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을 찾습니다>
저의 손 편지에 대한 에세이는 그리운 사람들을 소환해 내는 작업이었네요. 써놓고 보니 그래요.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단순히 '그때 손 편지 쓰던 시절이 좋았지. 지금 SNS 시대보다는 정겨웠어. 그 추억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냥 이 정도의 생각이었는데, 쓰다 보니 새록새록 그리운 사람들이 떠오르는 거예요.
써놓고 부치지 못한 손 편지, 일기장에 아무도 모르게 쓴 손 편지까지 하면, 더 많은 사람이 되겠고요. 아니 가끔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무어라 이야기를 건네본 이들까지 하면 지금까지 제가 만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제 손 편지의 대상일 수도 있겠어요. 확장하고 또 확장해 보면 이 땅의 모는 동식물, 사물들까지, 우주와 저 영원한 세계의 존재들까지도 포함되겠지요. 우리가 매일 예배하는 신앙의 대상들도요. 우리는 늘 믿는 신들에게 기도하잖아요? 그것도 종이에 하나하나 적어 내려간다면 그 기도문이 바로 장문의 손 편지가 되겠네요.
이곳에 적지 못한 손 편지의 주인공들도 있네요. 꼭 소환해서 써주어야 할 사람들인데. 글의 흐름상, 원고의 분량상 썼다가 지운 분들이에요. 언젠가는 이분들에 대한 에세이도 꼭 나오리라 믿어요. 지금 건져 올리지 않았다고 해서 솟아나는 샘물이 마르는 건 아니니까요.
저하고 단 한 번이라도 손 편지를 주고받은 이들이 저를 기억하고 있을까요? 아주 많은 손 편지를 주고받은 이들은요? 저에게 그분들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한 것처럼 그분들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지만 기억하면 어떻고 또 기억하지 못하면 어떻겠어요? 우리의 만남이란 헤어지기 위한 것이란 말도 있잖아요. 손 편지도 쓸 때가 있고 끊어질 때가 있는 거예요. 그게 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이니까요.
저는 <주인공을 찾습니다>의 주인공들을 그림으로도 그려보고 싶네요. 모두 다 그릴 수는 없을 거에요. 그렇지만 몇 분이라도 그려보고 싶어요. 연필화나 아크릴화, 또는 수묵화로도 좋겠어요. 그림은 글에 비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한 달에 두 분 정도만 그린다고 해도 거의 2년 정도는 잡아야겠네요. 그렇지만 한 1년 정도로 계획을 세워보려고 해요. 너무 길어지면 하다가 흐지부지 될 수도 있어서요. 그래서 이 에세이와 함께 길이길이 보관하고 싶어요. 저에게 손 편지와 그림은 곱디고운 추억의 저금통이 될 거예요. 또 연락이 되는 고마운 분들에게는 한두 장 선물도 할 수 있다면, 손 편지의 주인공들에 대한 보답이 될 수도 있겠네요. 아직 그림 실력은 많이 부족하지만요. '선포해야 이룬다'는 말이 있기에 에필로그에 적어보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다시 손 편지를 써볼 생각이에요. 바로 이 책이 그러한 손 편지이기도 하고요. 여러분들도 손 편지의 주인공들을 한 번 찾아 나서 보면 어떨까요? 과거로의 추억여행! 무척 행복한 시간이 될 거예요. 앞으로도 저처럼 손 편지를 다시 쓸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손 편지 / 서순오
손 편지는 비타민
한 입 털어 넣으면
하루 피로가 쫘악 풀리고
손 편지는 산소
흠뻑 들이마시면
온몸 가득 생기가 돌고
손 편지는 에너자이저
충전하면 새 힘이 불끈
살아온 시간에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