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새해를 맞으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당신의 새해 계획

by 동그라미

대한민국에는 3번의 새해가 있다고들 한다. 1월 1일에 맞는 신정, 까치가 우는 설날, 그리고 모든 학기가 개강하는 3월 2일. 오늘이다. 해마다 연말 연초가 되면 어린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돼야지, 새해에는 이런 부분을 시작해봐야지 하고 열심히 계획을 짠다. 그리고는 장렬하게 실패한다. 계획은 원래 이상적인 거고, 이성적으로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이상에 다다르기란 쉽지가 않다. 나도 안다. 나도 경험해봤고, 나도 좌절해서 한동안 <새해 계획 세우기> 판을 떠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내가 실행하고 있는 방법이 꽤 쉬우면서도 매력적이고, 더불어 돈이 걸려 있는 거라 동기 부여도 잘 돼서 만족도가 방법인 것 같아 브런치에도 공개해보려고 한다. 사실 이미 다른 커뮤니티며 블로그에서 수 년동안 공개했던 내용이라 또 꺼내놓기 부끄럽기까지 한데, 그래도 오늘을 놓치면 더 이상의 새해는 없다는 생각으로 발행한다. 2022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꼭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일단 내가 참고했던 글은 이 거다.

https://univ20.com/94646

이 글의 저자처럼 친구와 해도 참 좋은데, 나는 코로나 시국과 극히 개인적인 목표들을 세울 사람들을 위해서 좀 더 변형된 형태를 사용했다.

먼저 3*3이나 4*4의 빙고를 만든다(5*5는 25가지의 해야 할 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1년을 빙고를 위해서만 살아야 하는 것 같은 부담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최대 4*4로 잡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거기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최대한 가시적이고 Pass / Fail로 판명하기 적합하도록 기입한다.

이때 <운동 열심히 하기> 이런 식으로 쓰면 곤란하다. 대신 1년 120일 이상 운동하기(운동이라는 것은 5000보 이상 걷거나 운동장에 간 것만 인정한다), 필라테스 회원권 기간 동안 빼먹지 않고 다니기, 수영 자/배/평/접 마스터 하기, 등으로 내가 나 스스로 떳떳하게 점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로 적는 것을 추천한다. e.g. 교통사고 무사고, 비상금으로 현금 300만원 만들기, 그림 12개 이상 그리기, 등 정확한 수량으로 목표를 기입하면 편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참고해야 할 점은 '매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생기는 리스크를 조심해야 한다. 매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365일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지켜야 하며, 하루라도 깨지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날아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매일 독서하기, 매일 아침 먹기, 등은 빙고로 완성하기 어렵다).

대신 단기 목표들을 절반 정도 채워 1년이 지나기도 전에 빙고 몇 칸을 지울 수 있게 만든다면 빙고를 끝까지 실행하는데도 즐겁고 유리하여 도움이 된다. 가령 '피아노 매일 연습하기'는 불가능하며 당사자도 1년 후에 Pass/Fail로 점검하기 어려운 목표다. 대신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마스터하기, 피아노 학원 등록하기와 같이 1년 중 어느 날에라도 일단 시작해 버리거나 짧은 시간의 노력으로 동그라미를 칠 수 있게 된다면 베스트다. 일기 매일 쓰기 대신에 일기 30번 이상 쓰기(30번 이상 쓰려고 하다 보면 어떻게든 내 습관이 되어서 좋고, 몇 번 빼먹은 게 뒷날의 나를 자포자기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에 더더욱 좋다) 등으로 적는 거다.

처음에 9가지 혹은 16가지의 칸을 채우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럴 땐 건강/공부/취미/직장 등의 카테고리를 나누어 나에게 필요한 것, 이루고 싶은 것을 따로 나누어 생각을 해보고, 그것을 체크하기 위한 구체적이고도 수량화된 목표들을 작성해주면 좋다. 빙고의 난이도는 각자가 설정할 일이지만 나는 너무 쉬워도 재미가 없었고, 너무 어려워도 연말에 기운이 빠져서 별로였다. 적정한 수치를 찾아가는 게 이 빙고의 묘미라 생각하면 좋다.

또 원작자는 친구와 빙고를 같이 시작해서 먼저 완성하는 사람이 우승하는 룰을 사용했지만, 나는 혼자 하는 빙고다 보니 빙고를 끝까지 유지할만한 동기부여 수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카카오 뱅크의 자유적금을 이용해서 매일매일 돈을 붓는 나이 적금(e.g. 29살인 내가 30살인 나에게 주는 선물의 의미를 담아 2930원을 매일매일 자동이체시켜 1년을 붓는 자유적금)을 시작했다(나이가 제법 있어 돈이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새해 적금이라고 해서 2022년인 경우 2022원을 매일 이체시키는 방법도 있다. 이름과 금액은 갖다 붙이기 나름이다). 이 돈이 만기가 됐을 때 내가 얼마만큼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가 1년 동안의 동기가 되어, 새해 빙고의 진정한 완성을 이끌어낸다(물론 다 내 돈이지만, 일정 빙고 이상을 이루지 못하면 절대로 소비하지 않고, 적금이나 예금에 군말 없이 밀어 넣기로 나와 스스로 약속해야 한다).

나만의 룰은 이랬다. 나의 경우 약 100만원 가량이 나이 적금으로 생길 텐데

1 bingo를 달성하면 가격에 상관없이 끝내주게 맛있는 밥 먹기

2 bingo를 달성했을 시에는 나에게 아이패드 사주기(핸드폰도 있고 맥북도 있는데 아이패드가 굳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에 지금껏 안 사고 있었음)(요즘은 아이패드의 가격이 자꾸 올라서 100만원으로는 택도 없이 되어버렸긴 했다)

3 bingo 이상을 달성했을 시에는 나이 적금으로 생긴 모든 돈을 쓰고 싶은데 다 써버리기!

이렇게 빙고를 기반으로 내 돈을 얼마큼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의욕도 생기고 돈 모으는 재미도 있고(부담되는 가격도 아니고) 좋다!

나는 적금 같은 경우에는 굳이 날짜를 맞춰 1월 1일에 든다기 보담은 그냥 연말에 하나를 새로 시작하고 만기 시 자동 연장으로 설정해서 돈이 다 입금된 적금은 연초에 날을 잡고 풀어쓴다. 12월 마지막 주나 1월 초에는 세상 사람들이 다 똑같은 마음으로 적금을 시작하기 때문인지 이율이 생각보다 별로고, 아직 이루지 못한 빙고가 있다면(가령 그림을 12개 그려야 하는데 11개밖에 완성을 못했다거나) 두 번째 새해인 설까지 여유를 두고 아직 진짜 새해는 아니니까 하고 정신 승리하고 싶은 맘도 있기 때문에 조금 여유를 두게 된다. 나 스스로와 하는 게임이다 보니 너무 날짜에 얽매이기 보담은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즐겁게 목표를 이뤄내는 게 최고지 않나 싶다.

거창하고 멋진 방식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여러 가지 목표들을 이뤄내기 좋고, 1년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고(돈이 걸렸으니까), 설사 내가 빙고를 원하는 만큼 달성을 못했다 하더라도 그 돈 또한 내 돈이니 1년 동안 무언가 이뤄낸 게 있어서 기분이 좋다. 여유가 되는 분들은 이 방식을 시도해보시고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또한 아직 수입이 없는 학생인 분들은 적금을 드는 대신 부모님과 같이 빙고 칸을 채워서 연말이나 연초에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얻어내는 방법 또한 추천할만하니 참고했으면 좋겠다(1 bingo 시에 시즌 그리팅 구매, 2 bingo 시에 콘서트 플로어석 티켓 1매, 등과 같이. 나는 덕후라서 이런 것 밖에 생각이 안 난다).

모두들 마지막 새해에라도 준비하셔서 결실 있는 연말, 연초 맞이하실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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