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탕춘대능선+차마고도+족두리봉
산자산에 가입하고 첫 산행을 했다. 누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추천을 한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가고 싶은 산행지가 있을까 하여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다가 가입을 한 것이다.
이곳은 가입하자마자 정회원이 되어서 어째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게 준회원 성격의 정회원이었다. 어느 산악회나 가입 후에 한 번은 산행을 해야 정회원이 된다. 그런데 산자산은 한 번 산행하면 등업이 되어 우수회원이 된다. 그래야 글도 쓸 수 있고 사진도 올릴 수 있고, 산행 후 다른 사람이 올린 사진이나 후기도 볼 수 있다.
오늘 북한산 산행 후기를 올리려고 산자산 카페에 들어가 보니 해파랑 총무님이 내 등업 신청을 했다. 그런데 아직 승인이 안 떨어져서 사진을 올릴 수가 없다. 그래서 등업신청난에 올렸다. 산행 후 느낌이 살아있을 때 빨리 올리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북한산 산행은 산꾼 대장님 리딩에 15명 신청해서 총 16명이 함께 했다. 나는 뒤풀이에서 회를 먹는다는 안내에 무조건 참석 댓글을 달았다. 집결지인 녹번역까지 가려면 집에서 2시간 30분은 잡아야 갈 수 있는 먼 거리인데 말이다.
오전 11시 11분 집결시간이 좀 특이하다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양평에 사신다는 산꾼 리딩 대장님이 기차와 지하철을 타고 녹번역에 도착하는 시간이 딱 그 시간에 떨어지기 때문이란다.
"대장님이 늦은 적은 없어요."
다들 미리 와서 기다리면서 왜 대장님이 안 오시나 물으니까 해파랑 총무님이 대답을 한다.
"아직 시간 안 되었어요."
핸드폰 시계를 보여주는데 이제 막 11시가 지났다.
"저는 빼빼로데이랑 무슨 관련이 있나 했어요."
내가 정색을 하고 묻는다.
"그건 아닌데요, 대장님이 빼빼로데이날은 그날 산행 온 회원들에게 각각 빼빼로 두 개씩 선물해 주셔요."
"빼빼로도 꽤 비싼데요."
"항상 참석 인원이 30명이 넘어요. 빼빼로 값만도 10만 원이 넘을 걸요."
"산꾼 대장님 대단한 열정이시네요!"
그러는 사이 대장님이 개찰구를 빠져나와 회원들과 악수를 청하신다.
"반가워요."
나도 인사한다.
나는 카페 가입 후 첫 산행이지만 산우님들과 즐건 산행을 했다. 처음 가본 족두리봉 정상은 무서워서 못 올라가고 중간까지만 갔다. 그렇지만 거대한 암릉이 압도하는 북한산을 다시 한번 느끼는 날이었다. 겁이 없는 산우님들은 암릉을 평지처럼 타시던데, 나는 '로프나 난간, 철심 등 안전장치가 없는 암릉은 절대 안 탄다'가 산행수칙이라서다.
"아이고! 보기만 해도 무서워라!"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 처음 가보는 족두리봉 암릉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오랫동안 사모하던 이를 만나는 기분이랄까? 족두리 쓴 신부가 맞이하는 혼례 날 같은 설렘이랄까? 날씨 좋고 신선한 바람도 불어 아주 쾌적하며 청량한 산행이었다.
하산길도 신기한 암릉이 꽤나 많다. 가파르기도 해서 제법 스릴이 있다. 탕춘대 능선과 차마고도야 늘 가는 곳이니까 새로움은 없었지만 말이다.
동남아 어느 여행지 같은 멋스러운 정자가 있는 곳에서의 점심시간은 특별히 더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 그런데 먹느라 정신이 팔려 사진을 못 찍었다. 이를 어째? 그런데 다른 산우님이 찍은 사진이 있어서 퍼왔다.) 육사시미와 참기름깨소금장, 초장을 비롯해서 꽃봉오리 모양 썰어온 사과, 꼬마김밥 비슷한 토막 김밥, 가득 찬 팥소가 고소한 경주 황남빵, 살짝 건네주신 치즈 한 개, 다도 대가님의 깔끔한 입가심 보이차 등 여러 가지 맛난 음식 가져오셔서 입을 호강하게 해 주신 산우님들에게 감사하다.
기대하고 간 회 먹방은 조금 양이 적다 싶었지만 올만에 회도 먹고 화기애애했다. 나는 술을 못 마셔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분들이 조금 술맛이 떨어졌을 수도 있겠다.(그래서 대체로 뒤풀이를 잘 안 하고 오는데 오늘은 회 먹으러 갔기에 참석을 한다.) 비주류파끼리 앉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오늘 북한산 산행 팀은 그런 분이 없다.
멋진 족두리봉 암릉까지 리딩해주신 산꾼 대장님, 살가운 해파랑 총무님, 함산 한 산우님들 모두에게 두루 감사하다. 나중 또 좋은 산길에서 만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