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은 시각장애인이다. 아들이 스스로 '나는 시각장애인이잖아.'라고 말하는 게 맘에 걸리긴 하지만, 보는 것에 좀 어려움이 있는 아이라는 것은 사실이니까. 사람들이 특별한 아이라고 먼가 의미를 부여해서 말해주려 하지만, 평범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들을 키우고 있다. 오늘은 그 아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딸과 나는 가끔 '소망이 초능력자 썰!'을 서로 이야기하곤 한다. 워킹맘인 나는 드라마로 스트레스를 푸는 K-엄마 중 한 사람이다. 아이들을 재우면서 가끔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드라마를 듣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드라마는 보지도 않았는데 끝이나 있고, 이어폰은 어디 갔는지 찾을 수 없을 때가 참으로 많다. 그럼 아들이 "엄마, 이 이어폰 엄마 거예요?"라고 내가 안경 끼고 도 잘 찾지 못한 이어폰을 찾아서 나에게 가져다준 적이 여러 번이다. 그냥 침대 위에 있었다면 내가 보고 찾았겠지만, 침대 옆이나 어디 사이에 끼어있는 이어폰은 손으로 더듬어 찾아야 하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안 나올 때가 많다. 그런데 내 아들이, 그것도 아무것도 못 보는 아들이, 그것을 찾아올 때, 신기하게 여겨지면 딸과 함께 입을 떠억 벌린 기억이 난다.
또 하루는 "엄마 이어폰 찾아 줄 사람?" 하고 물어보니
아들이 "엄마 입고 잔 옷 주머니에 있잖아요."라고 얘기해 준다.
주머니를 찾아보니 진짜 이어폰이 들어있다.
"어떻게 알았어?"라고 물어봤더니
"내가 자다가 엄마 안아주면서 엄마 옷 만질 때 주머니에서 느껴졌어요."라고 대답한다.
새벽녘에 뒤척이다가 잠시 만져진 이어폰을 그 짧은 순간에 느끼다니! 그리고 그 순간을 잠결에 기억하다니. 너 정말 엄지 척! 대단하다. 너 혹시 초능력을 가진 아이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