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퇴사한 걸 후회하진 않아

by 한톨

퇴사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지금까지 그만두기를 여러 번 거듭했으나 후회할 만한 일은 한 적이 없다. 그 모든 것이 경험이라고 여기고 뉘우쳐 무언가를 배우긴 했더라도 후회하거나 그런 적은 없다. 모두 그만둘 이유가 있어서 그만뒀다. 잘했다. 그러나 그동안 몸소 깨달은 바가 있다면 무언가를 그만둔다면,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그만두는 것 자체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그 이후를 생각하지 않는 건 문제가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퇴사하지 않을 회사에 가는 것이다. 내가 퇴사를 거듭하던 당시엔 그런 생각이 없었다. “난 스펙도 없고 내세울 만한 장기가 없으니까 뽑아주는 곳은 어디든지 가야지!”라고 생각했다. 사회, 그리고 회사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다. 만약에 사회가 얼마나 깊고 심오하며 어지러운 곳인지 알았더라면 무작정 뛰어들지 않고 그럴싸한 기회를 엿보고 있었을 테다. 만약에 회사란 곳이 어디로 가는가에 따라 삶의 만족도가 천양지차로 갈리는 곳이라면, 그러니까 천국도 있고 지옥도 있는 곳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그렇게 막무가내로 지원하진 않았을 게다.

어찌 보면 젊음이 영원하리라고 믿었기에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언제나 젊을 것이라고, 지금처럼 대책 없이 살아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게 아닐까. 그러나 영원한 젊음은 없다. 영원히 빛나는 별이 없듯이 젊음도 언젠가는 저물고 만다. 그것을 젊음이 끝나기 전에 깨달은 건 축복이다.


계획 없는 퇴사는 회피다. 퇴사하고 나서 갈 곳을 정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면 퇴사는 회피의 한 유형일 뿐이다. 그럴 때는 바로 퇴사하기보다는 대책을 찾고 퇴사하는 게 낫다. 그에 반해 계획 있는 퇴사는 전진이다.


잠시 가야 할 곳을 잃고 헤맨다고 해서 영원히 길을 잃은 건 아니다.
(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잠시 방황했더라도 내게 더 맞는 방향을 찾았다면 그런 퇴사는 회피나 후퇴가 아닌 전진이다. 그러니 퇴사 그 자체보단 퇴사 이후 뭘 할지 계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실 회사는 어딜 가든 싫다. 똑같이 힘들고 다니기 싫다. 사직원을 품속에 넣고 다니는 회사원이 많은 까닭은 다른 게 아니다. 남들은 구태여 경험하지 않고 깨닫는 걸 나는 몸을 부딪히고 으깨가며 배운다. 그렇기 때문인지 더 잘 배운다. 그들은 고르지 않았을 길을 가며 여러 가지 경험을 쌓는 게 아닐까.


얼마간 사회생활을 했으나 내 처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간제나 일용직으로 일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맨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직급이 높은 사람이면 하지 않았을 일을 여러 가지 해봤다. 그 또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내가 퇴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나도 없었을 것이다. 이 글도 쓰지 않았을 게다.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갔다.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수 없다. 나는 무엇을 하든 후회할 짓은 하고 싶지 않다. 뉘우칠지언정 후회는 하기 싫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합리화하는 데에 힘을 쏟곤 하는데 그러고 싶진 않다. 정말 후회하지 않을 짓만 하고 싶다.

물론 그럴 순 없다. 나도 안다. 그러나 가장 최악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라는 것도 안다.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가 남긴 말로 글을 마치겠다.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최선은 옳은 일을 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나쁜 일을 하는 것이다. 최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0화49일. 난 그대로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