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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이공키로미터 Aug 07. 2022

행복을 찾아서 2, 그랜드 플로리다 비치프론트 레스토랑


난 이 콘도에 하나밖에 없는 식당의 주인이자 요리사이다. 처음 가게를 차릴 때 이 아름답고 거대한 콘도가 사람들로 그득 찰 거라고 확신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하루에 겨우 한 팀 정도가 숙소에 오는데, 오늘은 한국에서 온 가족들이 가게에 왔다. 재료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는데, 메뉴를 많이 주문해서 양해를 구하고 몇 가지 요리밖에 선보이지 못했다. 


난 일본에서 잘 나가는 요리사였다. 큰 레스토랑에서 근무를 했는데, 일은 힘들었지만 보수는 넉넉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어깨와 목이 늘 아팠고, 두통이 머리에서 가시질 않아 진통제를 먹지 않고는 버티질 못했다.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손님들에게 감탄을 주는 요리를 만들어 내지 못했고, 손을 베거나 접시를 떨어뜨리는 등 사소한 실수도 많이 하게 되었다. 일을 그만두기에는 다른 기술도 없고, 두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생활비는 더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대용량 진통제가 책상 서랍 안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 솔깃한 광고를 페이스북에서 보게 되었다. 태국 파타야 근방에 커다란 콘도가 들어서는데, 그곳에 하나밖에 없는 식당 운영자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난 아내에게 이 제안을 이야기해주었고, 아내는 의외로 이 무모할지 모르는 제안에 동의를 했다. 아이들은 그곳 외국인 학교를 다니면 되고, 아무래도 동남아 물가가 싸니 그곳 생활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 부부는 생각했다. 그렇게 난 이곳에 식당을 차리게 되었다.  오자마자 가족들과 태국 문화에 적응하고, 식당을 오픈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하루하루가 바쁘고 힘들었는데, 희한하게도 두통은 오지 않았다. 몇 년을 괴롭히던 두통이 싹 사라진 것이다.


드디어 식당을 오픈하고, 난 손님들에게 최선의 요리를 대접했다. 나름 태국식과 일본식이 섞인 요리도 개발하고, 서양인들을 위한 피자와 스파게티도 정성스레 만들었다. 손님들은 모두 요리에 만족해했고, 나름 자리를 잡아갈 즈음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콘도 분양이 원활치 않은 모양이었다. 커다란 수영장과 고급 인테리어로 많은 자금이 들어간 상황에서 코로나가 터져버려 그나마 계약된 물건도 취소가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상황은 날로 안 좋아졌고, 식당을 찾는 손님은 점점 줄어들었다. 


외국인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을 로컬학교로 보낼 수밖에 없어지고, 아내와 즐기던 골프도 줄이게 되었다. 그렇게 힘들게 시간을 보내던 와중 갑자기 콘도에 사람들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우연히 한 한국인 가족의 식당 후기가 인스타를 타 고입 소문을 타서 이곳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매일매일 가족단위 한국인 여행객이 콘도를 방문했고, 난 다시 재료를 충분히 준비하고, 공을 들여 요리를 준비할 수 있었다.


보통 일을 마치면 콘도 근처에서 서핑 클럽을 하는 친구와 로컬위스키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머리카락이 눈처럼 하얀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파도 소리를 들으면 그날의 피로가 스스로 녹아내린다. 난 kyu에게 말했다. 요즘 다시 일이 잘 풀리고 있어. These days are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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