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친정집에 가서 엄마랑 나란히 자고, 아침 6시에 깨서 씻고 밥 먹고, 7시에 수유역에서 버스를 타고 소요산역에 내렸다. 오전 8시 20분이다.
늘 자주 함산하는 리딩 대장님에게 코스를 물어보니 입장료 안 내고 오르는 코스가 있단다. (※사실 나는 절은 안 보기 때문에 산행할 때마다 통행세처럼 내는 입장료가 좀 그렇기는 하다.) 알려주신 대로 매표소 전에 왼쪽으로 소요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초반에 계속 오름길이다. 소요산은 초행길이라 트랭글을 켜고 걷는다.
능선길에 올라서니 이정표가 있다. 하백운대쪽을 향해서 걷는다. 아무도 없이 혼자인데 걷기가 참 좋다. 소요산은 그리 높지는 않은데 꽤 매력적인 산이다. 암릉길이 멋지고 주변 조망도 좋다. 앞뒤를 살펴봐도 아무도 없어서 혼자 걷다가 셀카 한 장 찍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땀도 거의 안 나고 쾌적하게 걷는다.
암릉길을 걷고 있노라니 반대편에서 혼산해서 오고 있는 젊은 남산우님이 있다. 인사하고 사진 부탁을 한다. 혼산을 할 때는 누구든 보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사진을 한 장도 못 남길 수 있어서다.
하백운대에서 또 대장님에게 전화해본다. 어디로 가야 하나 잠시 길을 헷갈렸다. 최단코스를 빨리 찾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긴 종주코스로 들어선 것 같다. 중백운대쪽으로 가라고 한다. 갑자기 전화가 끊긴다. 혹시 배터리가 조금밖에 안 남은 건가 싶어 다시 전화를 하지 않고 "중백운대로 진행합니다." 톡을 보내고 부지런히 걷는다. 길은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지만 거의 능선길이고 암릉도 있어서 재미나게 걷는다.
의정부에 사신다는 남산우님 한 분은 소요산에 자주 오른다면서 의상대쪽 급경사라 안 오르고 선녀탕 쪽으로 내려간단다.
나는 100대 명산 인증을 해야 해서 부지런히 의상대쪽으로 오른다. 이따 다시 이 갈림길로 내려와서 선녀탕 쪽으로 하산할 예정이다.
상백운대와 칼바위능선을 지나니 갈림길이 나온다. 선녀탕, 의상대, 칼바위 갈림길이다. 나는 칼바위 쪽에서 왔기 때문에 의상대쪽으로 간다. 급경사 나무데크길이 나온다. 헉헉대며 올라간다.
소요산 정상 의상대 가는 마지막 구간이 아주 가파르다. 나무데크길, 로프 구간, 암릉구간 골고루 있다.
의상대에 오르니 사방팔방 조망이 탁 트여 시원하다. 도봉산, 수락산 다 보이고 축령산도 보인다고 어떤 젊은 남산우님이 좋아서 난리다. 나는 어느 산이 어느 산인 줄 몰라 그저 바라만 본다.
소요산 정상 의상대에서 100대 명산 87좌 인증을 한다. 동영상도 찍는데 바람소리가 시원하다.
정상 데크 위에 철퍼덕 앉아서 친정엄마가 싸주신 고구마와 사과를 간식으로 먹는다.
오후 약속에 가보려고 서둘러본다. 선녀탕 쪽 길은 약간 경사가 있는 너덜길이지만 그냥 걸을만하다. 친구들과 함께 온 젊은이 한 무리가 내 앞에 내려가다가 힘들어한다. 길이 안 좋단다. 그래서 이 정도면 괜찮은 길이라고 말해준다.
오늘 소요산 산행은 최단코스를 탈 예정이었다. 오후 2시에 종로 3가에서 문우들 모임이 있어서 빨리 정상 찍고 내려와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는데, 본의 아니게 그만 종주코스를 타고 말았다. 총 4km, 3시간 소요 예정이었는데, 총 9.8km, 5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렇지만 소요산을 온전히 다 탈 수 있어서 감사하다. 어떻게든 모임에 가려고 서두르지만 않았다면 공주봉도 찍었을 텐데 약속을 여러 개 하다 보니 더 쉬운 코스로 내려왔다. 그래도 혼산에 안전산행을 했으니 감사하다.
소요산 산행 코스는 매표소~하백운대~중백운대~상백운대~칼바위~갈림길~의상대~갈림길~선녀탕~자재암~원효굴 매표소로 좀 힘들었다. 산은 실제로 걸어보면 그 어느 산이나 쉬운 산은 없다. 다 오름길이 있고 내리막길이 있고 경사가 급한 곳이 있고 편안한 길이 있다.
날씨 좋고 걷기 좋고 조망 좋고 혼자서 유유자적 조용히 걸어서 더 행복한 산행이었다.
하산은 언제나 그렇듯이 휘리릭 금방 했다. 의상대에서 소요산역까지 약 1시간 걸렸다. 그래도 오후 1시 30분이라 약속시간 2시에 맞추어 가기는 무리이다.
문우들 단톡방에 아무래도 가는 게 어렵겠다 얘기하고 소요산역에서 잣 팥옹심이 한 그릇 사 먹고 소요산 단팥빵 사 가지고 집으로 간다.
제88좌 삼복더위에 걷는 초록 숲길 : 김천 황악산(2022.6.4. 토)
다매산 산행은 올만에 간다. 가려고 하는 산행지가 잘 안 맞아서이다. 총 12km, 6시간 산행이다. 쉬운 B코스를 탈 예정이다. 날씨가 30도를 오르내린다고 하니 한여름 기분이 나겠다.
황악산은 봉우리가 여러 개다. 여시골산, 운수봉, 황악산 정상, 형제봉, 신선봉, 상봉까지 찍었다. 여시골산 오를 때 급경사가 있고 대체로 완만한 오름길에 능선길도 많아 걷기가 좋은데 5시간 30분 만에 12km를 타고 내려오라니까 시간이 빠듯해서 엄청 서둘러서 산행한다.
황악산은 이정표가 잘 되어있다. 길을 헤맬 일은 없는데, 그래도 살짝 헷갈리는 곳이 있긴 하다. 황악산 정상까지는 무난하게 이정표를 보며 가면 된다. 군데군데 길 설명도 해놓았다. 괘방령에서 시작해서 가니까 황악산 정상까지 계속 오름길이다. 총 5.6km라 꽤 긴 편이다. 하늘이 아주 안 보이는 초록숲길을 걷는다. 바람도 살짝 불어 시윈한 산행이다. 그런데 숲이 울창해서 조망은 거의 없다.
황악산에서 100대 명산 88좌 인증을 한다. 점심도 먹는다. 정상에서 형제봉 쪽 가는 길은 초반에만 조금 가파른 내리막길이고 걷기 좋은 능선길이다. 초록숲이 울창하다.
형제봉에서 이정표를 보면 조금 헷갈린다. 일단 바람재 방향으로 한참 가야 또 바람재 가는 이정표가 나오고 신선봉 가는 이정표도 나온다. 형제봉에서 진행하다가 살짝 뒤돌아가다가 조금 알바를 했다. 리딩 대장님이 버스 안에서 산행 설명을 하면서 바람재 쪽으로 가면 인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앞에 가는 커플이 있어서 따라가다 보니까 신선봉에 도착한다. 신선봉에서 직지사 쪽으로 하산한다. 약 3km라고 나오는데 엄청 길다. 상봉도 찍는다. 끝부분에 오름길도 있고 하산길이 급경사라 빨리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사진도 못 찍고 서둘러 내려온다. 다행히 시간은 맞추어 내려온다. 씻지도 못하고 손수건에 물을 적셔 닦는다.
리딩 대장님 하는 말이 황악산은 7시간은 주어져야 쉬엄쉬엄 내려올 수 있는 코스란다. 2-3명 늦게 내려오는 이들이 있어서 한 30여 분은 기다려서 오후 4시 40분에 귀경길에 오른다.
제89좌 대중교통으로 저렴하게 : 천안 광덕산(2022.6.25. 토)
천안 광덕산은 산악회에서 가려고 여러 번 시도했는데 매번 신청자가 적어 취소되었다. 아마도 산행 코스가 그리 험하지 않고 비교적 짧고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은 탓인 것 같다.
그래서 나도 한번 도전해보기로 한다. 집에서 버스 타고 수원역에서 환승하고 천안역 동부광장에서 환승하면 천안 광덕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시간은 가는데 2시간 30여 분 소요되는 걸로 나온다. 요금은 3,950원이다. 왕복하면 총 7,900원이다.
물론 조금 더 편하게 가려면 수원 시외버스 터미널을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 환승이 안 되어 요금이 좀 많이 나온다. 직행버스 요금 2,850원, 시외버스 요금 5,500원, 또 천안 복합터미널에서 광덕사까지 가는 버스비가 나온다. 왕복을 모두 합치면 2만 원이 넘게 나온다. 돈을 조금 아끼면 천안 호두과자를 사 올 수 있겠다.
다행히 수원역에서 천안행은 지하철 급행이 여러 개 있다. 그거 타고 편안하게 여유 있게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녀오면 되겠다. 꼭 버스와 지하철 요금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늘 그렇듯이 김밥을 넉넉히 쌌고, 어젯밤에 남편이 통닭을 사 와서 닭가슴살을 찢어 조금 싸왔다. 초콜릿 2개, 미에로화이바, 홍삼액을 싸왔다. 그 정도면 총 8km, 4시간 산행에 충분한 간식이다.
광덕산을 혼자 걸으니 정말 여유가 있다. 수령이 478년 된 느티나무, 최초의 호두나무 담고, 광덕계곡을 지나 초록 숲길로 들어선다. 비 온 뒤라 땅이 살짝 젖었는데 나무가 우거지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아주 쾌적한 신행이다. 개망초꽃, 미나리아재비 등 이쁜 꽃들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나는 가파른 구간을 먼저 오르기로 한다. 느리게 천천히 걷는 내 체력에는 초반에 가파르고 조금 빨리 오를 수 있는 코스가 잘 맞는다. 정상 먼저 오르고 장군바위로 해서 광덕사로 하산할 예정이다.
가파른 나무데크길 1,000여 개 정도 있는 건가 싶다. 거의 다 오르니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하늘이 보이고 정자가 나온다. 정자 옆 오른쪽 공터에서 산에서 모금하는 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나는 광덕산 정상을 물어보고 진행한다. 조금 걷기 좋은 길이다가 또 곧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거의 정상까지 그렇다.
광덕산은 우회로가 참 많다. 그렇지만 나는 우회로 안 걷고 가파른 길로 오른다. 이 정도는 걸을 수 있다. 코스가 짧으니까 운동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정상까지 가파른 돌계단, 나무계단, 로프 구간 힘들게 이어진다. 그래도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고 햇빛이 거의 안 보이는 숲길이라 엄청 시원하다. 뒤돌아보면 저길 올라왔구나 감개가 무량하다.
중간중간에 쉼터가 있는데 나는 안 쉬고 계속 올라간다. 아직도 1/3은 더 올라가야 한단다.
그럼 이정표에서 기념샷 한 장 찍고 움직이자!
혼자 산을 오를 때는 누구라도 만나면 사진 부탁을 한다. 젊은 여산우님이 예쁘게 담아준다. 고맙다. 사진 찍는 시간은 잠시 숨을 고르고 쉬는 시간이기도 하다.
천안 광덕산에서 100대 명산 89좌 인증을 한다. 6월에는 계속 100대 명산 정상을 못 찍고 산에서 헤매다 내려온 게 많아 한참 된 것 같다. 그래도 9월이나 10윌에는 완등을 할 수 있겠다. 시작을 했으니 끝을 맺기는 해야 하리라. 나 자신과의 약속 같은 것이니까.
날씨는 산행하기 딱 좋은데 조금 흐리다. 광덕산은 숲이 우거진 대신 조망이 거의 없다. 정상에서도 완전 곰탕이다. 희미하게 마을이 조금 보이기는 하는데 사진으로 찍으니 영 아니다.
나무데크길 걸어 내려오다가 능선길 편하게 부지런히 걸으니 나리꽃 한송이가 반긴다. 싸리나무는 거의 꽃이 지는 무렵인데 그래도 무리 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예쁘다.
초록숲길은 나뭇잎 향기가 솔솔 나서 참 향긋하다. 매미들의 합창과 새들의 지저귐도 귀를 즐겁게 한다. 하늘을 덮은 초록 나무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산 능선들, 오감이 깨어난다. 행복한 시간이다.
참, 정상에서 어떤 사람에게 장군봉 가는 길을 물으니 장군봉이 아니고 장군바위란다. 가보면 실망할 거란다.
장군바위는 허약한 사람이 바위에서 나는 물을 먹고 장군이 되었다는 스토리가 있는 바위이다. 그거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
사람은 어쩌면 이야기를 먹고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건국신화가 있고, 나무나 바위나 고개나 봉우리에 얽힌 이야기들이 있는 것이리라.
밥보다 이야기, 꽃보다 이야기, 이런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 이야기가 있는 곳에는 재미가 있으니까.
어디선가 짙은 꽃향기가 난다 했더니 밤꽃 향기다. 아주 커다란 밤나무들이 한가득 밤꽃을 피우고 흐드러지게 숲을 이루고 있다. 가을이 되면 밤을 주렁주렁 매달겠다.
임돗길도 지나는데 개망초꽃길이다. 천연의 길이다. 하얀 꽃이 우거진 길, 멍석이 깔린 길, 걷기가 참 좋다. 빨간 뱀딸기도 빨간 열매도 예쁘다.
오전 10시 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오후 2시 하산한다. 점심시간, 휴식시간 포함해서다. 광덕계곡에서 씻고 발 담그고 잠시 쉬어간다. 물이 맑고 시원하다. 산행도 여유로운데 쉬는 시간도 한껏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 더 좋다. 혼산의 유익이랄까? 자주 혼산하도록 해야겠다.
참, 집에 올 때 호두과자도 사 왔다. 교통비를 아꼈으니까. ㅎㅎ. 32개짜리 1만 원이다. 덤으로 2개를 더 넣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