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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Aug 19. 2024

하늘나라 가면 만나 뵈어요

  작은 예수님 같았던 C 목사님,

  자그마한 키에 발음도 정확하진 않지만 언제나 은은한 주님의 모습이 풍겨오는 C 목사님이 Y교회에서 담임으로 목회하시는 동안 성도인 저희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답니다. 지금도 설교단 위에 서신 목사님의 모습이 눈에 하게 떠오릅니다.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제가 아주 오랫동안 교회에 나가지 않다가 어느 날 영어 사업을 시작하고 지사장에서 보이는 곳에 바로 Y교회가 있었어요. 4층인 제 방에서 창밖으로 내다보면 Y교회 벽에 그려진 모자이크 벽화가 정면으로 보였지요. 예수님이 잃어버린 어린양 한 마리를 찾아 품에 안고 계시는 장면이었어요. , 그런데 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린양이 바로 저인 거예요. 왈칵 눈물이 쏟아졌어요.

  "내가 지금 교회에 가도 주님이 저렇나를 안아주실까?"


  근을 해서 집에 가보니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우리 이들이 들어와서 얘기했어요.

  "엄마 엄마 우리 친구들 다 교회에 다니는데 우리도 교회 가면 안 돼요?"

  "왜? 안 될 것 없지. 어느 교회라던?"

  "바로 엄마 사무실 뒤에 있는 Y교회예요."


  그래서  저는 그 주간 주일에 두 아이의 손을 잡고 교회에 가서 등록을 하고 예배를 드렸어요. 물론 아이들은 유아부와 유치부에 등록시켰지요. 그날 설교 말씀 본문은 예수님이 잃어버린 어린양을 찾아 헤매는 누가복음 17장의 말씀이었어요. 교시간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제가 실은 울보거든요. 책이나 드라마, 영화를 보다가도 뭔가 가슴이 뭉클해져 오면 엉엉 소리 내어 울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정말이지 뜨거운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이 울었어요. 끝나고 새 신자실에 가 C 목사님을 만나 뵙고, 환영선물을 받는데 그때도 눈물이 그치질 않는 거예요.


  "교회를 아주 오랫동안 쉬어서요. 세례지 받았는 데요. 그래도 주이 절 기억해 주시는 게 감사해서요."

  저는 쑥스러워서 휴지로 눈물을 훔치며 묻지도 않는 질문에 대답을 혼자서 했네요.


  그 후 는 교회일이 항상 제1순위였고 교회학교 교사로, 성가대원으로, 여전도회 회원으로, 셀리더로, 교구 장례부 서기로 봉사를 했네요.


  우리 아이들 교회학교 유아부 유치부에서 성가대를 하면서 좋은 선생님 밑에서 신앙교육을 받았지요. 작은 아이는 아직 글씨도 다 못 익히고 악보도 읽지 못했는 데도 찬양곡을 외워서 불어요. 악보를 들고 찬양을 부르는 딸아이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자꾸 불러보라고 시켰지요. 그러고는 칭찬해 주고 아이를 번쩍 안아 들고 뽀뽀를 마구마구  해주었어요.


  저희 남편 얼마 후에 우리 교회에 나왔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들 데리러 왔다가 우연히 들어본 목사님 설교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었어요. 예배드릴 때 앞자리가 좋았지만 저희 남편이 중간 이후의 자리를 선호해서 항상 목사님의 모습이 적당하게 보이는 지점에 앉아서 예배를 드렸었네요.


  그리고 우리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목사님께 세례를 받았네요. 는 여고시절에 학교에서 세례를 받았기에 또 받을 필요는 없었지만 신앙이 깊어지자 C 목사님께 새롭게 세례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교구 목사님께 여쭈어 보았지요. 그랬더니 교단이나 교회를 상관하지 않고 정통 교단이면 세례는 한 번만 받는 거라고 하셨어요.

  "이를테면 세례도 결혼식 같은 거라고 보면 돼요. 같은 사람과 결혼식을 여러 번 하지 않는 것처럼 세례도 하나의 의식이라서 한 번만 받으면 되죠."

  요즘에는 기념으로 은혼식, 금혼식 등 리바이벌 결혼식 풍습이 있긴 하지만요. 그만큼 C 목사님이 좋았어요. 정말이지 진짜 예수님을 닮은 분이라고 생각지요.


  C 목사님은 집과 교회 이외 다른 곳은 거의 가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교회에 오면 당회장실에서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서 하루 종일 기도신다지요. 기도가 끝나면 설교 준비를 하셨고요. 그래서 그런지 Y교회에는 전도해서 오는 사람보다 저처럼 자진해서 등록하는 성도가 많았다고 해요.


  교회 갈 때마다 예배 때다 어찌나 마음이 설레었던지 꼭 첫사랑 하는 소년소녀 같았다니까요. C 목사님이 목회하던 그 시절 무척 행복한 신앙생활을 했었네요.


  그리고 C 목사님과 얽힌 이야기가 또 하나 있네요. 제가 셀리더를 하고 있을 때, 우리 셀에서 헬퍼로 섬기B 집사님이 '망상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일이에요. 처음엔 그저 조금 이상하다 생각했지요. 자꾸만 C 목사님께 무얼 갖다 드린다고 해서요. 돈도 거금을 봉투에 담아서 C 목사님 개인에게 드리고 싶다고 저에게 의논해 왔어요. 그건 안 된다고, 하려면 헌금을 하라고 했더니 기백만 원을 봉투에 넣어서 '선교헌금'이란 명목으로 , 'C 목사님께'라고 부제를 달서 헌금함에 넣었지요. 교회에서 저에게 전화가 와서 같이 가니까 C 목사님이 직접 B 집사님에게 그 돈을 돌려주었지요.


  그렇지만 B 집사님의 병은 점점 더 깊어져 갔어요. 급기야는 B 집사님을 데리고 정신병원까지 가는 일이 생겼지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도리어 상대방이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집착을 하면서 계속해서 선물공세를 하는 병이라고 했어요. 일명 '색정형 망상장애'라고 했지요. 병원에서 약을 주었는데, B 집사님은 약사 친구에게 전화해서 처방전의 약 성분을 물어보고는 수면 성분이 섞였다면서 먹지 않고 내다 버렸다고 했어요.


  저는 집사님의 병을 기도로 고쳐보려고 사순절에 40일 새벽기도에도 데리고 다녔어요 그렇지만 잠시 괜찮은가 싶다가 또 그랬어요.


  그 후 제가 신대원에 입학하게 되었고, 다른 교회 중고등부 사역이 결정되어서 Y교회를 떠나왔요. B 집사님을 더 이상 돌볼 수 없었어요. C 목사님은 이제 2년 후면 명예롭게 은퇴를 하실 시점이었는데 B집사님으로 인해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기가 어려운 상태였어요. 자칫 잘못하다가는 여자문제로 그동안 38년의 성역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거든요. 저는 모교회인 Y교회를 떠나왔기에 그저 소식을 들을 뿐이었어요. Y교회 1층 로비가 온통 B 집사님이 보낸 물건들로 가득 찼다고 하더만요.


  1년 후 저는 Y교회에서 유년부 사역이 결정되어 다시 왔어요. 중등부 사역을 하던 교회는 너무 멀어서 학업과 사역과 가정일을  병행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모교회로 온 것이지요. 그때 C 목사님께서 베풀어주신 사랑을 잊지 못 거예요.


  조금 늦었다고 하시면서 신대원 등록에 보태 쓰라며 사비로 장학금도 주셨고요, 교회에서 신대원생들을 불러서 식사도 대접하고 책 선에 교통비까지 주는 신대원생 초청잔치도 우리 교회에서 해주셨어요.


  C 목사님은 명예롭게 은퇴하시고 새 담임 목사님을 청빙 했지요. 저는 C 목사님 계실 때 1년, 새로 오신 H 목사님 계실 때 1년, 악 2년간의 유년부 사역을 모교회인 Y교회에서 할 수 있었어요. B 집사님은 안 보이기에 물어봤더니 다른 교회로 가셨다 하더만요.


  그렇지만 C 목사님은 은퇴 후 암에 걸려 투병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마도 B집사님 일로 얼마나 마음을 태우셨을까 생각만 해도 짐작이 가는 일이었어요. 해마다 두 번씩 정기검진을 해도 보이지 않던 담낭암이 은퇴 후에서야 발견되고 그것이 또 말기였다니 말이에요.


  제가 대학병원 원목실로 사역지를 옮기고 C 목사님 병문안을 갔을 때는 거의 의식이 없으셨어요. 잠깐 정신이 돌아와 눈을 뜨실 때가 있었어요.

  "목사님, 저 서전도사 왔어요."  

  그랬더니 알아보신 듯 눈을 깜빡이셨지요. 저는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져 병실을 나와 화장실에서  눈을 훔쳤지요.


  C 사님, 그토록 뵙고 싶어 하시던 예수님과 함께 지금은 아주 잘 지내고 계시지요? 하늘나라에 가면 만나 뵈어요.


  제가 평신도일 때부터 목사님께는 늘 손 편지를 써서 작은 선물과 함께 드렸었지요. 주로 비타민이나 화장품 같은 것이었어요. 가끔 과일은 택배로도 보내드렸었지요.


  이제 다시는 C 목사님께 손 편지 쓸 날이 없겠네요. 하늘나라에서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한다니까요. 우리가 지금은 거울을 보는 것 같이 희미하게 보아도 그때에는 직접 만난다고 했으니까요.

  "C 목사님,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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