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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Feb 24. 2024

그리움이 있는 한 끝나지 않은 사랑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내가 좋아하는 한석규와 심은하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지난해 가족여행으로 다녀온 군산에서 가본 영화 촬영지 초원사진관, 익숙한 것들이 나와서 초반부터 몰입이 된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스토리, 순수하지만 슬픈 사랑 이야기, 나는 왜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추억을 먹고사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다.


초원사진관의 정원, 구청의 주차단속요원 다림,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좋아하는 감정에는 제약이 없다. 다만 한 가지 정원이 아프다는 것, 그것도 죽을병에 걸렸다는 것이 장애물이다. 처음에도 나중에도 다림은 그 사실을 모른다. 정원이 얘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했어요?"

"왜 결혼 해요?"

다림은 첫 만남부터 정원을 아저씨라 부르면서도 관심이 많다.

"아저씨 생일 8월이죠? 사자자리가 저랑 잘 맞는대요."

그러나 정원은 대답할 수가 없다. 마음은 벌써 갔는데 다림의 사랑에 반응할 수가 없다.


정원이 병원에 입원하고  다림은 거의 매일 초원사진관 앞에 와서 기다리지만 문은 잠겨 있다. 편지도 써서 문틈으로 넣어본다. 그래도 여전히 문이 열리지 않는다.

'무슨 일일까?'


병이라는 물리적인 한계, 죽음이라는 예정된 이별,  그래서 이들의 사랑은 애틋하고 가슴이 아프다.  슬퍼서 아름답다.


우리는 이루지 못한 것들에 더 많은 감정을 쏟는 존재인 것 같다. 사랑도 목표도 길도 말이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도 그렇다. 가지 않은 길을 그리워한다. 사랑은 더 그렇다. 그래서 우리가 이루지 못한 사랑을 거듭거듭 되새김질하며 절절이 그리워하는 것이다.


한적한 마을 초원사진관 정원과 다림의 사랑은 그리움이 남아서 아련하다. 사랑은 추억으로 끝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리움이 있는 한 그들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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