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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Feb 22. 2024

의심은 잘못이 아니야

영화 <스몰풋(Smallfoot)

하늘과 땅, 그 사이에는 신비로운 구름이 가득 차 있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다 보면 그 무궁한 포근포근한 구름의 세에 넋을 잃고 빠져들기도 한다. 때로는 은백색으로, 금빛으로, 때로는 먹으로, 재색으로, 청록색으로, 또 때로는 빠알갛게 불타오르는 구름의 세계, 나는 신선이나 선녀처럼 구름 속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구름의 세계는 그야말로 땅에서는 보기 어려운 별천지이다.


물론 산행을 하면서 산정상에 올라 하늘과 보다 가까운 곳에서 다채롭게 변하는 구름의 세계를 나볼 수 있긴 하. 그렇지만 하늘 위에서 보는 세계와는 차원이 다르다. 땅 아래가 작은 세계라면 구름 위 늘은 커다란 세계이다.


영화 <스몰풋>에서 빅풋과 스몰풋의 설정은 이런 우리의 생각을 알기라도 하다는 듯이 구름 위에는 빅풋이 살고 아래에는 스몰풋이 산다. 공간은 히말라야 정상, 가려진 구름 위에서 살아가는 빅풋 설인의 마을이다. 설인들은 스톤에 새겨진 것을 법과 규칙으로 믿고 살아간다. 마을의 아버지 스톤키퍼는 스톤의 가르침대로 이들을 다스린다. 멀리서 몸을 , 높이 떠있는 둥근 공처럼 생긴, 황금빛 징을 머리로 쳐서 울리면, 설인 마을에 빛이 돋아서 환하게 퍼져나간다.


아버지가 하던 징 울리기의 임무를 이어받은 미고는 연습하다가 빗나가 엉뚱한 곳으로 떨어지고 만다. 눈 아래로 구르고 굴러서 비행기를 타고 날다가 불시착한 스몰풋을 만난다. 그러면서 스톤에 '스몰풋이 없다'고 적힌 것을 의심한다. 의심은 잘못이 아니다. 의심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 그러나 미고가 하늘 위 설인 마을로 돌아와서 아래에서 스몰풋을 목격했다는 말에 스톤키퍼는 사실이 아니라며 그를 추방해 버린다.


스몰풋의 존재는 마을 사람들도 믿어주지 않고 스톤키퍼도 금기로 여긴다. 그렇지만 미고는 눈으로 본 게 있어서 의심을 품고 스몰풋 인간 세상으로 내려간 것이다. 스몰풋 증거 수색단인 설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스몰풋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다. 미고는 그곳에서 불시착했던 스몰유투버인 ‘퍼시’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한때 잘나가던 퍼시는 인기 없는 영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빅풋 설인들을 찍어 한몫 보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고와 퍼시의 만남으로 서로 다른 세계의 모험이 화려한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펼쳐진다.


스몰풋인 인간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빅풋인 설인들을 죽이기 때문에 도망쳐왔던 과거는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빅풋과 스몰풋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손을 맞잡고 노래한다.


<스몰풋>은 우리 인간이 우주의 또 다른 행성에서 만나게 될 외계인을 조금 다르게 설정해 본 영화가 아닐까 싶다. 외계인을 다룬 영화들도 많지만 <스몰풋>은 동심이 살아있는 영화이다. 구름 위 마을에서 하얀 털을 가지고 살아가는 설인의 세계가 아름답다. 거기에다 현대적인 요소 핸드폰으로 촬영해서 만드는 유튜브 영상과의 연결이 신선하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만남이랄까? 역사와 과학의 조우랄까? 어른이나 어린이나 청소년이나 그 누가 보아도 적어도 한 가지에는 마음이 꽂혀서 재미있게 볼만한 영화이다.


특별히 자신이 배우고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의심해보기, 질문해보기, 답을 찾아보기,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고 이런 대화를 나눠 본다, 재미와 더불어 창의력과 사고력 확장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영화 <스몰풋(Smallf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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