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깜한 밤, 눈이 먼저 켜졌어

by nj쩡북

돌바닥에 그릇이 살짝 내려앉았어.

사각—.

맑고 짧은 소리가 밤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었지.

물 위에는 접힌 하늘이 살짝 떠 있었어. 내 눈의 작은 불빛이 물결을 따라 흔들렸고. 아이가 무릎을 접어 내 눈높이까지 내려왔어.

가까워질수록 냄새가 선명했지. 젖은 감잎의 달큰함, 돌 틈의 흙내, 손끝의 미지근한 온기. 나는 귀를 반쯤 눕히고 기다렸어.

갑자기 다가오면 뒤로 물러날 준비도 하면서, 혹시 올지 모를 단어를 놓치지 않으려고.

감나무가 조심조심 감 하나를 툭— 떨어뜨렸고, 그릇이 사각— 하고 대답했어. 오늘 밤의 소리들은 작은 악보 같았지.

다음은, 이름의 차례일까?


깜별이 한마디

낯선 소리 사이, 내 등불은 깜— 별— 하고 조용히 켜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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