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일부인 양 알바*도 해가며

제1좌~제4좌 마니산, 불갑산, 금수산, 용봉산

by 서순오

제1좌 머리산 : 강화 마니산 (2019. 9. 21. 토)

가을 느낌 완연, 날씨는 선선하고 하늘도 약간 흐리고, 바람이 불어 쾌적한 산행이다. 초입 오르니 저 멀리 석모도가 보이는 강화도 앞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바다도 마을도 논밭도 그림이다.
마니산에는 오늘 토산님들만 호젓한 산행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아마도 다 꽃구경 갔지 싶다. 그렇지만 사람 많은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이런 호젓한 산행이 좋다.
뭐 4시간 내외라더니 오름길이 그리 만만치 않다. 바위산이라 주로 바위를 건너뛰며 걷는다. 거의 한 달 만에 온 이들은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산을 오른다.
그래도 나는 벌써 연속 거의 2년째 토요일마다 산행을 하고 있어서 조금 수월하다. 바다도 바위도 멋져서 풍경을 보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 제1좌를 마니산에서 찍는다. 마니산은 별칭이 '머리산'이라는데, 첫 인증숏을 이곳에서 찍어서 더 의미가 있고, 기분이 참 좋다. 앞으로 몇 년이 걸리더라도 100대 명산 모두를 다 인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나씩 오르다 보면 언젠가는 100대 명산을 완등 하는 날이 오기는 할 것이다.


제2좌 상사화(꽃무릇) 축제 : 영광 불갑산 (2019. 9. 28. 토)

울 고향 영광 불갑산 산행과 상사화(꽃무릇) 축제를 보러 간다. 고향이지만 한 번도 못 가본 불갑산 산행, 붉은 꽃 상사화(꽃무릇)가 기대가 된다.
좋은산에서의 첫 번째 산행이다. 딱 한 자리가 남아서 겨우 신청했다. 혼자 산행하고 싶을 때는 산악회에서 혼자 신청하면 좋다. 둘씩 셋씩 온 분들과 만났다가 헤어졌다가 다른 산악회 분들도 만나고 두 분이서 따로 오신 분들과도 만난다. 그러나 자주 고립된다. 나는 자주 혼자되는 그게 좋다. 호젓한 산길, 나홀로 산행, 상사화가 무리 지어 피어서 친구를 해주니 전혀 외롭지가 않다.
호랑이굴 지나 나홀로 밥상을 펴고 앉아 밥을 먹는다.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아 반만 먹는다. 사과 한 개 먹고 일어선다. 갈 길이 멀어서다. 혼자일 때는 여유가 있지만 또한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타고 갈 차 시간에 대어 가야 하니까.
고향 영광 불갑산 산행과 상사화(꽃무릇)를 맘껏 보고 눈에 마음에, 사진에 담고 내려온다. 언제나 그리운 내 고향 영광, 그리고 불갑산 산행! 육산이라 오름길 적당하게 오르막이고, 내리막길도 적당하게 내리막이라 걷기는 딱 좋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슬픈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진, 불타는 상사화를 이렇게 많이 보기는 처음이다. 상사화(꽃무릇) 축제가 24일에 끝나서인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더 좋다.
불갑산 정상 연실봉에서는 블랙야크 100대 명산 두 번째 인증숏을 찍는데, 하늘이 파아란 게 정말 멋지다. 이래서 산은 오르는 것이다.
상사화(꽃무릇)가 양쪽으로 군락을 이룬 산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니 불갑저수지다. 물가에도 상사화가 만발하여 햇빛과 조화를 이룬 모습이 더욱 애잔하다.
축제의 남은 장터에서 올벼쌀과 볶은 땅콩을 사고 여유만만이다. 3시간 30분이면 완주할 수 있는 9.5km 산행을 5시간이나 주었기에 쉬어가며 사진도 찍어가며 이야기도 나눠가며 천전히 오르고 내려온 것이다.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신비로운 불갑산 연실봉과 꽃무릇 산행, 참 행복한 하루이다.


제3좌 비단산 얼음골 능강계곡 : 제천 금수산 (2019. 10. 5. 토)

비단산 금수산 입구에 내리니 코스모스 꽃길이다. 내 소녀적 별명이니만큼 눈 맞추고, 금수산 등산로 안내도에서 인증삿 찍는다.
가는 길에 남근석 공원이 있어서 둘러보고 부지런히 오른다.
금수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2.2km인데 계속 가파른 바위길 오름길이다. 군데군데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도 담고 가파른 계단도 올라 금수산 정상에 닿는다. 어제 그제 태풍으로 비가 내린 뒤라 습하고 운무가 가득하다.
금수산 정상에서 블랙야크 100대 명산 제3좌 인증을 한다. 운무가 가득하지만 운치가 있다.
정상 찍고 조금 내려와서 전망대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고 망덕봉 가는 쪽으로 가다 보니 옆자리에 앉으셨던 분이 혼자서 점심을 먹고 있다. 하산길 5.9km라 길어서 망덕봉까지는 또 1.6km라 생략하고 바로 하산하자고 하니 그러자고 한다.
빨간 단풍, 노랑 단풍 예뻐서 담고 운무를 헤치며 산을 오르고 내린다.
금수산은 월악산 국립공원의 일부라는데,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워서 금수산이란 이름이 붙었단다. 올라보니 그렇다. 안개 때문에 조망은 좋지 않지만 산세가 좋다.
특별히 얼음골 능강계곡은 끝없이 이어지는 계곡이 맑고 투명하다. 폭포가 만들어내는 담도 푸르다. 물소리와 함께 걷는 청정숲길이 길고도 길다. 여름에 오면 한기가 들 정도라고 하니 내년에는 여름 산행도 해보아야겠다.
하산길은 그야말로 계곡 물소리에 귀가 즐겁다. 내려오다가 계곡물에 얼굴을 씻고 발도 씻는다. 발이 얼얼하다. 태풍이 지난 뒤라 수량이 풍부하다.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돌탑을 쌓는 얼음골 지킴이가 사는 곳이 나온다. 온통 돌탑이다. 돌탑 사이로 하양, 연분홍 구절초가 만발하였다.
청풍호 멋진 풍경 속에 우리가 타고 갈 버스가 서 있다. 시간에 여유가 있어 청풍호를 바라보며 사색에 젖는다. 오늘도 멋진 하루를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제4좌 바위 동물원 : 홍성 용봉산 (2019. 10. 19. 토)

바위 동물원 홍성 용봉산 산행이다. 날씨가 너무 좋다. 파란 하늘과 내 청색 옷차림이 잘 어울린다.
좋은산에서 100대 명산 완등 하는 부부가 있어서 호박 백설기와 칫솔 선물도 받는다.
용봉산 정상은 약 1시간 정도 오르니 도착한다. 계속 오름길이긴 한데 급경사는 아니고 완경사라서 걷기가 좋다.
산을 걷고 있노라면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된 듯 편안해진다. 이래서 산에 빠지면 점점 더 헤어 나오질 못하는 거라고 함산 한 산우님이 얘기해주신다.
용봉산은 기암괴석이 많다. 꼭 합천 가야산을 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오르고 내릴 때 조망이 좋다. 산은 그리 험하지 않고 오르락내리락 재미가 있다.
사자바위, 물개바위, 병풍바위, 삽살개 바위, 행운 바위 등등 바위들마다 이름도 다 있다.
산은 멀리서 보면 단풍이 살짝 들어서 단풍이 절정일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또 그런대로 이쁘다.
날씨가 너무 좋아 쾌청한 산행이다. 산이 있어, 산에 오를 수 있어 행복하다.
내 옆에 앉은 분은 오늘 용봉산 덕숭산 수암산까지 3개의 정상을 밟으셨단다. 오늘로 블랙야크 100대 명산 96좌를 찍으셨다고 다음 달이면 완등을 하신단다. 세상에나! 오늘은 부부가 완등 하시더니만 옆 좌석 짝꿍도 곧 완등이시고, 오늘 산행을 함께 해주신 분도 98좌를 해서 다음 달이면 완등을 하신다고 그런다.
난 이제 시작이고 꼭 빨리 완등 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그저 운동 삼아 자연과 벗 하고 싶어 산을 타고 섬&산을 가는 것이니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블랙야크 100대 명산을 찍을 예정이다. 뭐 그런다고 누가 뭐랄 것도 아니고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니까 그저 오르고 내리고 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오늘 한 3km 정도는 알바*를 한 것 같다.
용봉산 정상을 오르는 건 약 1시간 내로 완경사 오름길로 쉬웠는뎨, 하산길이 만만치 않게 길다. 그렇지만 풍광이 좋아 홍성의 금강산이라 불릴만하다고 여기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는다. 바위길, 계단길, 흙길, 딱 걷기가 좋았는데 말이다.
용봉산에서 내려와 덕숭산을 타야 하는데 우리는 생략하고 임도로 진행하는데 방향을 잘못 잡았다. 계속 임도길. 거의 3km 정도를 한 시간 이상 걸어서 완전 알바를 한 것이다. 한 바퀴 빙 돌아서 보니 바로 지름길이 보이더만 아쉬워한다. 그래도 덕분에 마을 구경도 하고 온갖 꽃구경에 코스모스 꽃길에 주렁주렁 열린 감에 빨갛게 익은 사과에 눈요기 실컷 하고, '비슬이'라고 '야관문'이라고도 하는 거라는데, 말려서 차로 먹어도 좋다고 함산 한 분이 조금 꺾어주길래 가져와서 깨끗이 씻어놓았다. 임돗길을 걷다 보니 날씨가 맑아 저 멀리 합천 가야산까지 조망이 되고 싸리나무 노랗게 물든 모습도 매력적이다.
임돗길 알바는 활짝 핀 가을꽃들과 천연의 풀숲과 탐스러운 과수원과 튼실한 채소밭과 황금들판과의 만남이다.
옛날 같으면 사과 한 개, 단감 한 개, 무 한 개 쓱 따고 뽑아서 옷자락에 한번 문질러서 한입 베어 물고 걸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만 그냥 눈으로 감상만 하고 온다. 등산객이 나 하나가 아니니까 농부들이 애써 가꾼 농작물에는 손을 대면 안 된다. 그게 산행 수칙이기도 하다.
다시 육괴정 쪽으로 약 1.38km 산길을 걸어 수덕사 주차장을 찾아간다. 우리가 타고 갈 버스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산길이 끝나니 상점과 식당, 화장실이 있어서 시간을 보니 약 50여 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씻고 여벌 옷을 갈아입는다. 그 사이 함께 온 일행은 모두 먼저 가고 보이지 않는다.
또 주차장 찾아 삼만리~. 거의 코앞까지 가놓고는 어디로 가는 지를 몰라 대장님께 전화를 걸어 물어본다. 요래조래 통화를 하고 있는데 함께 온 다른 분들 몇이 뒤에 오신다. 그리고 수덕사 대문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주차장 표시가 보인다. 이왕 표시를 할 거면 대문 밖에 해두는 게 더 좋을 듯싶은데 말이다.
아무튼 일찍 하산해서 버스는 3시 30분에 서울로 출발한다. 실컷 알바를 했어도 몸도 마음도 가뿐하다. 늘 경험이니까 새로운 길이니까 좋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7시다. 씻고 누우니 마음이 뿌듯하다.


*알바 : 본 산행에서 벗어나 길을 헤맨다는 뜻


마니산에서 조망하는 강화도 앞 바다
불갑산 상사화
금수산 얼음골 능강 계곡
용봉산 삽살개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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