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나름 의미가 있었다.
너무 열심히 살며 살아가는 순간의 행복을 허비하지 말라는 이야기 같았다.
젊을 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나는 지금까지 그런 생각으로 살았다.
‘죽는 날까지 내 에너지를 남김없이 소진하면서 불꽃처럼 살겠다.
단 한 톨의 온전한 세포도 남기지 않고
내 영혼에서 몸에서 모든 걸 짜내고 태우고 불꽃처럼 사라지리라.’
하나 육십 중반이 되어서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이 사회에 내가 공헌할 일들이야 찾으면 많겠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고 또 누가 절실히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편안하게 쉬어도 된다고 말한다.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 그러자꾸. 게으르게 지내자.
늦잠을 자든 빌빌거리든, 혼자 히죽거리며 길을 가든
누가 내게 뭐라 할 아무도 없다.
게으르게 지낼 만큼의 돈은 있다.
사치를 하려고 열심히 돈을 벌 바보는 아니다.
집이 있고, 밥 먹을 수 있는 돈이 매달 나오고
나와 아내 외에 내가 부양해야 할 사람도 없다.
좀 부족하면 아끼며 살면 될 정도의 부자다.
그렇군. 돈으로 부자는 아니지만 시간은 많다.
그렇네. 시간 부자네. 오! 좋아, 내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다.
시간 부자로 살자.
시간을 내 마음대로 아낌없이 물 쓰듯이 쓰자.
그래 시간으로 세상 최고의 부자가 되는 거야.
내 맘대로 시간을 마구 주무르면서….
생각만 해도 신난다.
이 글을 쓰면서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역시 내 잔머리는 번득거리네. 녹슬지 않았어.
단 하나 내 자유와 게으름에 방해가 되는 건 아내의 잔소리다.
그건 참을 만하다. 그 정도까지는 한다.
심하지도 않고 내 생명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쓸 건가, 상상하니 설렌다.
열정적으로 시간을 마구 쓰면서 열심히 게으름을 피워보자고!
계획은 너무 많이 세우지 말고 닥치는 대로 기분 나는 대로 하자꾸
너무 덤벙대지 마.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