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그림인지 우리가 그림인지

제5좌-제7좌 백암산, 장안산, 칠갑산

by 서순오

제5좌 불타는 단풍 : 장성 백암산 (2019. 11. 16. 토)

내게 다시 산행을 가르쳐준 토산과의 반가운 만남이다. 날씨는 최고로 좋다. 장성으로 내려오는 동안 차창밖으로는 운무가 가득 끼었던데 차에서 내리니 하늘이 제법 맑고 춥지도 않고 시원하다.
두꺼운 옷과 여벌 옷은 차에 두고, 짐을 가볍게 하고 오른다. 산행 초입부터 단풍이 고와서 사진을 찍어대니까 큰산 대장님 말씀이 하산길이 더 멋지다고 부지런히 걸으란다.
오늘은 운영진이 올해 마지막 산행이고 다음 달에는 송년산행이라고 콩설기와 음료를 선물로 준다. 아침에 그걸 먹어서 아직 배가 부른데 조 오르다가 점심을 또 먹으니까 걷기가 조금 어렵다.
그렇지만 걷다 보니 금세 배는 꺼진다. 가파른 오름길, 완만한 길, 가파른 나무데크, 길이 참 좋다. 편안한 길이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 다섯 번째 인증숏을 백암산 상왕봉에서 찍는다. 하루에 두 개의 봉우리를 오른다. 백암산의 상왕봉, 백학봉, 둘 다 인증숏 찍고, 멋진 나무에서도 무리 져 굽이치는 백암산의 울긋불긋 단풍 전망을 한다.
백암산은 무엇보다 내장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산이라서 단풍이 절정이다. 올 가을 마지막 단풍을 실컷 보고 간다. 안 왔으면 후회했을 뻔했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단풍도 너무 고와서 감탄사를 연발하며 걷는다. 자연이 있어서 가을이 있어서 단풍이 고와서 좋은 사람들이 옆에 있어서 감사 감사하다.
백양사 쪽으로 내려오니 입구에 호수와 단풍이 어우러진 전경이 환상적이다. 호수에 비친 단풍 그림자, 호수 위에 떨어진 단풍잎 동동. 유유자적 거니는 사람들. 모두가 다 신비롭다.
백양사 주차장 입구 장흥 식당에서 버섯전골로 뒤풀이하고 서울로 출발한다. 리딩 해주신 큰산 대장님과 함께한 토산님들에게 감사하다.


제6좌 생각하는 억새 : 장수 장안산 (2019. 11. 23. 토)

사각사각 대숲에 댓잎 소리, 하늘하늘 억새 능선 억새 소리, 푸르디푸른 하늘 바탕에 폴폴 날리는 흰 구름, 굽이굽이 물결치는 산 능선, 저 멀리 그윽하게 보이는 옅은 운무 속 지리산 능선, 바스락바스락 밟히는 낙엽소리, 장수 장안산 산행 풍경이다.
하늘 구름에 맞닿아 보고파 스틱을 높이 뻗어본다.
신을 오르다 보면 자연이 그림인지 우리가 그림인지 싶을 때가 있다. 꽃 속에서는 꽃이 되고, 눈 속에서는 눈사람이 되듯이, 청명한 가을 하늘 억새 숲에서는 살랑이는 억새가 되기도 하고, 드높은 하늘에서는 하늘 구름 타고 오르는 선녀가 되기도 한다.
오늘 함께 한 짝꿍 향이님과 일일 대장 스마일님, 일일 삼총사가 즐겁게 산행하고 찍은 사진도 서로 보내주고 한다.
나 빼고 두 분은 아주 산꾼들이다. 작년부터 산을 탄 나보다 올해부터 산을 탄 두 분이 더 날렵하고 산을 잘 탄다. 물론 나보다 젊고 이쁘다.
새로운 고운 이들과의 만남 흥미진진하다. 좋은산 심포니 여자 리딩 대장님은 1호차에 타셔서 잠깐 2호차에 오셔서 산행 안내만 해주신다. 심포니 대장님과는 두 번째 함산이다. 그때가 언제였던가? 아마도 영광 불갑산(상사화) 산행인 것 같다.
낭만적인 생각하는 억새 장안산 산행!
가을을 제대로 느낀다.


제7좌 천장호 출렁다리와 아흔아홉 골 : 청양 칠갑산 (2019. 12. 21. 토)

좋은산에서 청양 칠갑산 & 천장호 출렁다리 산행이다.
하루 전에 미리 배낭을 꾸려놓고, 장을 보러 갈까 하다가 그만둔다. 내일 가져갈 비상식(초콜릿, 소시지, 젤리, 쌀국수, 왕만두)도 다 준비해놓은 게 있고, 반찬거리도 며칠 전에 장 봐 놓은 게 있어서 그냥 쉰다.
서해안 산간지역에 눈 소식이 있어서 우리가 갈 청양 칠갑산에도 혹 눈이 내렸을지 모르겠다. 주말 날씨는 조금 추울 거라고 한다. 아이젠과 스패치, 스틱과 장갑, 모자와 워머 준비를 하고, 여벌 옷은 웃옷과 양말 한 켤레만 넣는다. 날씨가 추우면 땀을 많이 흘리지 않기에 산행 후에 얼굴 정도 닦으면 되고, 웃옷이나 속옷은 갈아입지 않아도 괜찮지만 그래도 혹 모르기 때문이다.
칠갑산 산행코스는 두 가지인데, 나는 조금 쉬운 A코스를 걸을 예정이다. 그래도 8.5km 약 4시간 30분은 걸어야 한다. 점심은 산 위가 추울 수 있어서 따뜻한 물과 쌀국수, 그리고 밥과 김치 조금 가져가려고 한다. 추울 때는 자리를 펼쳐놓고 편하게 앉아서 점심을 먹기가 마땅치 않을 수도 있다. 돌이나 나무에 걸터앉아서 먹거나 서서 먹어도 산행 후 점심은 꿀맛이다.
겨울산행은 또 색다른 맛이 있다. 부디 눈꽃 산행이면 좋겠다. 그렇지 않더라도 추위에 땀을 살짝 흘리며 걷는 맛이 있다.
주말에 영하 10도로 내려가 날씨가 춥다는 일기예보에 옷을 두껍게 입고 나선다. 그런데 밖에 나와보니 날은 그다지 춥지 않다. 산을 오르는 데도 춥지 않을 것 같아서 두꺼운 옷은 차에 두고 가을에 입는 잠바만 입고 장갑도 가을 장갑을 끼고 출발한다. 그렇지만 워머와 모자는 쓰고 나선다.
멋진 천장호 출렁다리가 먼저 우리를 반긴다. 오늘의 짝꿍과 나는 여유 있게 사진을 찍고 간식도 조금 먹고 천천히 산을 오른다.
칠갑산 천장호에는 <고향의 봄> 시비와 <콩밭 매는 아낙네상>과 <용과 호랑이 전설> 그리고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이야기가 있어서 재미나다는 생각이다.
칠갑산을 조금 오르니 천장호와 출렁다리가 한눈에 조망이 된다. 참 그윽하니 멋스럽다.
산은 겨울에 올라도 좋을 만큼 완만하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도 그다지 험하지 않고 능선길이 많아 편안하다. 눈이 내려도 무난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눈이 살짝 내린 데다 바닥이 얼어있지만 스틱을 짚고 조심조심 걸으니 그다지 미끄럽진 않다.
걸음이 빠른 짝꿍은 먼저 올라가고 쉬엄쉬엄 혼자서 걷노라니 고즈넉하니 참 좋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올 한 해를 돌아보며 고마운 생각, 그리운 생각, 두루두루 하며 걷는다. 새해 소망을 담아 기도도 드린다. 올해보다 나은 새해, 꿈꾸는 것들이 무르익는 새해, 건강하고 복된 새해가 되기를 기도드린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기도드린다.
45명이 한 차를 타고 와도 산행할 때는 혼자 할 수 있어서 더 좋다. 걷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다. 정상에서 짝꿍이 손짓을 한다. 인증숏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정상 풍경을 담고 싸온 간식을 먹는다. 쌀국수, 소시지, 고구마 등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날이 춥지 않아 도시락을 싸와도 좋았을 것 같다.
칠갑산 정상에서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숏을 찍는다. 짝꿍은 올 4월부터 시작해서 이제 27번째 찍었다고 한다. 나는 이제 7번째 인증숏이다. 서두르지 않고 산행하고 있어서 느리지만 그래서 더 여유 있고 좋다.
하산길에서는 <칠갑산 아흔아홉 골> 촬영 장소를 만난다. 날씨가 아주 맑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법 산 능선과 골짜기 굽이굽이가 잘 보인다고 좋아라 한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부지런히 내려온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남을 것 같다.
조금 더 내려오니 <연인 소나무>가 있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하나로 뭉쳐져 밑에서 보면 하나인데 중간에 갈라졌다가 붙었다가 또 갈라졌다가 붙었다가 뱅뱅 돌면서 신기하게 자랐다. 아마도 연인들도 이러지 않을까 싶다. 함께인 듯 아닌 듯 그래도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늘 한 자리에서 뱅글뱅글 맴돌면서 함께 가는 것이다. 이 나무에 <연인 소나무>라는 이름을 붙인 게 재미나다.

장곡사를 지나며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하산 완료하니 장승공원이 나온다. 다양한 장승들이 서 있어서 구경하고 사진도 찍는다. 나무에 사람의 형상을 다양한 표정으로 새겨놓은 게 신기하다.
식당가에서는 메주도 띄우고 곶감과 시래기도 말리고 장독대에 된장, 고추장, 간장이 익어가는 풍경이 멋지다.
조금 쉬운 코스로 간 우리는 오전 10시에 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하산하니 오후 2시 10분이다. 같은 시간에 오르기 시작해서 하산길에서 형제봉 하나를 더 오르는 코스로 간 이들은 오후 2시 40분 정도에 하산한다. 그래도 총 산행 시간 5시간(오후 3시 집결) 보다는 모두 일찍 하산해서 조금 일찍 버스에 타고 귀갓길에 오른다. 오후 6시 정도면 집에 도착할 수 있겠다.

장성 백암산 단풍
칠갑산 천장호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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