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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 Mar 02. 2023

자본주의는 영원한가?

고전산책 05 <모순론> 모택동

동전은 앞면과 뒷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면이 없으면 뒷면이 존재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뒷면도 앞면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앞면과 뒷면은 서로 대립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없으면 나도 존재할 수 없다. 대립하면서 한편으로는 통일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변증법적 유물론에서는 이를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다른 말로 하면 모순관계이다. 모순관계는 흔히 중국 고사에 나오는 말로 창과 방패로 설명한다. 고사에 나오는 창과 방패는 둘 다 동시에 공존할 수 없다. 하나가 참이면 다른 하나는 거짓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과 사회현상들은 이렇듯 대립하는 두 요소가 서로 공존하면서 투쟁한다. 보수와 진보도 마찬가지이다. 둘은 서로 격렬하게 싸운다. 그리고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이를 상호침투라고 한다. 그리고 새로운 단계로 발전한다. 새로운 단계에서 다시 보수와 진보가 생겨난다. 모순은 사회현상이나 사물이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서로 싸우는 가운데 새로운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 달걀을 예로 들어보자. 달걀은 어떤 모순을 지니고 있을까? 달걀은 자신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속성과  깨지는 속성, 즉 모순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모순이 있다고 바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외부의 충격이 가해질 때 달걀은 깨진다. 달걀이 깨지는 원인은 원래 가지고 있는 속성, 달걀의 모순 때문이다. 그렇다면 달걀외부에서 가해진 충격은 원인이 될 수 없는가? 그것은 원인이기보다는 조건이다. 달걀이 깨진 원인은 달걀자체가 가진 모순 때문이다. 사회 현상을 예로 들어보자. 흔히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원인이 세르비아가 오스트리아 황태자를 암살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바로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쟁탈전이었다. 황태자의 암살은 다만 도화선역할을 한 것이다. 황태자의 암살이 없었더라도 또 다른 사건을 통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은 제국주의 간의 모순이 만들어 낸 사건이다.  


사물과 사회는 내부에 단 하나의 모순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순의 여러 측면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모순이 사물의 변화를 결정짓는다. 이를 주요 모순이라고 한다. 주요 모순을 잘못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면 변화를 제대로 추동할 수 없다. 중국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모택동은 당면한 중국의 주요 모순을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립으로 보지 않았다. 중국은 아직 농업 국가였고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을 받고 있었기에 중국혁명을 위한 주요 모순은 제국주의의 침탈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일본을 몰아내는 민족해방운동을 주력으로 삼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본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결집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국민당 정부와 국공합작을 이끌어 낸다. 만일 그가 당시 중국이 직면한 주요 모순이 러시아처럼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모순이라고 판단했다면 중국혁명은 실패했을 수도 있다. 그는 레닌으로부터 혁명의 필연성은 배웠지만 혁명의 방식은 따라 배우지 않았다. 교조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것이다. 먼저 일본을 몰아내는 식민지 민족해방운동이 성공하면 민족모순이라는 1차 과제가 해결된다고 판단했다. 민족해방을 이루고 난 후에는 주요 모순이 달라진다. 이제는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위해 계급모순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마침내 모택동은 중화 소비에트를 건설한다. 그는 중국역사의 수많은 영웅들처럼 다시 한번 대륙을 통일한 것이다.  


혁명은 한 사회를 완전히 바꾸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다. 그것은 과학이고 예술이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고 시시각각 몰려오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반혁명세력과의 싸움뿐만이 아니라 같은 혁명세력 안에서의 이견과도 싸워야 한다. <모순론>은 중국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지도자 모택동의 탁월한 식견과 판단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저작이다. 모든 성공한 혁명가가 그렇듯이 그는 뛰어난 철학자이자 전략∙전술가였다.  


1990년 이후 사회주의국가가 몰락하면서 일견 자본주의 국가가 체제대결에서 완전히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완전한 체제란 없다. 끝없이 내부모순을 통해 질적 변화를 만들어 간다. 과연 자본주의 체제가 인류의 경제체제 중에서 마지막 단계일까? 알 수 없다. 다만 인류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모든 사회체제는 고유의 수명을 지니고 있다. 유한하다는 말이다. 과연 자본주의가 스스로의 모순을 체제 안에서 해결하며 그 명백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흥미롭게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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