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이게 뭐라고

251003

by 원호연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모이자는 말에 팔도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경기북부와 남부, 인천, 영주 그리고 목포에서 출발해 동대문까지 한달음에 뛰어온다. 모이다 보니 4인용 테이블을 두 개나 꽉 채워 앉았다. 우린 매일같이 떠들던 말들로도 부족했던 건지 보자마자 또다시 쉴 새 없이 떠든다. 누군가가 선물로 들고 온 어릴 적 그 유명했던 보라색 옷을 입고 한바탕 뒤집어진다. 네가 더 잘 어울리네 내가 더 잘 어울리네 하며, 말도 안 되는 도토리 키재기도 해본다. 다 같이 먹을 음식도 빼먹지 않는다. ‘사장님 여기 가위가 없는데 다 같이 떠먹게 조사 주실 수 있나요.’라는 요청 사항을 기재해 놓고 기대한다. 얼마 뒤 배달 기사님이 놓고 간 그릇을 열어보자 정말로 잘게 조사서 온 냉면 덕에 대화는 끊이질 않는다.


자리를 옮겨 술 한 잔을 더 기울여본다.

“이왕 모인 거 비싼 거 시키자!”

“사장님 여기 갑오징어 숙회 세 접시요. “

“서비스 주시면 감사해요. “


갓 쪄낸 갑오징어 한 마리에도 우린 대동단결이 된다. 서비스로 나온 계란후라이가 올라간 짜장라면에도 아이처럼 환호성을 지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한 점에 마음의 허기를 채우며, 다시 스무 살이 된다. 각자 살아온 시간을 이만큼이나 건너뛰어 만났음에도 거리낌 없이 서로에게 문대다 간다. 각자의 어깨를 나란히 기대어 넘실거리는 물결을 만든다. 만들어진 파도 속에서 유영하듯 시간에 빠져든다. 어쩌자고 해가 이리도 금방 저문 것인지, 동대문 한복판에서 각자의 길로 흩어져야만 한다. 저마다의 손엔 누군가의 선물이 들려있고 난 속으로 ‘하! 참으로 본인 같은 것만 골랐더랬지’하며 중얼거려 본다.


누군가는 취기를 가져가고 누군가는 온기를 가져간다. 난 접이식 간이의자가 당첨되었으니 편안함을 가져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시간이 뭐라고 이렇게 또 사람들을 알아간다. 타인의 세계를 한 움큼 집어 가방에 욱여넣어 집으로 가져간다. 그렇게 또 기약 없을 다음 약속까지 살아간다. 우리는 오늘의 기억으로 또 살아간다.


(추신. 어째 갑오징어 숙회 사진을 찍은 사람이 한 명도 없더란다. 메뉴가 나오자마자 젓가락의 질주가 있었다는 걸 망각한 모양이다. 난 글에 곁들일 사진을 위해 ai에게 갑오징어 숙회 실사를 요청했고, 결국 30여 분간의 사투 끝에 나온 것이 저 이미지다. 최최최최최종. jpg 이어도 여전히 마음에 들진 않는다. 암튼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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