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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하면서도 구수한 싸릿골 순대국

아산 여행(2) : 곡교천 둘레길, 온양시장, 싸릿골 순대국

by 서순오

곡교천으로 이동해서 은행나무길로 들어선다. 초입에 난중일기 돌비가 있고 무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모여서 보고 있다. 폭력예방 카운슬링 페스티벌이다. 어린이들도 꽤 있다. 아마도 폭력에 대처하는 법 등을 상담해 주는 교육용 페스티벌이 아닌가 싶다.

은행나무길에 은행나무는 아직 단풍이 안 들었다. 은행나무길에서 곡교천 쪽으로는 데크길로 오르내리게 되어 있는데 아래쪽을 보니 곡교천변에 핑크뮬리, 황화코스모스, 백일홍 등을 심어 놓았다. 아래로 내려간다. 자전거를 타고 온 젊은 남자 둘이 핑크물리 꽃밭에서 사진을 찍고 있기에 부탁을 해서 나도 사진을 남긴다.

"저기가 더 예쁜 데요."

황화코스 꽃밭을 가리킨다. 사진을 더 찍어주겠다는 뜻 같았지만 나는 사양을 한다.

"괜찮아요."

속도를 즐기는 잔차꾼들은 곧 떠나야 할 것이기에 시간을 뺏고 싶지 않아서이다. 내가 아는 이 중에도 잔차맨이 있는데, 잠시 그이 생각이 나서 잔차 위에 올라타는 헬멧을 쓴 젊은이를 다시 한번 쳐다본다. 그이가 아니겠지만, 순간 비슷해 보여서 아는 체를 할 뻔했다. 본 지가 꽤 되었는데 여전히 잘 살고 있으리라.


곡교천 둘레길 꽃밭은 일부러 조성을 해놓은 것 같은데, 그리 풍성하지는 않다. 핑크뮬리, 황화코스모스, 백일홍 등 꽃밭을 거닐며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내봐도 겨우 30여 분이 지났다. 오전 11시 30분 그냥 버스에 타려고 가려는데 함께 온 여자분이 한 마디 한다.

"차 없어요."

아마도 주차가 안 되는지 차가 딱 12시 탑승 시간을 맞추어서 오려나 보다.


'은행나무길이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면 노란 그 길을 걸으며 추억에 젖어볼 수도 있을 텐데, 이곳은 그다지 볼거리가 없어서 굳이 관광 코스에 넣지 않아도 좋을 뻔했어. 현충사에서 시간을 조금 더 주었더라면 이순신 기념관을 보다 꼼꼼하게 볼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속으로 혼자 생각을 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그래도 가을 꽃밭을 거닐며 사진도 찍었으니까, 모두 다 좋을 순 없지.'


딱 낮 12시 버스가 와서 온양시장으로 간다. 배가 고프다. 점심 먼저 먹어야 할 것 같다.

"뭐 먹을 거예요?"

"면 말고 밥이요. 한식이나 뭐 그런 거요."

"나두요. 면 안 좋아해서요."

그래서 옆좌석 짝꿍과 동석을 하기로 한다.

온양시장에 내려 노점 하는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시장 안에는 식당이 별로 없단다. 더군다나 우리가 찾는 한식집은 아예 없다고 그런다.

"저쪽으로 가면 국밥집은 있어요."


우리가 찾아낸 집은 바로 <싸릿골 순대국>이다. 큰 솥에 사골 국물 끓이는 모습이 보인다.

"저거 괜찮죠? 순대국, 선짓국, 수육국밥, 삼계탕도 있네요."

"그래요."

들어가 보니 안에 사람이 꽤나 많다. 경험 상 점심시간에 사람이 많은 집은 맛있는 집이다. 나는 처음 가는 곳이나 식당 음식맛을 잘 모를 때는 무조건 사람 많은 집으로 들어간다. 역시나 이번에도 예상대로이다. 짝꿍은 수육국밥을, 나는 순댓국을 주문했는데, 양도 푸짐하고 국물맛도 진하고 구수하다. 밥과 김치 등 반찬은 무한리필이다. 거기에다가 가만히 보니까 식사하는 사람들이 솥에서 순대며 머리고기 같은 것을 거저 가져다 먹는다. 우리도 배가 부르지만 조금 가져다 먹는다. 나는 내 밥을 짝꿍에게 두 숟가락 덜어주고는 순댓국에 모두 말았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다 먹을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머리고기도 좀 먹었으면 싶지만 두세 젓가락 집어 먹고는 못 먹는다. 식후에 커피와 율무차도 주시기에 마신다.


식당에서 나와서 노점상에서 장을 본다. 옆 짝꿍은 키위와 오징어채를 사고, 나는 아귀포, 오징어채, 마른 멸치 등 주전부리와 강낭콩을 산다. 너무 무거운 것은 가져가기 어려우니까 수원 재래시장에서 사면된다. 우리 동네 시장보다 값이 그다지 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기왕 시골 온양시장에 왔으니 팔아주면 좋다는 생각에서 구입을 한 것이다. 또 여행 중 장을 봐 가면 양손이 푸짐해서 기분이 더 좋아진다.

"다녀보면 시골장에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그래도 이곳은 활성화되어 있는 것 같네요."

"그러게요. 복작복작 좋네요."

둘이서 버스에 타서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난중일기 돌비
폭력예방 카운슬링 페스티벌
은행나무길은 아직 단풍이 안 들었다.
곡교천 둘레길
핑크뮬리 꽃밭
핑크뮬리 꽃밭에서
황화코스모스 꽃밭에서
백일홍 꽃밭에서
<싸릿골 순대국>에서 점심식사
온양시장에서 사 온 오징어채, 멸치, 강낭콩(※아귀포는 벌써 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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