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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숙경 Oct 27. 2023

사랑 아닌 것들 모두 잊었다

대견사에서

대견사에서


                    -박숙경  



이쯤에선 뭉게구름도 부동자세다


이,목,구,비의

잡음들

산괴불주머니 노란 웃음 옆에 내려놓고

하얀 물소리를 거슬러 걷는다


큰개별꽃과 노랑제비꽃에게

잠시 내주었던 마음 추슬러

돌너덜겅의 영역을 지나

천년고찰의 여린 호흡에 닫혔던 귀를 연다


흔들렸던 뼈 마디마디의

중심을 돌탑 위에 올려놓고

풍경소리 읽으려 계단을 오른다


간절하게 연둣빛 머금으면

묵언의 입술이 열릴까

억압의 외투를 벗은 적멸보궁이 걸어나올까


사월 햇살과 참꽃의 붉은 공양을 받으며

절벽이라 뱉을 수 없는 절벽 앞에

나는 서 있다

 

얼마나 아팠을까

이마를 잃어버린 석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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