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을 놓친 이유
ㅡ대흥사에서
박숙경
모란을 놓친 이유를 말해보라고
떼를 써볼 요량이었는데
난데없이,
검은등뻐꾸기 독송 시작이다
딱 한 발 늦었기 때문이라며
허공은 삼세불을 대신해서
따끈따끈한 비행운을 내놓는다
아무 죄 없는 하늘은 자꾸만 파랗게 질려갔고
뒷산은 멀리 자비를 전파 중이다
철 지난 동백도
비로자나불도 잠깐 잊기로 하고
쪽동백 생각만 했다
앞으로 피어날 꽃에 대한 무늬는
여백으로 남겨두고
바람의 숨소리만 안고 돌아섰다
피안교 아래 맑은 물소리가 종일 따라다녔다
사진-다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