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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May 26. 2024

한양을 사모하던 산, 의왕 모락산

의왕 모락산

의왕 모락산을 언제 가나 벼르고 있다가 드디어 가볼 수 있게 되었다. 한 번은 고마운 대장님과 가려다가 시간이 맞지 않아 못 갔다. 그래서 혼자서 가보려고 일정을 잡았는데, 마침 모락산 근처 사시는 지인 분이 함께 가시겠단다. 또 한 분을 데리고 오셨는데 그분도 내가 아는 분이다. 그래서 셋이서 알콩달콩 천천히 느리게 다녀왔다. 역시 산은 언제 가도 누구랑 가도 어느 계절에 가도 그저 좋기만 하다.


모락산은 미답지라서 여기저기 포스팅해 놓은 것을 찾아보았는데,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모락산에 뭐가 있구나, 거리와 시간은 얼마나 되는구나  정도를 알았다고나 할까?


일단 집에서 버스를 타고 한 번 환승해서 모락중학교ᆞ내손1동주민센터 앞에 내렸다. 약 1시간 30여 분 걸렸다. 모락산을 가려면 모락중학교 옆으로 가라는 포스팅을 읽어서 왼쪽길로 들어서려 하는데 포클레인을 몰고 오시는 분이 '모락산은 바로 저거'라고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그래서 도로 위로 난 다리를 건너간다.


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왼쪽 길로 가란다. 한참 가니 드디어 모락산 오르는 길 같은 곳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간다. 곧 모락산 둘레길 이정표가 나온다. 왼쪽 길로 들어선다. 모락산 정상을 향해 오른쪽 길로 가파르게 올라간다. 내려올 때 보니까 이 길이 가장 힘든 구간인 것 같다.


하산할 때는 한글갈미공원에서 바로 모락산 오르는 길로 왔는데, 거기서 오르는 길이 조금 더 편한 길 같다. 그렇다고 완만한 길은 아니고 거기도 오름길이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그 길로 가면 사암은 못 들르고 바로 팔각정 쪽으로 갈 수 있다.


우리는 가파른 오름길로 치고 올라가서 몇 개의 암릉을 만난다. 암릉 쉼터에서 사진도 찍고 쉬어간다.


바로 사인암이 나온다. '한양을 사모하던 산'이라는 의미를 지닌 모락산의 역사가 담겨 있다. 세종대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이, 계유정난을 일으켜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을 피해 이곳에 와서 지냈다고 한다. 한양을 그리워하며 사인암에서 궁궐을 향해 절을 올렸다고 한다.  


사인암 바위 암릉이 조금 위태로워 보이긴 하지만 의왕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좋은 조망터이다. 지인 한 분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암릉 위에는 못 올가고 우리는 암릉 위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인증숏을 남긴다.


트랭글을 켜고 걷다 보니까 여기가 모락산 배지가 획득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도를 찾아보면 '모락산' 하면  이곳까지의 거리를 알려준다.


블랙야크 100+ 명산 인증이 되는 국기봉을 가려면 '모락산 국기봉'을 쳐야 거리와 시간이 제대로 나온다.


지인 두 분은 올만에 산행을 해서 헉헉대며 오른다. 나는 매주 산행을 해서 '이 정도야 뭐!' 하면서도 지인분들과 보폭을 맞추며 간다. 자주 쉬어도 간다.


팔각 조금  못 가서 지인 한 분은 그곳에서 기다린다 하고 둘이서 정상을 향해 간다. 모락산 전투지와 팔각정을 지나 국기봉에 오른다. 조망이 좋다. 약간의 미세먼지가 있지만 사방팔방 멋진 조망을 하고 함께 못 온 지인분을 아쉬워한다.

"조금만 더 힘을 냈으면 이런 풍경을 보는 건데요!"


그렇지만 또 하산하면서 자전거 탄 이야기를 나누며 잘했다 위안을 삼는다. 국기봉에 함께 오른 지인분은 자전거를 늦게 배워서 아들과 함께 타다가 큰일 날뻔한 적이 있단다.

"글쎄, 그날따라 자전거 타기가 싫었는데, 억지로 아들과 같이 타다가는 넘어지고, 앞에서 자전거 타는 이와 부딪쳐서 크게 사고가 날 뻔했어요."

나도 대꾸한다.

"그러게요. 누구든 자기 체력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아니까요."


쉬고 있는 지인분을 만나서 다른 길로 내려온다.

그런데  그이의 말을 들어보니 등산화를 오래 안 고 놓아두었더니 거의 새 신발인 데도 밑창 한쪽이 벗겨지려고 한단다. 그래서 더 힘들었던 거다.


다른 길로 내려오는데도 거기도 꽤나 가파르다. 산은 산이다! 산은 그 어디나 안 힘든 산은 없다.


조망도 하나도 없다. 오를 때 가파른 길로 오르길 잘했다. 그곳은 군데군데 조망이 좋기 때문이다.


모락산 산행은 모락중학교~사인암~팔각정~국기봉~팔각정~ 한글갈미공원 코스로 총 5km, 약 3시간 30분 소요(휴식시간 포함)되었다.


한글갈미공원에서 이미 검색해서 알아둔 <토예랑곤드레밥> 집으로 간다. 인천에서 차를 가지고 오신 지인분이 그곳에 주차를 했기 때문이다. 공영주차장도 무료이고 이곳 식당도 점심 예약을 하면 차를 세워두고 모락산에 올랐다가 내려와서 점심을 먹을 수가 있다.


먹기 전에 손을 씻고 아까 신발창이 떨어지려고 한 지인분이 슬리퍼로 갈아 신으려고 신발을 벗어보니 고무창이 다 녹아서 양말이 새까맣다. 그래서 산행이 더 힘들었던 것이다. 산행에서는 좋은 등산화가 필수인데 말이다.


암튼 양 신발 다 버리고 맨발로 슬리퍼를 신고 가게 생겼다. 다행히 차를 가져왔으니 큰 불편은 없지만 말이다.


곤드레밥 3인분에 도토리묵무침을 주문해서 먹는데 밥과 반찬들이 집에서 엄마가 해준 것처럼 맛있고 깔끔하다. 간식을 먹은 지 얼마 안 된 시간이지만 그릇을 다 비운다. 식후에는 식혜 한 병을 3천 원에 사서 3층 다과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서 마시며 이야기 나눈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있는 식당이라서 좋은 점이 있다. 3층 다과의 공간은 모락산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시원한 곳이다. 오늘도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감사드린다.

가파른 오름길
암릉 쉼터에서
한양을 사모하던 산, 모락산 사인암
사인암에서
국기봉 오르는 암릉 구간
국기봉에서 100+명산 제38좌
국기봉에서의 조망
국기봉 전망대에서
하산길 데크길
모락산 등산 안내도
<토예랑곤드레밥>에서 점심식사
모락산 산행 기록 : 총 5km, 약 3시간 30분 소요(휴식시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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