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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Feb 02. 2024

완전히 붕괴될 만한 사랑을 가졌는가?

영화 <헤어질 결심>

부부가 함께 살면서  어떻게 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2022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미디어에서 이슈가 되었던 <헤어질 결심>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영화는 제목이 좀 색달라서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거의 1초 만에 그 상품을 살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그만큼 이름이나 카피나 광고가 중요다. 영화나 책도 예외는 아니다. 제목이 특이하면 소비자우선 사고 본다.


그런데 기대한 만큼 질적으로 양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 실망감이 크다. 때로는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영화 <헤어질 결심>도 내가 기대한 것과는 많이 다르다. 물론 현대 세태를 반영한 것이리라.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결혼을 하지만, 그다지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고나 할까? 용기 있는 사람들은 세상의 눈과 관습이나 전통을 의식하지 않고 불편한 관계를 끝내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 상태를 그냥저냥 유지하면서 살아간다.


오전에 영화 <졸업>을 보고, 점심 먹고 와서 <헤어질 결심>을 보았는데, 두 영화의 내용에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무언지 모르게 답답하다.


남편을 죽일 거면서 왜 결혼을 한단 말인가? 형편없는 사람을 왜 결혼 상대자로 선택한단 말인가? 그러려면 혼자 사는 게 낫지 않겠는가?


나는 주인공 서래의 선택에 공감이 안 간다. 사연은 얽히고설켜서 중국인 서래는 아픈 자기 어머니의 소대로 약으로 죽여드리고, 한국으로 들어다시 중국으로 쫒겨가지 않기 위해서 출입국관리원 기도수와 결혼한다. 기도수는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이다. 그런데 그 원인은 서래가 다른 남자를 만나기 때문이다. 서래는 외도를 하면서 비싼 물건들을 선물로 받아온다.


그런데 서래는 때린다고 산행을 좋아하는 남편 기도수를 높은 산 암벽 위로 몰래 따라 올라가 뒤에서 밀어버린다. 기도수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져 죽는다. 그렇지만 치밀한 서래의 알리바이에 쪽같이 찰의 수사는 자살로 일단락된다.


이 사건을 맡은 경찰 해준은 의심을 한다. 결국 서래가 범인인 것을 알아내지만 서래에게 빠져들면서 그 사건을 그냥 덮어버린다. 그도 역시 결혼한 남자이고 제법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왜 서래에게 관심을 갖는단 말인가?


서래 역시 해준에게 빠져든다. 둘은 은밀한 눈빛, 은밀한 대화를 나누며 사랑에 빠진다.

서래가 말한다.

"한국 남자들은 결혼했다고 포기합니까?"

사랑하기에 결혼 여부는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해준은 말한다.

"나는 자존심 있는 경찰이에요. 그런데  완전히 붕괴되었어요."

서래 때문에 살인사건을 자살사건으로 마무리지었으니 그만 사건을 망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후 서래는 해준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또 다른 남자를 만난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데 해준도 아내의 직장 따라 그곳으로 이사를 다. 두 부부는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다.


이 영화에서 내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다면 딱 한 가지이다. 경찰 해준이 서래를 보고 붕괴되었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렇다. 사랑은 일생 한 번 찾아오는 것이다.  미혼이라면 그 사랑을 이룰 수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사랑으로 인해 자신이 달라지는 건 분명하다. 사랑하기에 자신을 통제할 수 없어서 그만 붕괴되고 마는 것이다. 기혼이라면 더욱 그러하리라. 사랑에 결혼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붕괴되느냐 붕괴되지 않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붕괴된다면 그건 진짜 사랑이고, 그렇지 않고 절제가 가능하다면 그건 가짜 사랑이라고 말해볼 수도 있겠다.


소설 속 인물 '위대한 개츠비'와 '젊은 베르테르' 역시 그러했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완전히 붕괴되고 만다. 그러하기에 사랑은 슬프다. 슬프기에 아름답다.


서래 역시 <헤어질 결심>을 한 후 완전히 붕괴되고 만다. 해준 없이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에서 모래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들어간다. 밀물이 그녀를 덮다. 뒤늦게 달려온 해준은 밀물 속으로 들어가 소리쳐 서래의 이름을 부른다.  장면이 처연하게 아름답다.


일생에 단 한번 나를 붕괴시킬 만한 사랑을 가졌는가? 나는 감히 이런 질문을 해본다. 성공을 했느냐 아니냐 보다도 이 질문에 "예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아마도 영화 <헤어질 결심>이 인기를 얻은 이유 중 하나는 우리 모두의 심연에 이런 무의식이 깊숙이 깔려있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영화 <헤어질 결심>
해준이 밀물 속에서 서래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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