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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Jul 17. 2021

Thinking about

다시는 보지 못할 걸 알면서도



어느 장소에 가면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고,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어떤 영화를 보면 그 장면을 보던 웃음소리가 들리고,

어떤 향기를 맡으면 그 공간이 생각나고,

어떤 날에는 행복했던 시간이 기억난다. 


다 제각기 다른 추억들이 괜스레 떠오른 건 왜였을까. 

이 어슴푸레한 황혼이 마치 당신을 닮아서였을까.

다시는 보지 못할 걸 알면서도 안은 등과 날 달래던 손의 온기가 아직도 남아있던 걸까.


떨리던 내 두 손을 담담하게 잡아주던 그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았지. 

사실 당신 또한 나만큼 떨려한다는 걸, 그리고 내게 감추기 위해 애써 덤덤하던 당신을 위해 모른 척했어.

노을을 담은 당신의 눈망울에 맺힌 눈물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눈이 부셨지.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던 그 눈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걸 안 순간, 난 세상에 눈이 멀어버린 것과 다름없었지. 


처음엔 당신이 내 곁에 없다는 게,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믿으려 하지도 않았어.

날이 지나갈수록 당신을 더 그리워하고, 보고픈 마음이 커져 주체할 수 없었거든. 

부푼 마음을 다잡기가 어려워 애를 쓰고 나 자신을 괴롭게 한 날들이 연이었었지. 

당신이 걱정할 걸 알면서도, 내심 당신이 내 생각을 해주길 바랐었나 봐. 나 참 이상하고 못났지?

그렇게 살다가,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았어. 그런 모습은 당신이 좋아해 주지 않을 것 같았거든. 그 이후로 나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려고 해. 가끔 오늘처럼 당신 생각에 잠 못 들어 이리저리 우리를 찾아 배회하는 날들을 제외하면 말이야. 


이제 막 해가 졌어.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하늘이었지. 아마도 오늘 밤은 아름답고 무수한 별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 별들을 수놓은 하늘을 바라보며, 당신과 함께한 밤을 떠올리며 이 밤을 지새우겠지. 그렇지만 당신은 이 하늘을 배게 삼아 기분 좋은 숙면을 취했으면 해. 어디에 있는지도, 무엇을 하는지도, 누구와 있는지도 모르지만, 당신을 사랑해. 매일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


이 부치지 못하는 편지는 영영 당신에게 닿을 수 없겠지만

사랑을 담아

이젠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내가.



빈센트 - Thiking about에 착안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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