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5 토요일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황무지> - T.S 엘리엇
갈림길에 설 때가 있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주저한다. 자신이 없다. 가장 최선은 자신을 믿고 하나의 길을 선택해서 과감하게 가는 것이다. 그래서 결정해야 한다. 어디로 갈 것인지. A를 선택하자니 B가 눈에 밟힌다. B를 선택하자니 A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선뜻 결정 못하고 시간만 흘러간다. 걷다 보니 왜 이리 갈림길은 많은지 그냥 한 길로 쭉 이어진 탄탄대로이면 좋겠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최종의 목적지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가 갈림길에서 선택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이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지.
내가 선택한 길이 옳다는 확실한 보장은 없다. 대신 지금부터 그 길이 나의 길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온 힘을 다해 길을 개척할 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사라진다. 나의 선택이 옳은 선택이 되게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할 때 반드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몰려온다.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택 이후 나의 태도와 행동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선택이 틀릴 수도 있다. 그것은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될 것이다. 다음번에 직면하게 될 새로운 선택의 교훈이 될 것이다. 시행착오를 피할 길이 없다. 가장 많이 실패한 사람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다. 실패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4월을 시작하면서 주도적으로 새로운 선택을 했다. 내가 선택한 길이 내 인생의 봄을 불러올 수 있을지는 지금부터 행해질 나의 행동과 태도에 달려 있다.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기획투사의 실전이 앞으로 펼쳐진다. 계획을 잘 수립해야겠다.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일주일을 어떻게 보낼지 2025년을 어떻게 보낼지. 매일 아침 일어나 하루를 조망하며 온전히 살아내는 것, 최선의 하루가 쌓이고 쌓여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된다. 위대한 나의 역사가 된다. 기적은 그렇게 찾아온다. 후회 없이 살아낸 하루가 누적되면 운명을 개척하는 나의 역사가 만들어진다.
지난 6개월 동안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6시까지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리고 회사로 출근했다. 무조건 11시에 잠을 청했다. 나의 몸은 새로운 삶에 잘 적응했다. 어느 순간 일어나는 것이 더 이상 힘들지 않게 되었고 그 고독의 시간이 나의 영혼을 예리하게 벼려주었다. 나는 새로운 교훈 하나를 얻었다. 인간은 어떤 환경이든 이내 적응할 수 있음을.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인간의 적응력과 뇌구조의 변화에 대한 책을 한 권 쓰고 싶다. 내 생각의 흔적은 여러 권의 노트에 남았고 나의 사유가 점점 깊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제 또 변화의 시간이 왔다. 한 단계 더 도약할 때이다. 직관적으로 그렇게 느낀다. 안주하면 안 된다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더 확장된 시공으로 뛰어들 것이다. 잠깐의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했다. 하나의 선택은 다른 하나의 포기이다. 포기한 것에 대한 미련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선택한 다른 하나가 줄 기회에 집중하는 것이다. ‘시간’과 ‘자유’라는 혜택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선 독서와 집필이 늘어난다. 쓰는 글의 양을 늘릴 것이다. 독서계획을 세우고 노동하듯 책을 읽을 것이다. 독서와 사유는 앞으로 내가 만들어낼 창조물의 부가가치를 결정짓는 원천이다. 늘 생각했다. 나의 창조물의 가치가 얼마나 될까? 나도 궁금하다. 그러나 결과보다는 과정에 주목할 것이다. 내가 만든 창조물의 가치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더 좋은 사람,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질적으로 변화된 깊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크리티컬 매스’의 초월, 양이 질로 바뀌는 결정적 순간, 특이점을 불러오는 것이다. 누적된 루틴의 결과물은 그렇게 기적처럼 나에게 찾아올 것이다. 나는 믿는다. 믿음의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또는 아직 오직 않은 미래가 조만간 올 것을 알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믿음은 실천을 가능케 한다. 희망은 믿음의 쌍생아이다. 가슴에 새긴다. 삶의 단순성, 반복된 루틴의 폭발력. 방탄유리의 한 점을 계속 때리는 집중력, 삶의 목표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헌신, 순수함만이 변화와 성공을 가져온다. 비루하다고 여겨지는 자신의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키고 도약하게 만드는 결정적 비결은 생각의 변화와 실행력이다. 이 두 가지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로또 같은 행운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을 기적 같은 행운에 맡기며 살 수는 없다. 그런건 예상치 않게 찾아오는 보너스 같은 것이다. 없어도 지장 없는 지극히 확률 낮은 변수이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를 기억한다. 늘 자기가 한 일의 내용과 소요된 시간을 깨알같이 기록하는 아주 독특한 습관을 가진 과학자였다. 매일의 기록이 모여 통계가 되었고 그 통계를 활용해 앞으로 자기가 할 일에 투여될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계획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할 일을 배치하고 시간을 나누어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집요했고 철저했다. 그가 지녔던 실행력과 계획능력의 반만이라 도 지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4월이 잔인한 이유를 아는가? 추운 겨울 웅크리고 살며 적응했던 땅속의 삶을 깨고 땅밖으로 나오려니 두려운 것이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고개를 디민다. 그래서 잔인하다. 일상을 깨기가 너무 힘들다. 이미 길들여져 있기에. 자연은 생명의 법칙아래 저절로 살아간다. 그래서 자연이다. 그러나 인간은 살기 위해 굳센 의지로 필사적 사투를 벌인다. 단지 먹고 자는 것만을 삶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자기 삶의 도약을 이루려 하는 자는 잔인함을 이겨낸다.
중력의 영을 거슬러 상승한다.
4월의 잔인함을 지나 빛나는 5월의 라일락 향을 맡으며 뜨겁게 타오르는 7월의 정열을 예비한다. 생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