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리 노을공원에는 남녀가 얼굴을 맞대고 정겹게 있는 포토존이 있다. 제목은 <행복의 시간>이란다. 고기가 많아서 어사리이고 노을이 아름다워서 노을공원이란다. 이곳은 석양에 와야 제 맛을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우리는 낮에 와서 아쉽다.
어사리 노을공원 전망대와 바닷가를 천천히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어본다. 포토존과 전망대에서도 사람 적을 때 예쁘게 사진에 담는다.
바다는 언제 보아도 좋다. 남해는 남해대로 동해는 동해대로 서해는 서해대로 좋다. 물론 제주나 해외의 바다들은 더 좋지만 말이다. 날씨가 조금 흐려서 뿌연 느낌의 서해 어사리 노을공원, 포토존과 전망대가 밋밋하고 특색 없는 바다 분위기를 확 바꾸어 준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없는 천연의 바다가 더 좋은 사람 중 하나이다. 그랬다면 바닷가 더 가까이 가서 바다 생물들이나 물결, 새들을 자세히 살폈을 것 같다. 인위적인 곳에 시간을 쓰느라고 천연의 것을 소홀히 했다고나 할까? 생각하기에 따라서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는 어사리 노을공원 풍경이다.
막 밀물이 밀려오고 있는데 바닷가에서 사진작가 한 분이 카메라를 세워두고 발목 위까지 물이 차오르는 데도 꼼짝을 않고 사진을 찍고 있다. 그이의 뒷자태 풍경이 예술적으로 아름답다. 무엇엔가 몰두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매력적이다.
'무엇을 찍고 있는 것일까? 새일까? 바닷물일까? 저 멀리 수평선 풍경일까?'
자꾸만 궁금해지지만 밀물 속으로 걸어 들어갈 자신이 없어서 물어보질 못한다.
광천시장에서는 뭐 살 게 없나 한 바퀴 돌며 살펴보다가 시장 앞쪽을 보니 새우와 토굴 포토존이 있다.
"야, 저기 멋지다."
포토존에서 인증숏을 남긴다. 몇 번 광천시장을 와 봤지만 이런 곳이 있다는 건 처음 안다. 바로 옆에는 기차가 다니는 철길이 있다. 나무의자에 앉아서 철길을 바라보며 달리아님이 가지고 온 레드향을 하나씩 까서 먹는다. 새콤 달큰하니 맛이 있다.
"그래도 광천시장에 왔는데 뭘 사갈까?"
달리아님이 곱창김을 살까 해서 들어가서 물어보니 값이 꽤나 비싸다.
"수원이 더 싸."
나는 단골로 가는 건어물 상점이 있어서 가격을 알기에 그냥 보기만 하고 안 산다.
"시장이 거기서 거기지 뭐, 수원에도 재래시장은 10여 개나 있으니까"
어제 영화 보고 오면서 장 봐온 것도 있고, 또 인터넷으로 산 것도 오늘 새벽배송으로 와서이다.
광천터미널 매표소 안에서 조금 쉬다가 버스 안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다들 이곳에서 주는 시간은 50분이 너무 길다고 한다. 남당항에서 새조개 먹느라 돈을 써서 여기서는 거의 소비를 안 한 모양이다.
그래도 차에서 보니 새우젓을 밑에 실어야 하냐고 물어보는 이가 있다. 나와 달리아님도 무어라도 좀 살까 하다가 말았는데, 꼭 필요한 이들은 이곳 광천시장이 새우젓과 곱창김이 유명하다는 걸 안 것이다. 사실 여행 중 장을 봐오면 마음이 아주 부자가 된 듯 뿌듯해서 좋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