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앞에서 너를 보았을 때

by 다운

바닷가 앞 카페에서 작업을 끝내고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아쉬움이 가득한 해의 얼굴이 수평선 아래로 조금씩 점점 내려가는 중이었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집에 일찍 들어가기보다 바람이라도 쐬볼까, 하는 마음으로 짐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찰박거리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해변가를 걸었다. 어느덧 해는 수평선에 턱을 괸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 저물지 않아 남겨진 빛에 눈이 부셔 고개를 슬며시 돌렸다. 함께 산책을 나온 모녀, 홀로 바닷가를 거닐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어르신, 바다를 배경으로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해가며 사진을 찍는 여자, 햇빛에 홀려 날갯짓을 멈춘 까치. 갖가지 사연들이 이곳을 들렀다 돌아갔다.


모래사장에 남은 다양한 발자국 모양을 따라 걸었다. 어느새 내 발 코앞에는 파도의 끝자락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시간이 꽤나 지났는지, 주변 곳곳을 거닐던 사연들은 모두 발자국만을 남긴 채 자취를 감춘 뒤였다. 바닷바람이 불어오자 머리카락이 시야를 한껏 가려버렸다. 손목에 걸어놓았던 머리끈으로 한껏 엉킨 매무새를 정리했다.


먼 듯 가까운 거리에 서 있는 네가 보였다. 정성스레 챙겨 나온 카메라로 굿바이 인사를 전하는 햇빛을, 주황색 빛을 받아 한껏 반짝거리는 바다의 윤슬을, 고요하지만 정적이지 않는, 아름답지만 화려하지 않은 풍경을 담아내는 너의 모습이.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던 너는 곧 카메라 렌즈를 눈에서 떨어뜨리고, 두 동공과 뇌리에 이 풍경을 온전히 담으려는 듯 입을 살짝 벌린 채 정면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너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을 카메라 메모리가 아닌 너의 눈으로, 귀로, 피부로 즐기려는 네가 좋아 보여서.


햇빛의 끄트머리가 수평선 뒤로 사라지고 나서야, 너는 풍경의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우연히 마주친 눈길에 놀란 나는 흠칫하는 몸짓을 너에게 들킬 수밖에 없었다. 아주 잠깐의 정적 후, 너는 내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모래사장에서 시멘트 바닥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노을이 사라져 이미 어둑해진 수평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끄트머리, 환하게 웃으며 손짓하는 햇빛의 마지막 인사가 보였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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