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산+ 안산자락길
자랑산에서 낮 12시 녹번역 3번 출구 밖에서 만나 백련산과 안산자락길 산행을 한다. 안산자락길은 몇 번 가보았지만 백련산은 한 번도 못 가본 산이다. 새로운 곳을 좋아하는 나는 기대를 하며 간다. 날씨는 오늘이 영하 19도라고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가 넘는다며 올 들어 최고 추운 날씨라고 하는데 겨울산은 추워도 걸을 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행 준비를 하고 집밖으로 나와 보니 아침에만 코가 쨍하니 시릴 뿐 그다지 춥지는 않다.
시조새 대장님 리딩에 인테리어 지기대장님 포함 모두 11명 참석이다. 한 달에 몇 번은 함산을 하는 산우님들이라 만나면 반갑다. 시조새 대장님 산행은 처음 참석인데 키가 크신 분이다. 키 작은 사람이 들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키 큰 사람에 대한 호감이 있다. 그런데 추워서 그런 것인지 얼굴이 탈 것을 염려해서 그런 것인지 퍼프를 쓰고 눈 밑 코까지 가리고 있어서 얼굴을 자세히는 못 익혔다.
녹번역에서 20여 분 정도 오르니 백련산 전망대가 나온다. 널찍한 데크 전망대이다. 높이 솟은 정자가 있고, 정자 아래쪽 데크 벽 위에 "내일의 중심 변화의 은평"이라는 표어가 적혀 있다. 백련산 전망대에서 개인사진 찍고 정자 지나서 조그만 암릉 위에서 단체사진을 남긴다.
살짝 더 걸으니 운동기구들이 있는 곳에 또 정자가 있다. 정자에 비닐이 쳐 있어서 들어가서 점심을 먹는다. 백년산은 은평구 소속인데, 정자마다 구에서 빙 둘러서 방풍 비닐을 쳐놓았다.
"참 잘해놓았네."
"그러게. 은평구가 돈이 많은가?"
"구민들이 세금을 잘 내나?"
"공무원들이 관리를 잘하네."
자랑산 산우님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칭찬을 한다.
겨울에 추울 때는 자랑산 지기대장님이나 산행 리딩 대장님들이 비닐 쉘터를 가지고 다니는데 이곳 백련산은 그것을 칠 필요가 없다. 정자가 넓어서 산우님들이 한데 모여서 점심 먹기가 어려운 점 말고는 참 편리하다. 등산화를 벗고 정자 위로 올라앉으면 오붓하게 모여서 식사가 가능하겠다. 그렇지만 다들 끈을 풀고 조이고 하는 등산화 벗는 것은 번거로워서 그냥 넓게 정자 가장자리 쪽으로 빙 둘러앉아서 점심식사를 한다. 옆에 앉으신 남산우님은 오늘 처음 오셨다는데 금방 아침 먹고 왔다면서 에너지바 한 개를 그것도 내게 반 개를 떼어 주시고 드신다. 나는 컵라면 소컵과 바나나와 삶은 계란을 싸가서 따뜻하게 먹는다. 조금 나누어 드린다 해도 옆자리 산우님들이 극구 사양을 하신다. 나는 늘 직접 싼 김밥을 싸가는데 날이 하도 춥다고 해서 뜨거운 국물 있는 게 좋겠다 싶었던 것이다.
점심 식사 후에는 운동기구들과 '안전과 걷기'에 대한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자랑산 현수막을 들고 단체사진을 남긴다. 인테리어 지기대장님은 단체사진이나 산우님들 순간 포착을 하여 핸드폰 카메라로 산행기록을 남겨 주신다. 사진 컷 잡는 것도 잘하시고 예쁘게 담아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다.
한두 개의 정자를 지나 걷기 좋은 흙길을 벗어나서 오른쪽 옆길 나무계단을 올라가니 <은평정>이라는 정자가 나온다. 이곳이 백련산 정상이란다. 그런데 정자에는 올라가지 못하게 줄을 쳐 놓았다. <은평정>을 배경으로 또 단체사진을 찍고 내려간다. 점심시간 포함해서 약 1시간 정도 걸은 것 같다. 길도 완만한데 너무 짧다.
"그야말로 동네 뒷산이군!"
백련사 쪽으로 내려가니 백련산에 대한 안내판이 있다. 일부 부분만 옮겨 본다.
(※1) 백련산 白蓮山
백련산은 은평구와 서대문구에 걸쳐 있는 산으로 예부터 연꽃이 피어난다는 뜻에서 백련산이라 불렸다. 산의 높이는 높지 않지만 도심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 코스이며 사계절 내내 다양한 숲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백련산이라는 이름은 산세가 연꽃이 피어난 모습과 닮았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주변에 사찰과 연못이 있어 연꽃과 관련된 지명이 남아 있다.
백련산에는 소나무, 참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자라고 있으며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 역할을 한다. 도심 속 숲으로서 생태적 가치와 휴식 공간의 의미를 함께 지닌다. (※1)
또 백련사라는 절이 있어서 백련산이라 했다는 것과 은평정 근처에 매바위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져서 매바위를 만들어놓고 해마다 매바위 축제를 한다는 안내판도 있다.
<약수골> 이름표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서 경사도가 있는 도로길을 따라 홍제천으로 간다. 서대문 홍제폭포가 있는 지점이다. 큼직큼직한 네모난 돌로 만들어놓은 징검다리가 운치가 있다. 산우님들이 줄지어 징검다리 건너가는 모습이 옛 사진첩처럼 고풍스럽다. 조금 떨어진 곳에 인공폭포인 듯한 홍제폭포가 보인다. 개인사진도 남겨보는데 뒷배경으로 홍제폭포는 좀 멀게 잡힌다. 날이 추운데도 홍제폭포 위쪽 강에서는 사람들이 홍제천에 들어가서 물속 청소를 하고 있다.
'하천 관리도 잘하네!'
속으로 또 칭찬을 한다.
"물레방아도 있네! 그런데 물이 없네."
그렇지만 세브란스 자문위원님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기에 예쁘게 한 컷 남긴다.
이제 연희숲속쉼터를 향해 나무계단을 오른다. 곧 무대와 객석 계단이 있는 넓은 데크 공연장 같은 곳이 나온다. 배낭을 벗어 내려놓고 물도 마시고 사탕도 나누어 먹으면서 잠시 쉬어간다.
"이곳에서 축제도 하나 보네. 꽃 피고 단풍 고운 계절에는 구민들 단합의 시간도 만들 수 있겠다. 참 그런데, 이쪽은 서대문구인가 은평구인가?"
살짝 헷갈린다. 홍제천을 건너왔으니 아무래도 여기는 서대문구 소속일 듯하다.
맨발로 걷는 황톳길이 나온다. 황톳길은 길게 비닐하우스처럼 해놓아서 겨울에도 맨발로 걷는 이들이 있다. 또 위쪽으로도 황톳길을 더 만드는 것인지 공사 중이다.
"참 잘해놓았네!"
또 칭찬을 하며 걷는다.
안산자락길 초입에 박두진님의 <푸른 숲>에서라는 시비가 세 개 있다.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산행이라 천천히 읽어볼 시간은 없어서 사진에 담는다.
(※2) 푸른 숲에서 / 박두진
찬란한 아침 이슬을 차며
나는 푸섶 길을 간다.
영롱한 이슬들이 내 가벼운
발치에 부서지고
불어오는 아침 바람 -
산듯한 풀 냄새에 가슴이 트인다.
들장미 해당꽃 시새워 피고,
꾀꼬리랑 모두 호사스런 산새들이
자꾸 나를 따라오며 울어준다.
머언 산엔
뻑 꾸욱, 뻑 꾸욱, 뻐꾹새가 울고......
- 금으로 만든 날갯죽지......
나는 이런 풀섭에 떨어졌을 금 날개죽지를 생각하며, 옛날 어릴 적 동화가 그립다.
- 쫓겨난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
한떨기 고운 들장미를 꺾어
나는 훈장처럼 가슴에 달어본다.
흐르는 물소리와
산드러운 바람결
가도 가도 싫지 않은
푸른 숲속 길
아무도 나를 알아 찾어주지 않아도
내사 이제 새삼 외로울 리 없어......
오월의 하늘은
가을보다도 맑고
보이는 곳은 다 나의 청산
보이는 곳은 다 나의 하늘이로세 (※2)
집에 와서 자세히 읽어보니 혼자 조용히 사색하며 산책하는 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 역시도 여러 명이 왁자지껄 다니는 것보다도 혼자서 고즈넉이 산행하는 것을 더 좋아해서 공감 백배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세상이 하도 수상해서 혼산은 거의 안 하는 편이다.
안산자락길에서는 북한산이 가까이 보인다.
"저 산이 무슨 산이냐고 물어보면 안 돼요. 과외공부 하고 와야죠!"
여산우님 한 분이 물으니까 시조새 대장님이 그러신다. '자랑산은 시험 안 치고 들어오니까 산에 올 때는 미리 공부를 좀 하고 와야 한다'는 내용 같았다. 옆에서 들은 것이라 정확한 건 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이해하기는 그랬다.
안산자락길은 편안한 데크길로 조성되어 있어서 장애우나 노약자들도 쉽게 걸을 수 있고, 휠체어를 타고서도 산책이 가능하다. 동화나라 같은 작은 나무마을 장식이 있는 곳을 지나간다. 곤충마을, 마을회관 등을 나무집으로 작게 만들어서 데크길 옆 숲 속에 전시해 놓았다. 이끼숲도 지나간다. 겨울이라 이끼는 잘 보이지 않지만, 봄여름가을에 오면 자세히 눈여겨보아야겠다.
곧 안산자락길 전망대이다. 전망대 쪽이 가까워지면서부터 데크길에서 인왕산 조망이 시원스럽다. 안산자락길 여러 번 왔지만 이제야 인왕산을 제대로 알아본다.
'혼자서 일부러 가보았던 산이 아닌가?'
인왕산은 돌로 쌓아놓은 성벽길과 가파른 데크길과 정상부 암릉길이 걷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다. 코스가 길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다.
독립문역 쪽으로 내려간다. 이 쪽 길 하산은 처음이다. 가는 길에 구름다리가 있고 인왕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구름다리 전망대에서 보니까 인왕산 하얀 성벽길 오른쪽 끝에 바위 하나가 아주 위태롭게 서 있다. 암릉이 높이 솟아 있는데 밑부분이 가늘어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다. 그러고 보니까 인왕산 갔을 때 저 바위에도 올라가서 센 바람을 받으며 사진을 찍었던 것 같은 기억이 있다.
"세상에나! 아찔하군!"
우리는 인왕산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구름다리는 건너지 않고 독립문역 쪽으로 내려간다. 금방 독립문공원이다. 약 7km, 4시간 소요(점심, 휴식 시간 포함)되었다.
산우님 중 일부는 뒤풀이를 하러 가고 일부는 그냥 집으로 간다. 나도 귀갓길에 오른다. 점심 먹은 지 얼마 안 되어 배가 너무 부른 데다, 지난번에 과식을 해서 체한 경험도 있고 해서 조심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시간 간격을 두고 먹어야 위가 놀라지 않는다.
요즘 내 체력에는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 산행이 좋긴 하지만, 또 너무 시시하면 산행하는 맛이 안 나서 고민이다. 아직 동네 뒷산 걷기는 좀 뭐 하고, 그렇다고 험한 산 타기도 무리라서 '이제 어째야 하나?' 그러고 있는 중이다. 백련산이 내 기대에는 살짝 못 미쳤지만, 반가운 산우님들과의 함산이라서 즐거웠다. 특히 홍제천을 처음 가봐서 기억에 남는다. 징검다리가 아련하게 눈에 아른거린다. 리딩해주신 시조새 대장님과 후미 보시며 사진도 남겨주신 인테리어 지기대장님, 함산 한 산우님들, 모두에게 감사하다.
(※1) <백년산> 안내판에서
(※2) 안산자락길 시비, 박두진, <푸른 숲에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