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15
글을 쓴다면 막연하게 사람을 살리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능력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업으로 삼기엔 턱없이 부족한 능력이었던 글쓰기. 그렇지만 누군가 쉴 때 뭘 하냐고 묻는다면 항상 꺼내는 말인 '전 글 쓰는 걸 좋아해요' 양심은 남아있는 것인지 아직까진 잘한다고 하진 않는다. 진짜 잘한다고 하면 그럴싸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된 것만 같아 숨고 싶어질 정도니까. 언젠가 군더더기 없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는 날이 온다면, 그땐 드디어 나의 자리를 찾았나 싶을 것이다.
글 자체가 좋았다. 힘든 시간을 혼자 보내기 어려울 것만 같을 때도 글을 읽었다. 눈으로 문장을 한 점 한 점 따라가다 그것마저도 부족해지면 입으로 소리 내어 곱씹어 나갔다. 그렇게 누군가의 피땀 섞인 한 권을 비워내면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기곤 했는데, 요즘 들어선 읽는다는 행위 자체를 외면하며 지내온 것 같다. 글 쓰는 걸 좋아한다는 사람이 글을 읽지 않는다는 건 모순이지 않을까?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인 건지 현대인들은 책 읽을 시간도 없다는 주장에 근거를 실어주는 한 사람이 된 것인지 단정 지을 순 없지만.
확실한 건 우리는 글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 위로받아 본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글 속엔 누군가의 생각, 사상, 감정, 가치관, 상황 그 모든 것이 담겨있기에 가장 쉽고 빠르게 치료할 수 있다. 가장 적은 돈으로 지식을 키울 수 있고 지혜를 기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좀 오래전 이야기지만 10대 시절 탈무드라는 책을 선물 받은 적이 있었다. 왜인지는 몰라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는데 청소년기 한 번씩 찾아온다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보낼 수 있었다. 이렇듯 어떤 글을 접하느냐에 따라서 환경의 온도가 변하기에 난 글이 가진 힘을 믿는다.
문득 가슴속에 문장 하나씩 품고 지내면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메모장을 열어봤다. 겉멋들은 문장들도 즐비하지만 난 그중에서도 '폄하하거나 첨언하지 않는 태도'라는 문장이 꽤나 마음에 박힌다. 그 문장이 나를 움직였고, 내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관통하고 있다. 이렇듯 문장이 가진 힘을 알기에 사람을 살리는 글을 쓰고 싶었다. 누군가의 고민 끝에 쓰인 한 줄의 문장이 사람을 구성하는 한 요소가 되어감을 알고 있다. 막연한 일상에서 오는 생각에 영감을 보태어 글을 써나간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쉽기만 한 일은 어디 재미나 있겠냐며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글을 쓰는 것은 고통 그 자체며, 나라는 인간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일이기에 치부될 줄 알면서도 내보였다. 나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니 어느 것 하나 아쉬워 보이지 않는다. 초연한 마음으로 써 내려간 글들이 나를 살리고, 누군가를 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