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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Dec 18. 2023

'세월아 네월아'라는 말은

언어유감(1)

'세월아 네월아’라는 말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을 뜻하는 말이다.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은  4월 16일 오전 8시 58분 경남 장흥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476명의 승객 중 30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다. 이 중 250명은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해양 사고로, 국민들의 슬픔과 분노를 자아냈다. 원인과 책임자에 대한 진상 규명은 여러 차례의 조사와 재판을 거쳐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세월아 네월아’라는 말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날 이후로 시간이 멈춘 듯한 국민들의 상처와 분노를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세월아 네월아'라는 말을 부정적인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좋은 의미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느리게 천천히 한가롭게' 무슨 일을 할 때도 쓰고 있는 것이다.


내가 여행 중 천북굴단지에서 커다란 양은솥에 담긴 가리비굴찜을 까먹으면서 시간에 구애 없이 여유 있는 시간을 표현할 때 사용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젊은 시절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 글짓기와 논술, 독서 지도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나라 말의 어원을 알려주는 책을 읽고 가르친 적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이 불교적인 용어가 기원인 경우가 많았다. '공부하다'는 '참선'에서 나왔고, '법석' '야단'은 '야외의 단'을 의미하고 '법석'은 '불교의 진리'를 뜻하기에 그다. 법당에 수용하기 어려운 많은 사람들을 법당 밖 야외 단에 모아놓고 가르친 것에서 나온 말이 '야단법석'인 것이다. 그러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은 그 말을 쓰면 덜 신앙적일 것만 같은데 우리는 어원을 따지지 않고 말이 입에 익어서 나오는 대로 쓴다.


일제식민시대의 잔재인 말들도 그렇다. '한 바퀴'를 '한 바리'로 쓰려고 하다가 찾아보니까 그게 일본말이다. 어묵을 '오뎅'으로, 주음식 이외 부로 나오는 음식인 곁들이찬을 '스끼다시'로, 샌들을 '조리'로 쓰는 경우도 많다.


영어인 경우는 더 흔하다. 아예 우리말보다 영어로 쓰는 것이 더 쉬운 경우가 많다. 가방은 백으로, 상품은 굿즈로, 신발은 슈즈로 더 자연스럽게 쓴다.


말은 세월 따라 흐르고 흐르는 것이라 무어라 할 수는 없지만 제대로 알고 쓰면 더 좋을 것이다.


'세월아 네월아'는 가슴 아픈 말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순화되어 좋은 의미로도 많이 사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말이 변하듯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도 평안을 찾고 사무치는 그리움을 가슴 깊숙이 묻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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