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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by 헤세


2024.11.26


사람들이 날마다 하는 많은 생각들이 다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생각은 심연 가장 아래에서부터 불쑥 올라와 무심코 나의 의식으로 전환된다. 나는 여러 번 체험했다. 그것은 공상이나 망상이 아니라 나의 간절한 소원이고 욕망이라는 사실을.

지난 인생의 많은 날들을 그런 소망과 염원을 무시하며 돌보지 않고 살았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최초로 생각의 씨앗이 떠오르고 최소 4~5 년 뒤 그 생각의 씨앗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나를 보면서. 이건 일종의 계시구나



나는 아직 잘 모른다. 그렇게 흘려보낸 5년의 시간이 낭비된 시간인지 아니면 생각의 씨앗이 숙성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기다림의 시간이었는지.

아무튼 이제는 그 최초의 발아과정이 시작되자마자 정확하게 인지하고 바로 구체적 실행계획을 세우려 한다. 그래서 말인데 최근 일주일 사이에 내가 직접 설계하고 지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올라왔다. 무의식의 강력한 메시지다. 어떤 이는 이를 직관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내부의 인도자라고 한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소로우의 <월든>을 읽으면서 이미 그런 생각을 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강력한 가치관에 일방적으로 지배당하지 않기로. 집은 사고파는 것이라는 가치관에 도전하기로 했다. 내가 살 집은 내가 만드는 거라고. 넓고 화려하지 않을지라도 먹고, 자고 글을 쓸 수 있는 나만의 작은 공간을 내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 이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즐거움이다. 나는 그 즐거움을 누려보기로 했다.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고 장애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애를 써야 하고 장애물도 넘어가야 한다.



일종의 도전이다. 도전을 즐기는 삶은 매력적이다. 집을 지으려면 집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고 장소를 물색해야 하고 나무집인지 돌집인지 흙집인지도 정해야 한다. 아무튼 천천히 순리대로 가보려고 한다. 바다와 산이 가까운 곳.. 첫 번째 입지 조건만 정했다. 시기는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다.



인생의 목표가 하나 생겼다는 것은 내가 살아갈 수 있는 동기, 에너지가 된다. 앞으로 또 어떤 목표가 나를 살아가게 만들까? 사랑? 예술? 나도 알 수 없다. 나의 직관이 이끄는 대로 순리대로.... 아모르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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