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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 풋사랑, 그것 또한 사랑인데도

by 다운

가장 추상적인 감정이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흔한 감정, 사랑.

우리의 첫사랑은 언제였을까? 당신은 첫사랑을 기억하는가? 그것이 첫사랑임을 정말로 확신하는가?


"내 첫사랑은 초등학생 때였어."


주위의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다. 뭣도 모르는 초등학생 때 했던 사랑이 무슨 사랑이냐는 이유로. 용기 내어 이야기를 꺼냈던 여자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자아가 모두 형성된 만 18세 시절의 사랑 이야기를 꺼내놓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음으로 치부하고, 눈을 꼭 감았다. 초등학교 5학년, 12세, 초록색 잎이 시원한 여름 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흩날리던 날, 내 책상 선을 넘어온 더운 손이 내 손을 꼭 잡아주던 때를 떠올렸다.


여름 햇빛 때문이었는지, 손을 잡아 더욱 오른 온기 때문인지, 심장은 두근거리고 볼은 가스레인지 위에 한참 올려놓은 프라이팬처럼 뜨끈해졌다. 주위에서 들리는 친구들의 목소리, 교실과 복도를 뛰어다니는 발소리, 사물함이 열리고 닫히는 문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아이는 그 손을 맞잡고 있었다.


점심시간, 밥을 먹고 친구들과 축구를 한다며 운동장으로 뛰어 나가는 모습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운동장에는 수많은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놀고 있었지만, 시선은 올곧이 고정되어 있었다. 복도에서 다른 친구와 이야기를 할 때에도, 복도 이 쪽 끝에서 저 쪽 끝으로 뛰어가는 다른 친구들이 시야를 가려버려도, 곧 그 아이를 찾아내었다.


"넌 왜 초등학생 때가 첫사랑이야? 왜 그렇게 확신해?"

"맞아. 뭘 잘 모를 때라 그냥 착각한 거일 수도 있잖아."


그들만의 이야기를 늘어놓던 사람들이 그제야 관심을 옮겨 물었다. 음, 잠시 고민하던 사람은 과거의 아이를 바라보던 자신의 순간을 다시금 떠올리며 말했다.


"그게 뭐가 중요해. 사람이 많아도 계속 그 사람한테만 눈길이 가고, 눈길을 아무리 거두려고 해도 멈출 수 없을 때. 그런 경험을 처음 겪었을 때가 첫사랑 아냐?"


그 말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곧 전화가 울렸다. 먼저 가보겠다며 급하게 자리를 떠나 밖으로 나온 여자의 눈에 익숙한 손을 흔들며 싱긋 웃어 보이는 한 사람이 들어왔다. 여자도 그에 반응하듯 환하게 미소 지으며 다가가, 어린 봄날의 그때처럼 손을 마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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