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이지만 운동 된다… 다시 주목받는 꼭짓점 댄스의 정체
최근 MZ세대 중심으로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다.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필름 카메라로 일상을 기록하며, 바나나맛 우유의 옛날 디자인을 찾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90년대 경양식집 분위기로 꾸민 식당이 줄을 설 만큼 인기를 끌고, 포켓몬빵처럼 한동안 사라졌던 제품도 다시 등장해 품절 사태를 일으켰다. 레트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금 세대가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흐름은 패션이나 음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옛 드라마가 다시 회자되고, 80~90년대 음악이 인기 차트에 오르며, 과거 유행하던 춤을 따라 하는 영상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때는 스쳐 지나갔던 구호나 동작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가운데 한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2006년 여름, 광장에서 붉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며 같은 춤을 추던 모습이다. 당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꼭짓점 댄스’는 따라 하기 쉬운 동작과 유쾌한 분위기로 금세 전국적으로 퍼졌다. 거리 응원은 물론, 학교와 군부대, 직장에서도 함께했던 퍼포먼스로 기억된다. 특별한 기술 없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었고, 음악만 있으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었다.
이 춤은 서울예전 93학번 학생들이 무대에서 추던 군무에서 시작됐다. 중심에 선 사람이 “내가 꼭짓점이야”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되어 ‘꼭짓점 댄스’라는 이름이 붙었고, 배우 김수로가 방송에서 이를 재현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방송 이후 네티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쉽다”, “신난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월드컵 공식 응원 안무로 쓰자는 제안도 잇따랐다.
열흘 만에 회원 수 10만 명을 넘긴 팬카페가 생겼고, 거리에서 단체로 추는 영상이 퍼지기 시작했다. 서울 상암 경기장에서는 1,000여 명이 동시에 꼭짓점 댄스를 추었고, 군부대에서는 아침 체조 대신 이 춤을 도입하기도 했다. 거리응원, 온라인 커뮤니티, 해외 교민사회까지 퍼졌던 이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국민운동’이라 불릴 만큼 전방위적이었다.
당시에는 함께 즐기기 위한 퍼포먼스에 가까웠지만 지금 시선으로 보면 꽤 잘 짜인 전신 운동이기도 하다. 동작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팔과 다리, 어깨, 허벅지, 복부까지 고르게 움직이게 만든다. 반복하면서 체온이 올라가고 심박수도 안정적으로 높아진다. 땀이 날 정도로 격하지는 않지만, 관절을 풀고 가볍게 전신을 움직이기엔 충분하다.
팔을 좌우로 뻗는 기본 동작만으로도 상완근과 삼각근이 사용되고, 팔을 교차로 뻗는 과정에서는 등 근육인 광배근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앞으로 나가는 스텝은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자극하고, 발을 넓게 벌리는 자세는 내전근과 고관절을 움직인다. 상체를 회전하는 과정에서는 복부와 허리까지 함께 움직이게 된다. 이처럼 전신의 큰 근육군을 무리 없이 활용할 수 있어 워밍업이나 회복기 운동으로도 적합하다.
리듬에 맞춰 3~5분만 움직여도 체온이 서서히 상승하고, 심장이 일정한 속도로 뛰기 시작해 가벼운 유산소 운동으로 이어진다. 팔과 다리를 끝까지 뻗는 동작은 말초 혈류 흐름을 도와주고,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까지 자연스럽게 쓰게 된다. 체력 부담이 크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하거나 중장년층이 활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꼭짓점 댄스의 가장 큰 장점은 별도의 장비나 공간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음악만 틀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고, 매일 5분씩 반복해도 관절 가동 범위 확대와 기초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된다. 일정한 리듬으로 구성된 동작은 운동 초심자나 체력 회복기에도 부담 없이 소화할 수 있다.
꼭짓점 댄스처럼 한때 유행했던 움직임이, 시간이 지나 생활 속 운동으로 다시 사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과거엔 단순히 재미를 위한 동작으로 소비됐지만, 지금은 일상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하나의 수단으로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억지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가볍게 따라 하며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꼭짓점 댄스는 총 네 가지 동작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는 준비 동작이다.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한 팔을 45도 방향으로 뻗으며 리듬을 탄다. 워밍업처럼 가볍게 시작하기 좋다. 두 번째는 전진·후진 스텝이다. 팔과 다리를 함께 뻗으며 세 걸음 앞으로 나간 뒤, 다시 세 걸음 뒤로 물러난다. 동작을 네 방향으로 반복하면 하체가 자연스럽게 풀린다.
세 번째는 팔 뻗기 동작이다. 손끝과 시선을 위쪽으로 향하게 하고 양팔을 교차해 뻗는다. 가볍게 반동을 주면 어깨와 복부 근육도 함께 움직인다. 마지막은 마름모 스텝이다. 네 방향으로 스텝을 밟아 마름모 모양으로 이동하며, 팔을 앞뒤로 뻗는 동작으로 마무리한다. 균형 감각과 중심 잡는 힘을 기르기에 좋다.
이 네 가지 동작을 리듬에 맞춰 3~5분 반복하면 몸이 따뜻해지고, 숨이 약간 차오른다. 짧은 시간에 전신을 움직일 수 있고, 일정한 흐름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레트로 열풍이 다시 불고 있는 요즘, 한때 ‘국민 운동’으로 불렸던 꼭짓점 댄스도 다시 꺼내볼 만하다. 꼭짓점 댄스는 유행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든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고, 모두가 한 번쯤은 따라 해봤던 경험이 있는 만큼, 운동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도 익숙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딱딱한 체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음악을 틀고 이 춤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