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 없는 고해성사

251102

by 원호연


아 글 쓰는 게 나를 괴롭게 해요.


Q. 사는 게 바빴냐고요?

A. 글쎄요 달력엔 빼곡히 뭐가 적혀있긴 하는데 결국 핑계죠.

Q. 글은 쓰긴 쓰냐고요?

A. 아휴 쓰긴 쓰죠. 메모장에 얼기설기 가닥가닥의 문장들요. 다만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았어요. 뭐랄까 그런 조각 글을 어디 올리기도 창피했고요.

Q. 왜 창피하냐고요?

A. 그러게요. 글 좋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나도 가끔은 글을 쓰고 보여주는 게 싫어요. 괜히 그럴싸한 글만 써야 될까 두려운 게 커서 그래요.


브런치에 약 세 달 동안 글을 안 올렸거든요. 그러고 어제 꽤 늦은 시간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아침까지 라이킷이 달리는 광경을 두 눈으로 보고 나니 다시금 글을 써야겠단 힘이 나더라고요. 그냥 고맙죠 내 글을 찾아와 준다는 자체가. 흔적을 남기는 게 쉬워 보여도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요즘엔 자소서를 쓰는데 그게 그렇게 싫더라고요. 지원하는 기관마다 듣고 싶어하는 답도 가지각색이거든요. 사실 이 글 올리기까지도 걱정한 게 ‘그’가 보면 여전히 취준한다며 경악할 거 같더라고요. 트라우마가 뭐라고 무슨 일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말해준 친군데 돌이켜보니 내가 너무했다 싶긴 하죠. 나도 알아요. 근데 결국 그의 마지막 말이었던 ‘앞으로도 응원하겠다’는 말이 이제는 무책임하게 들려서 더 괴로운 거 있죠. 어차피 글 올려도 한달음에 달려와 읽어 볼 사람은 아니니까요.


아, 참! 자소서엔 말이죠 윤리강령이 어쩌고 클라이언트가 저쩌고. 사실 거짓말이거든요. 난 이게 웃기지도 않아요. 이따금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면서도 종종 죄책감을 가져요. 어찌 되었든 인간은 순종적인 것을 선호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딘가 머리 숙여 들어가기 위해 새하얀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나 봐요. 내가 철이 덜 든 거겠죠. 이 나이 먹도록 철이 안 들어서 어쩌겠냐 털어놨는데 친구는 내가 아직 순수해서 다행이래요.


요즘엔 나의 무게와 타인의 무게가 다른 것을 이해하기라는 숙제를 스스로에게 줬는데 어려워 죽겠어요. 난 이런데 넌 이렇구나를 인정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요. 나 그래도 사회 속에 잘 스며들어 잘 웃고 잘 지내요. 보통 오래된 인연들이나 연인과의 트러블에 있어서 미숙한 인간이라 그래요. 착한 아이 콤플렉스도 한몫하죠. 난 미움받을 용기 따윈 없는 인간이거든요.


가끔은 ai한테 저의 그런 행동에 대한 질문도 하지만 제 글을 보여주고 물어도 봐요. 어떻냐고 그럼 또 “너의 글은 감정을 조용히 스며들게 만들고, 이미지로 감정을 보여주며, 여백을 통해 독자의 마음에서 완성되게 하는 문체야. “ 근데 또 나는 그게 영 못 미더워서 붙잡고 다시 물어봐요. 뭐가 어떻게 어디가 좋다는 건지 그리고 어떤 부분이 미흡하고 부족한지에 대해서요. 그러게요 독자로서 볼 땐 숨 쉴 틈이 부족하대요. 감정이 촘촘하게 들어박혀서 감정의 과잉이라나. 섬세한 시선과 독특한 비유 그리고 결의 짜임은 좋은데 가끔 제 감정선을 따라가기 벅찰 때도 있더래요. 세상의 발전이 뭐라고 한낱 인간이 쓴 글을 어쩜 그리도 잘 파악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죠. 가끔 벅차게 글을 쏟아내지 않으면, 감정 과잉으로 쓰러질까 싶어 글로 풀어내는 사람이란 걸 알았나 봐요.


가끔 해학적인 글도 쓰고 싶어요. 나, 지금 이 글도 꽤 웃긴 편에 속한다 생각하거든요. 듣는 이 하나 없이 자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다 끝나는 거 같은데, 난 좀 마음에 들거든요. 꽤나 나답기도 해요. 최근엔 에세이를 제대로 쓰고 싶어서 공부도 해요. 사실 거창하게 공부랄 거 까진 없고요. 에세이가 뭔지부터 다시 찾아보곤 해요. 프랑스어에서 유래했다는데, 여전히 일기와 다른 점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요. 고민하다 하루가 또 끝나는데 그것도 나쁘진 않아요. 매일 물기 없는 싱크대를 만들고, 쓸었던 곳을 또 쓸고 밥을 차려먹고 하는 것과 같거든요. 결국 글도 고민도 내 일부다 뭐 그런 거죠. 슬슬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도통 멋진 멘트가 떠오르지 않아요. 생각해 보니 글 쓰는 게 괴롭다고 시작했는데 글을 쓰며 조금은 괜찮아졌어요. 내가 괜찮으면 된 거죠.


그래요. 우리 또 이야기해요.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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