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를 꿈꾸고 있다. 꿈만 꾸고 있다. 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되어야만 하는 이유도 없다. 날마다 소설을 쓰고자 하지만, 쓰고 있지 않다. 영영 그럴듯하다. 그렇게 이십 대를 절반 넘게 보냈다.
‘가능성 있는 상태’에 머무는 걸 좋아하는 걸까. 다시 말해, 소설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에 머물며 “나는 언젠가 소설가가 될 거야!”라고 자위하는 걸 즐기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묻지만, 잘 모르겠다.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정말로 끝낸 소설도 있으나, 그런 소설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공모전에 내도 입상은커녕 심사 소감에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즉, 입선하지도 못한다. 지금까지 내가 공모전에 낸 소설은 “몇몇 편이 제출됐습니다”라고 할 때 몇몇에 들어가는 숫자에 1을 더했을 뿐이다.
직접 쓰기 전까진 소설을 어떻게 쓸지 상상하곤 한다. 그때는 내가 마치 천재 소설가가 된 기분이다. 인물은 어떻게 꾸미고 사건은 이렇게 전개하고 하는 상상. 그런데 막상 소설을 쓰고자 키보드 앞에 서면 글이 턱 하고 막힌다. 상상할 땐 물이 뿜어져 나오던 이야기의 우물은 메말라, 아무리 바닥을 긁어도 돌 긁는 소리뿐이다.
그럴 때마다 유명한 소설가가 한 말이 떠오른다. “프로 소설가는 영감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는다”그 소설가는 쓰는 시간을 정해놓고 날마다 같은 시간에 소설을 쓴다고 했다. 나는 그렇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러지 않고 있으니 아마추어 소설가다.
영영 아마추어 소설가로 남긴 싫다. “취미로 소설을 씁니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만약에 내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날 진짜 미워할지도 모른다. 나는 직업으로서 소설을 쓰는 사람, 그러니까 직업이 소설가인 사람이 되고 싶다.
따지고 보면 소설가가 되겠다는 목표 때문에 대학교를 자퇴하고 문예창작과에 들어가려고 했다. 실패했지만, 소설가가 되겠다는 목표로 내가 포기한 건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도 나는 소설을 쓰고 있지 않다.
왜 그런지 묻지 말고 “그냥 써라!” 그게 정답이다. 그냥 날마다 같은 시간에 소설을 쓰면 되지 않은가. 시간이 날 때마다 그렇게 쓰면 되지 않는가. 그럴 때마다 몸속에서 무언가 그러기를 거부하는 것이 움직인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쓰기 싫다!”라는 마음. 그것을 이겨내고 소설을 쓴다면 비로소 프로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소설을 쓰지 않고 있는 이유는 그저 불확실함이 싫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겁이 많다. 소설가로 성공할 가능성, 성공하더라도 소설 쓰기로 밥을 벌어먹을 수 있는지, 그런 걸 따져 보면 차라리 복권에 당첨되기를 바라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보니까 소설 쓰기를 주저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만약 그 이유를 알더라도 내가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쓰면 되는데 왜 망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답답하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될 수 없다. 먹고사는 데에 문제가 없는 상황을 만들고 나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마음에 한결 편해질 테고, 그렇다면 소설을 잘 쓸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