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에서
-박숙경
은행나무 길, 당간지주 옆에서 부석이라 내뱉으면 이른 점심공양 자반고등어 냄새가 푸석거리며 빠져나가고 다시 부석사라 말하면 예배당 첨탑의 빨강이 길 옆 마을을 완성시켜 준다고 쫑알거렸던 몇 시간 전의 그 말이 바람처럼 싸아ㅡ하게 빠져나간다
오래된 시간이 드나드는 틈을 향하여 무량하게 아름답다라는 감탄사의 손목을 잡고 백팔 계단을 올라 사무치는 공중부양 앞에 서서 사랑이라는 명사를 내려놓으면 이미 천만년 전 아득한 극락정토, 화엄의 세계
소백능선보다 더 겹겹인 사랑 앞에
수국의 수런거림과 청동의 풍경이 빚어내는 바람의 향기,
그 닿을 수 없는 겸손
목메도록 붙잡고 싶은 하루의 허리춤이
저녁 강물에 석양빛으로 번질 때면
또 하루의 절반 이상을 참았고 남은 하루의 절반 이하를 견뎌야 한다고
출렁거리는 마음을 토닥거리게 되는 저 돌 위에 뜬 부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