인 대로, 산행은 언제나 그만의 의미가 있다.


고운 진달래꽃에서 암릉에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운 산행을 한다. 여산우님들과도 함께 기념샷을 남긴다. 산행에서 만나 자주 함께했던 여산우님들이라 더욱 반갑다. 2개 산 연계 산행이라 비교적 긴 코스지만 여럿이 함께 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는다.


용화산을 타고 내려와 배후령에 도착하니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오봉산은 오르지 않고 용화산만 탄 이들을 태울 예정이다.


배후령에는 3.8선 돌비가 있다. 여기가 남과 북을 가르는 지점인 모양이다. 어서 빨리 통일이 되어 3.8선을 넘어 북한에 있는 명산들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이 오면 제일 먼저 금강산을 가보야겠다.


배후령에서 오봉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초반부터 힘들다. 그런데 조금 오르니까 암릉미가 있는 길에 소양호 조망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이리저리 휘어진 소나무들과 암릉의 조화도 멋들어진다.


오봉산은 봉우리가 5개다. 1봉부터 3봉까지는 오르락내리락 암릉을 타면서 재미나게 오른다. 제4봉은 걷는 길을 비껴 나 있는 모양인데, 제5봉이 100대 명산 인증하는 정상석이다.


트랭글이 중간에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할 때, 아무래도 그 근처 어디였던 것 같은데 그냥 지나쳤다. 산우님들이 뭐라고 뭐라고 하면서 온다.

"제4봉 안내 이정표라도 하나 붙여놓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나?"

그렇지만 별로 아쉬움은 없다. 암릉길이 워낙 풍경이 좋으니까 말이다.


춘천 오봉산에서 100대 명산 85좌 인증을 한다. 오봉산은 암릉과 소나무와 소양호 조망이 참 멋진 산이다. 여산우님 한 명, 커플 한 쌍이 용화산만 오르고 오봉산을 안 올랐는데, 나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두 산을 연계해서 다 탔는데 참 잘했다. 리딩 대장님이 그러시는데 가을 단풍 들 때도 풍경이 그만인 산이란다. 또 와야겠다.


하산길도 조금 쉬운 길도 있지만 암릉이 꽤 있다. 소나무와 풍경은 그만이다. 예술적인 모양의 고사목이 소양호를 바라보며 서있다.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하며 저 자리에 한결같이 서있을까?


나무에게서 인내를 배운다. 몸이 마르고 껍질이 벗겨지며 비틀리면서도 제게 주어진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는 나무! 저 너머 그윽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만족을 할런지도 모른다.


나무는 얼마나 오래 살까? 기기묘묘한 나무들을 보면서 궁금증이 인다.


우리네 인생은 대체로 70~80세이고, 요즘은 100세 시대라 길면 120세까지는 살 수가 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살면 기력이 쇠한 채로 아픈 채로 살 수도 있다.


나무도 그럴지 모른다. 구멍이 뚫리고 가지가 아무렇게나 휘어지고 몸통도 구부러지고 엉키고 바닥에 드러눕고 온갖 몸무림을 치면서 굿굿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사목인 채로 나무는 수천 수만 년을 서 있기도 한다.

나무는 서 있는 그 자리에서 겨울을 나야 한다. 매년 그 일을 반복해야 한다. 비와 눈바람 추위와 싸워야 한다. 나무의 싸움이라는 게 별 게 있겠는가? 그저 서있는 것이다. 그게 나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바로 인내로 겨울을 이기고 새봄을 맞는 것이다. 봄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초록물을 올리고 새순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이다.


한참 가다보니 홈통바위 사이로 내려가야 한다. 배낭을 멘 채로 통과하려면 무릎을 구부리고 자세를 한 껏 낮춰야 한다. 그야말로 좁은 문이다. 홈통바위 아래는 철 발판도 만들어져 있는데, 조심조심 밟으며 내려온다.


하산길에 오후 5시 정도부터 빗방울이 살짝 듣기 시작한다. 청평사주차장(급경사)과 청평사(완경사) 쪽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쯤에서부터다. 비옷을 꺼내 입고 조심조심 내려온다. 다행히 비가 옷이 젖을 만큼 많은 양은 아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니 나무의 초록이 더욱 짙푸르다. 상큼하다.


청평사로 내려오는 길에 하얀 꽃들이 제법 많이 피어있다. 나무가 큰데 하얀 꽃을 달고 있는 게 보인다. 무슨 나무인가 했는데 검색해보니 말발도리란다. 청평사 근처에는 황매화와 철쭉, 함박꽃나무가 예쁘다.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계곡길을 따라 내려간다. 계곡물이 흐르는데 내려가지 말라는 표시가 군데군데 쓰여 있다. 곧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폭포가 나온다. 폭포에서 연출사진을 찍는다.


소양강 호수로 배를 타러 가는 곳이 있는데 쳐다만 보고 주차장 쪽으로 간다. 빨간색 출렁다리가 있다. 흔들흔들 재미나다. 바로 옆에 도로가 있는데 출렁다리가 붙어 있는 걸 보니 소양강 배 타러 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일부러 만들어놓은 것 같다.


청평사 주차장에 오후 5시 20분 도착했다. 오늘 산행은 큰재~용화산~고탄령~배후령~오봉산(1봉~2봉~3봉~5봉)~청평사로 총 18km, 7시간 20분 소요되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포함해서다. 용화산+오봉산 1일2산 연계 산행이지만 굉장히 여유로운 산행이었다.



제86좌 귀한 꽃들과의 만남 : 대구 팔공산(2022.5.7. 토)


요즘 철쭉이 한창인데 철쭉은 황매산과 바래봉과 소백산이 유명하다. 그곳들은 예전에 다 다녀왔고, 100대 명산 중 아직 안 가본 산을 가야 해서 대구 팔공산을 간다.


팔공산은 수태골 계곡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오늘 대구 날씨가 최고 26도까지 올라가는 걸로 예보가 되어서 옷은 완전 여름옷 반팔을 입었다. 그래도 산행을 하면 땀 깨나 흘리겠다. 그렇지만 중부 이북 지역은 오전에 비 소식도 있어서 산행길이 젖어있을 수도 있어서 피하고, 나는 맑은 날씨인 대구로 가는 것이다.


사실 나는 더위는 꽤나 잘 견딘다. 아니 좋아한다고 해야 하나 싶다. 흠뻑 땀 흘리는 걸 즐기니까 말이다.


암튼 팔공산은 조금 쉬운 코스로 비로봉 찍고 내려올 예정이다.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살짝 놀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오전 11시 20분 수태골 주차장에서 팔공산 산행을 시작한다. 오후 4시 30분까지 동화사 삼거리 정류장까지 내려오면 된다. 약 9km, 5시간 10분이 주어졌다. 산행 코스는 수태골~비로봉~동봉~염불봉~동화사로 시간은 비교적 여유로울 것 같다.


갓바위를 가지 않고 동화사 쪽으로 내려오는 쉬운 코스를 탄 산우님들은 총 10명 정도 된다. 나는 남산우님 1명과 여산우님 2명 같이 온 팀과 함께 하면서 사진도 서로 찍어주며 재미나게 산행한다.


팔공산에도 신기한 나무들이 많다. 나무와 꽃들 눈 맞추며 간다. 함께한 여산우님이 나뭇잎 사이에 가려져 있는 꽃을 찍기에 물어보니 족두리꽃이란다.

"애는 귀해서 숨어 있어요."

그래서 나도 사진을 찍어본다.

다른 꽃들은 이름이 잘 생각이 안 나서 검색해보니 말발도리, 매발톱꽃, 꽃마리 등이 예쁘게 피어있다.


산이 다 그렇겠지만 팔공산도 제법 힘든 산이다. 비로봉까지 계속 오름길이다. 너덜길도 많다. 오름길 늘 힘들어서 천천히 오른다. 중간에 대구에 사신다는 여산우님 한 명을 만나 이야기 나눈다. 자주 오는 산이라고 한다. 내가 초행길이라고 하니 길 안내도 해준다. 고맙다.

비로봉과 동봉과 서봉 가는 길 삼거리에서 동봉 쪽으로 오르다가 도로 내려온다. 동봉 가는 길에 연달래와 철쭉이 피어있어서 담는다. 서봉은 안 갈 거고, 아무래도 비로봉을 먼저 오르는 게 좋을 듯하다.


비로봉 가는 길은 완전 너덜길 오름길이다. 그래도 삼거리에서 400m 거리라 곧 도착한다. 사방팔방이 확 트여 조망이 좋다.


비로봉 정상에서 100대 명산 86좌 인증을 한다. 철탑이 많아서 안 이쁘기에 안 나오게 찍으려고 애를 쓴다. 주변 조망 동영상도 찍고 정상부 평지로 내려온다.

비로봉 정상부는 철탑이 많다. 사방팔방이 트여 주변 경관이 좋은데 철탑 때문에 조금 아쉽다.


비로봉에서 조금 내려오니 정상부 아래 평지에 우람한 바위 사이에서 연달래 나무가 자라 꽃망울을 많이 맺었다. 아주 명작이다! 꽃이 피면 더 멋지겠다.


넓은 바위 위에 앉아서 점심을 먹으려고 싸온 도시락을 펼치고 앉으니 동봉도 보이고, 내려갈 동화사 쪽도 보이고, 조망이 좋다.


하산길에 비로봉에서 동봉을 가는 길은 능선길이라 걷기가 좋다. 비로봉에서 300m 거리이다. 마지막 부분은 가파른 데크길이 나온다. 곧 동봉에 도착한다.


팔공산 동봉은 정상석이 있고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태극기를 보면 애국심이 발동한다. 동봉에서 나부끼는 태극기가 왠지 자랑스럽다.

하산길 암릉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르락내리락 힘은 들지만 쓰릴이 있다. 아마도 나 혼자였으면 동봉에서 백해서 동화사 쪽으로 바로 내려가지 않았을까 싶다. 남산우님 1명과 여산우님 2명과 동행하다 보니 갓바위 쪽으로 한참을 따라간다. 그래서 정말 멋진 풍경을 감상한다.


멋진 소나무에서 영화 찍고 부지런히 내려온다. 안전하게 산행하는 것이 최우선임을 깨닫는다. 더욱 조심조심 내려온다.


참, 동봉에서 암릉길로 내려오다가 높은 암릉 위에 서서 사진 찍다가 하마터면 굴러 떨어질 뻔했다. 바로 옆이 길이라서 다행히 오른발로 안전하게 착지를 했다. 천만다행이다. 그 바람에 모자에 건 선글라스가 떨어졌는데 나무 아래 가지에 걸렸다. 손이 닿을 거리인데 밑으로는 낭떠러지라 포기하고 그냥 가려는데 남산우님이 건져다 준다. 고맙다.

도대체 어디에서 동화사 쪽 이정표가 나오나 했는데 드디어 나왔다. 동화사 쪽으로 가는 길은 조금 가파르지만 비교적 길이 좋다. 휘리릭 내려온다.

염불암까지 내려오니 거기서부터는 포장된 도로길이다. 계곡이 계속 이어진다. 계곡 저 쪽은 산길인데, 이 쪽은 도로길이라 여산우님 둘이 저 쪽으로 건너가자고 한다. 둘은 건너가고 나와 남산우님은 도로길로 내려온다.


그런데 동화사 지나 다리까지 오니 여산우님 한 명은 벌써 내려와서 다리에서 기다린다. 산길 쪽이 더 지름길인 모양이다.


동화사 삼거리까지 가야 우리가 타고 온 버스를 탈 수가 있다. 오후 4시 10분 하산 완료! 기사님에게 전화하니 금방 오신다. 버스를 타고 어려운 갓바위 코스를 탄 이들이 하산하는 갓바위 주차장으로 간다. 남은 간식을 먹고 씻는다.


오늘 팔공산 산행은 수태골 계곡~비로봉~동봉~동화사 코스로 약 10km, 5시간 소요되었다.

춘천 용화산+오봉산 1일2산 연계산생
대구 팔공산 예쁜 꽃들(족두리꽃, 꽃마리, 양지꽃, 말발도리, 연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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