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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숙경 Nov 01. 2023

사랑 아닌 것들 모두 잊었다

모란을 놓친 이유

모란을 놓친 이유

ㅡ대흥사에서


박숙경



모란을 놓친 이유를 말해보라고

떼를 써볼 요량이었는데

난데없이,

검은등뻐꾸기 독송 시작이다


딱 한 발 늦었기 때문이라며

허공은 삼세불을 대신해서

따끈따끈한 비행운을 내놓는다


아무 죄 없는 하늘은 자꾸만 파랗게 질려갔고

뒷산은 멀리 자비를 전파 중이다


철 지난 동백도

비로자나불도 잠깐 잊기로 하고

쪽동백 생각만 했다


앞으로 피어날 꽃에 대한 무늬는

여백으로 남겨두고

바람의 숨소리만 안고 돌아섰다


피안교 아래 맑은 물소리가 종일 따라다녔다


사진-다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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