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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이공키로미터 Sep 17. 2022

해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이전 글에 "그때나 지금이나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참 많다".라고 했다.(https://brunch.co.kr/@320km/37) 도대체 어떻게 나눠지는 걸까? 개인이 속한 크고 작은 그룹의 윤리와 도덕에 의해 나눠질 것이고, 법과 규범으로도 나누어질 것이다. 종교인이라면 종교적 판단으로 이 둘을 구분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기준에서 살짝 벗어나 경계에 있는 일들이 있을터. 아침 일찍 출근하다 문득 하늘을 보니 날씨가 너무 좋다. 지하철에서 내려 한강고수부지에 가보자. 분명 해야 할 일은 출근인데, 20년 동안 꾸준히 해온 일이니 한 번쯤은 땡땡이쳐도 될 법하다. 그리고, 이 작은 일탈이 금지돼야 할 정도의 일은 아닌 것 같다.

해야 할 일은 보통 지루하고, 피곤하지만 금지된 일은 달콤하고, 자극적이다. 직장은 들어서자마자 피로와 짜증이 몰려오는 반면 아내 몰래 친구와 이태원 술집에서 진탕 술을 마시고 춤추고 노는 일은 생각만 해도 신이 난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뒤끝이 깨끗한 반면 금지된 일은 알리바이를 만드는 등 뒷수습이 필요하다. 또한 선을 넘은 금지된 일은 처벌이 뒤따르기도 하고.  


어쩜  금지된 것이란 그  너머를 상상하지 못하는 사회의 역량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세상엔 마리화나를 허용하는 곳들도 있고 동거 커플을 부부 못지않게 인정하는 사회도 있다.

많은 영화와 소설이 금지된 것을 다룬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일수록 그 발산의 폭이 넓고 깊다. 선배가 좋아하는 작가 우엘벡의 ‘플랫폼’을 예를 들어보자. 소설 속 주인공은 아름다운 태국에서 할 수 있는 난잡한 짓은 다 하면서 여행을 한다. 작가는 작정하고, 금지된 것을 풀어헤쳐 글로 풀어놓는다. 이블데드, 데드어라이브 같은 수많은 B급 영화들도 마찬가지이다. 스크린 속에서 사람을 갈기갈기 찢고, 신을 모독하고, 금지된 것을 보듬어 안는다.


해야 할 일과 금기의 중간 즈음이 나는 딱 좋다. 금기를 부수는 일은 너무나 많은 에너지와 대가를 필요로 하고, 해야 할 일만 하고 사는 건 너무나 지루하니 그 중간이 적절한 것 같다. 선배와 단둘이 태국을 두 번 정도 여행한 적이 있다.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우엘백을 꿈꿨지만, 정작 여행지에서는 펄프픽션 영화를 보며 킬킬거리고, 쿠킹스쿨에서 요리를 배우고 코끼리 목욕을 시켜주며 해야 할 일을 팽개치고, 금기에 도전했다. 우린 어쩜 너무 야성에서 멀어졌고 주어진 삶만으로도 버거운 원숭이가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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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일본 출장중임에도 그림을 그려 보내주었다. 난 선배에게 호텔방에만 있지말고 일탈을 좀 하라고 부추겼는데, 후일담이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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