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권사님!
(제가 알던 당시에는 집사님이셨지만 지금은 권사님 되셨을 테니까 그렇게 부를게요.)
B권사님은 쌍둥이 아들들이 영리해서 얼마나 좋으실까요? 더군다나 애들이 착하고 아주 효성스럽다고 했지요?
"머리가 좋다는 것은 이해력이 높다는 것이고, 하나를 가르치면 열 개를 안다는 뜻이로군요!"
제가 B권사님의 아들들을 가르치면서 드는 생각이었어요. 저도 실은 머리가 꽤 좋은 편에 속하지만, 쌍둥이들은 한창 자라고 있는 청소년기라서 그런지 더욱 예리하고 명석함이 돋보였어요. 제가 논술을 가르친 학생들 중에서 쌍둥이 형제가 제일 똑똑했던 것 같아요.
제가 영어사업을 하다가 종교적인 이유로 그만두고 쉬고 있을 때였어요. B권사님이 저에게 쌍둥이 애들을 맡기신 것이 제가 논술을 지도하게 된 계기가 되었네요. B권사님과 저는 함께 교회학교 소년부 교사로 섬기고 있었는데 B권사님이 저에게 중3짜리 아들 쌍둥이를 부탁해 왔기 때문이에요.
"민사고와 과학고를 보내려고 하는 데, 방학 동안에 딱 한 달만 가르쳐 주세요."
"네. 일주일에 두 번, 1시간 반씩 하면 좋겠네요."
저는 대답하고 날짜와 요일을 정했지요.
그리고는 서점으로 가서 입시논술 교재를 살펴보았어요. 제가 그동안은 영어사업을 했기에 영어 듣고 말하기는 한 2년 정도 가르쳤고, 그 이전에는 초중고 아이들에게 국영수 학습지를 가르쳐 보았어요. 또 그 이전에 독서지도는 꽤 오래 했었고요.
그렇지만 입시를 위한 고급논술로 완결된 글을 쓰는 건 처음 지도해 보는 것이라서 조금 자신이 없었어요. 더군다나 애들이 IQ가 150 짜리라는 데요. 중학교에서 한 아이는 전교회장이고, 둘이 다 전교에서 문과, 이과 1등을 하고 있다고 했으니까요.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지요.
저는 아주 얇은 S대 대입논술 교재 <논술워크숍>을 골랐어요. 짧게 논술에 대한 요약과 예시문과 실전문제, 그리고 모범답안지가 따로 분리된 형태의 두 권짜리 교재였어요. 저는 그것을 들고 가서 중3짜리 쌍둥이에게 설명을 하고 쓰기를 시키고 첨삭해 주는 방식으로 가르쳤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말귀를 얼마나 잘 알아 듣는지 제가 기대하는 것 이상이었어요. 논술문제에 대한 답안 글을 요구하는 대로 척척 잘 썼는데, 문법에도 잘 맞고 분량도 딱 알맞고 아주 논리적이었거든요.
"역시나 머리가 좋은 사람은 쉽게 가르칠 수가 있구나!"
저는 굉장히 보람을 느끼면서 가르치는 재미에 쏙 빠졌어요.
논술지도가 끝나고 쌍둥이들은 좋은 성적으로 그 해에 민사고와 과학고에 합격했어요. B권사님은 제게 고맙다면서 고급 화장품 선물과 함께 손 편지를 써서 주셨지요. 물론 손 편지 안에는 촌지도 함께 넉넉하게 넣어 주었어요. 저도 책 선물과 함께 쌍둥이들에게 축하의 손 편지를 써서 주었지요.
그 후 저는 계속해서 논술지도를 하게 되었어요. 쌍둥이들이 저에게 지도를 받고 민사고와 과학고에 들어갔다는 소문은 금세 교회 안에 뿐만 아니라 인근학교에도 퍼졌어요. 저에게 독서와 논술 지도를 받겠다는 아이들이 줄을 섰지요. 저는 꽤나 우수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었어요. 학부모님들이 처음에 3명씩, 4명씩 그룹을 짤 때, 애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말을 하면서 꼭 가르쳐 달라고 했어요. 저는 그룹을 골라가면서 가르칠 수 있었어요. 하루 두 팀씩 주 3일 정도만 가르쳐도 일반 직장인 월급보다 수입이 많았어요. 당시 저희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느라고 잠시 쉬고 있었는데, 제가 버는 수입으로도 그럭저럭 두 아이 학교 보내면서 생활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거든요. 모두가 다 쌍둥이 형제를 가르친 파급효과였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B권사님의 쌍둥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육사와 S대 이공대에 진학했지요. 그래서 저에게 고급 대입논술도 지도해 달라는 고등학생들이 있어서 또 가르쳤지요. 교대에 간 애도 있고, 의대에 수석으로 들어간 애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저는 우연한 계기로 초등학교에서 논술을 지도하게 되었고, 그룹 지도는 그만두었지요.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은 시간이지만, 헤아려보니 제가 논술 그룹지도를 한 햇수가 거의 6~7년 정도는 되었네요. 초등학교까지 하면 10여 년, 그전에 한 독서지도까지 하면 20여 년, 참 오랫동안 가르쳤네요.
쌍둥이 형제가 지금은 어엿한 성인이 되어 주요 일터에서 일하고 있겠네요. 민사고를 나오고 육사에 갔던 아들은 졸업 후에 로스쿨에 갔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법조인이 되었겠네요. 제가 그 교회를 떠나온 지 오래되어서 이제는 소식을 못 듣네요. 그렇지만 가르치는 자나 배우는 자나 윈윈 했다는 생각이네요.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으니까요. 지금에서야 말이지만 B권사님과 쌍둥이들에게 감사해요. IQ 150 짜리 쌍둥이들을 가르친 건 저에게 행운이었네요. 네잎클로버의 행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