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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이공키로미터 Sep 08. 2022

토요일 아침, 노엘과 산책하다.

작년 말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 가족과 함께 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오래전부터 애완견을 키우고 싶다고 했는데, 게임에 몰두하게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고민 끝에 입양하게 되었다. 마침 크리스마스이브에 입양하게 되어 이름을 노엘이라고 붙였다.


노엘이 오고 나서 우리 집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노엘을 위한 작은 집을 거실 구석에 마련하고, 배변을 위해 베란다 한쪽 구석을 비워두었다. 끼니때마다 먹이를 챙겨주고, 매일 대소변을 치우고, 틈틈이 산책도 시켜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지만, 노엘이 주는 기쁨이 그보다 컸다. 집에 돌아오면 누구보다 먼저 나를 반겨주고, tv를 보고 있으면 슬그머니 곁에 와 내 무릎에 몸을 기댔다. 아이들도 노엘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했다. 같이 공놀이를 하고, 시간만 나면 노엘을 안고 얼굴을 비비며 귀여워해 주었다.

노엘과의 산책은 주로 내가 시켜준다. 노엘이 오기 전에도 매일 산책을 즐겼기에 노엘과의 산책은 자연스럽게 내 몫이 되었다. 그전에는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살살 달래서 함께 산책을 했는데, 노엘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노엘, 산책 갈까?"란 말을 하면 노엘은 후다닥 현관 앞에 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좋아했다.


오늘 아침은 유난히 날이 좋았다. 푹푹 찌는 더위도 한풀 꺾이고,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했다. 혹시나 하고 아이들에게 산책을 가자고 했지만, 핸드폰에 얼굴을 묻은 채 역시나 안 간다고 한다. 하지만, 노엘은 아니다. 녀석은 벌써 눈치를 채고, 현관 앞에 앉아있다. 나와 노엘은 집을 나선다. 토요일 아침, 공원은 한적하고 평화롭다. 나와 노엘은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공원을 거닐었다.


"오늘 날씨가 진짜 좋네. 그지 노엘"

"네, 주인님, 정말 산책하기 딱이네요."

"저기 참새 무리가 있는데, 한번 가서 잡아 볼래?"

"에이, 저한테는 무리예요. 고양이라면 모를까?"

"후후, 하긴 그렇지."

"오 저기 오는 강아지는 비숑인가 보다. 한번 가서 인사해볼래?"

"아니에요. 제 취향이 아니에요. 그냥 가던 길 가시죠."

"꽤 멀리 온 거 같은데, 조금 더 가볼까?"

"이렇게 날이 좋은데, 당연하죠. 한 바퀴 더 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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