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이경 함께 걷기(안산자락길)
이화경영 함께 걷기는 올해로 제4회째를 맞는다. 나는 제1회부터 시작해서 제4회까지 총 4번 참석을 했다. 해마다 기다려지는 행사이기도 하다. 선후배 동창들과 동기들을 만나 즐겁게 이야기 나누며 편안한 길을 걸을 수 있고 또 모교를 돌아볼 수도 있어서이다. 두 번은 안산자락길, 한 번은 이화 교정, 한 번은 청계산둘레길을 걸었다. 올해는 2기 동창부터 32기 동창까지 총 33명이 참여하였다.
이경 함께 걷기는 안산자락길인데, 거의 평지 수준의 길을 걷는 거라서 산악회에서 걷는 산길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그래서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오래전 졸업하신 선배님들도 함께 할 수가 있다. 다음번에는 다른 코스도 개발을 해볼 거라고 한다.
독립문역 5번 출구 밖에서 만나 출석체크하고 간식을 받고 우리 동기인 박성연 부총장님 기도한 후, 이경회 동창회장인 김지훈 회장님에게 산행 안내를 받고,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한다. 한 10여 분 도로길을 걸어 한성과학고를 지나 안산자락길로 들어선다. 초반이 가파른 데크길인데 아주 짧다. 곧 데크로 잘 만들어놓은 평지길이 이어진다. 서대문 이음길이라는 안내도가 군데군데 세워져 있다. 주변 산과 서울시내를 보며 걸을 수가 있다. 데크길 양쪽으로는 진노랑 황매화가 지천이다. 오늘은 일명 '황매화 산행'이라 불러도 좋겠다.
울 이경 21기 동기는 항상 최다 인원이 참석을 하는 편이다. 오늘도 총 7명(미경, 성연, 명애, 순오, 선희, 혜선, 명희) 참석하였다. 울 동기인 성연이가 학교에 교수님으로 있어서 구심점이 되어주고, 또 지난해까지 동기인 은주가 이경 동창회장으로 있어서 더 열심히 참석을 한 점도 있다. 올해는 성연이가 경영학과 학장님이 되었다가 이제는 부총장님이 되었다. 그래도 더 열심히 동기 모임에 나와 주고 점심 및 차도 쏘아주고, 또 다른 친구들도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턱을 내주어 늘 푸짐하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야기 나누며 걷는다. 나는 이야기보다는 조용히 걷는 걸 더 좋아해서 주변 풍경과 꽃과 나무를 보며 천천히 걷는다. 함께 걷지만 따로 걷는다. 이것은 나의 걷기 방식이다. 매번 가는 산행에서도 늘 그런다.
데크길과 흙길 걸으니 전망대가 나온다. 주변 둘러보고 단체사진과 이렇게 저렇게 모여서 기념사진을 남긴다.
미세 먼지 없이 맑은 날에 기온은 영상 20도 정도 오르고 바람이 아주 신선한 날이다. 땀 안 흘리고 쾌적하게 걷는다.
황매화 꽃길 지나니 맨발로 걷는 황톳길이 나온다. 아주 잘 만들어놓았다. 몇 사람이 맨발로 걷고 있다. 우리는 일정이 있어서 바라보고만 간다. 기회가 되면 한 번 걸어볼 수도 있으리라.
곧 잣나무숲길 지나 메타쉐콰이어길이다. 울창한 숲 나무들이 하늘로 쭉쭉 뻗어서 그늘을 만들어주고 기이한 멋을 풍겨낸다. 아낌없이 나눠주는 피톤치드 흠뻑 들이마시며 풍경에 매료된다. 울긋불긋 가을 단풍 든 숲길도 낭만적인데, 온통 초록으로 향기를 발하는 봄 숲길은 더 생기가 가득하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몇 년은 젊어지는 듯하다.
메타쉐콰이어길 널찍한 쉼터에서 간식을 먹고 쉬어간다. 간식 주머니에는 찹쌀떡 2개, 초콜릿 2개, 견과류 1개가 들어있다. 곧 점심을 먹어야 하기에 찹쌀떡과 초콜릿 1개씩만 먹는다. 찹쌀떡은 과천에서 유명한 집에서 주문해 온 것이라는데, 잣. 호두 등이 들어있어서 고소하고 영양만점이다.
이연주 부회장님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개인사진 및 각 동기들 사진 담아주기에 바쁘다. 현수막을 들고 단체사진도 남긴다.
휴식 후 다시 걷기 시작한다. 약간의 오름길 지나면 살짝 돌길 나오고 곧 봉원사이다. 그러면 이제 걷기 끝이다. 연대 세브란스 병원과 이대 후문이 보이는 길로 내려가면 된다. 이화 신세계관 가는 길은 담쟁이와 철쭉이 멋스럽다. 이대 후문 지나 신세계관으로 들어간다. 작년에 후원금을 모아 리모델링한 경영대 도서관과 이경 60주년 기념홀이 반갑게 맞아준다. 9억이 넘는 큰 후원금으로 전혀 새로운 장소가 탄생을 했다.
점심도시락은 가지와 씨푸드, 두 가지 종류인데, 나는 가지로 선택하고, 다른 친구들은 하나씩 선택해서 나누어 먹기도 한다. 둘 다 깔끔하니 맛있다.
"여기 리모델링 참 잘 되었어. 특히 음향이 최고 좋아. 정말 애썼어."
점심을 먹으며 동기들 칭찬에 성연이가 한 마디 한다.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이렇게 나온다."
"그래그래."
누가 지휘하고 감독하는가는 늘 중요하다.
점심 먹고 서로 자기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총회를 한다. 이경 23기 김지훈 동창회장님 사회로 진행한다. 우리보다 두 기수 아래 후배인데 참 잘한다. 친화력도 좋고 리더십도 있다. PPT 자료를 보며 총회를 하니까 경영대와 경영학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고 애정이 간다. 경영학이 단독학과로 경영대를 이룬 데 글로벌 세계에 여성 경영인을 배출한다는 깊은 의미가 있단다.
다 마치고 경영대학 60주년 기념홀 이름표에서 기념사진 남기고 울 동기들은 따로 교정을 산책한 후 본관 지나 ECC관으로 간다. 차를 마시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수업을 했던 본관은 항상 정겹고 고풍스럽다. 앞에 철쭉이 예뻐서 감상하고 <닥터 로빈>으로 간다. 끼니를 위한 건강한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커피와 차도 마실 수 있다. 아이들 결혼 이야기, 유학 이야기, 신혼 이야기, 손주 이야기 등 사는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다음 모임 날짜를 대략 물어보고 투표를 진행할 거란다. 5월 개교기념행사에는 여고 모임과 겹쳐 참석이 어렵겠고, 6월 모임에나 얼굴을 또 볼 수 있겠다. 이경인으로서 건강을 위해 함께 걷고, 이경 21기 동기로서 정겨운 이야기가 이어지는 오늘도 감사가 넘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