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하거나 보관 잘못하면 식중독 위험이 있는 '숙주'
한국인의 식탁에서 나물은 곁들이는 음식이 아니라, 계절의 맛을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봄이면 산나물, 여름이면 신선한 채소가 입맛을 살린다.
그중에서도 숙주나물은 손질이 간편하고 아삭한 식감 덕분에 세대를 막론하고 사랑받아 왔다. 국물 요리, 무침, 볶음 등 활용 범위가 넓어 일상에서 자주 보게 되는 나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숙주는 자칫 잘못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제대로 익히지 않고 먹거나 보관을 소홀히 하면 식중독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더 주의가 필요하다.
숙주나물이 가진 다양한 효능과 함께, 잘못 섭취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 그리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조리 및 보관법을 알아본다.
숙주는 녹두를 발아시켜 키운 채소로, 성장 과정에서 각종 영양소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발아 후에는 비타민 A가 2배, 비타민 B는 30배, 비타민 C는 40배 늘어난다. 비타민 B군은 신진대사를 촉진해 활력을 높이고, 비타민 C와 플라보노이드는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해 면역 기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이 채소에는 피로를 유발하는 젖산을 분해하는 아스파라긴산도 다량 들어 있어, 체내의 피로 물질을 빠르게 제거해준다. 이 성분은 간 기능을 강화하고 알코올 분해와 노폐물 배출을 돕기도 하는데, 숙주로 만든 각종 요리가 해장용로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숙주에는 엽산도 풍부해 임신 초기 여성과 태아 건강에 좋다. 엽산은 태아 신경관 발달을 돕는 필수 영양소로, 임신 초기의 임신부의 식단에는 필수다.
게다가 숙주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적합하다. 수분 함량이 약 96%에 이르고, 100g당 열량이 11kcal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풍부한 식이섬유는 포만감이 커서 과식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몸에 좋은 숙주도 조리나 보관을 잘못하면 위험할 수 있다. 숙주는 수분이 많고 따뜻한 환경에서 자라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식재료기 때문이다.
특히 살모넬라균, 리스테리아균 같은 식중독균은 이런 환경을 아주 좋아하며, 실제로 숙주에서 자주 검출된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과 어린이가 이에 감염되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덜 익힌 숙주를 먹거나, 조리 후 상온에 오래 두면 위험성이 커진다. 여름철에는 세균 수치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가열 조리를 해야 한다. 다행히 인체에 유해한 균은 대부분 고열에서 사멸한다. 남은 숙주는 반드시 냉장 보관을 해야 하며, 되도록 하루 내에 먹는 것이 좋다.
만약 숙주를 먹고 난 뒤 구토, 복통, 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위장 장애로 넘기지 말고 적절히 약을 복용하거나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식중독은 병원균 섭취 후 최대 48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며,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이상 지속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식이섬유가 지나치게 많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성분은 소화를 돕고 속을 편하게 해주지만, 지나치게 다량을 섭취하거나 위장 기능이 약한 사람이 먹으면 가스나 복부팽만, 설사 같은 불편을 유발할 수 있다.
숙주를 안전하게 섭취하기 위해선 반드시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은 뒤 끓는 물에 데치거나 완전히 익혀 먹어야 한다. 조리 후에는 물기를 충분히 제거하고 가능한 한 빨리 먹는 것이 좋다.
다행히 숙주의 비타민과 아스파라긴산 같은 주요 영양소는 조리 과정에서 크게 손실되지 않는다. 따라서 안전성을 위해 가열 조리를 습관화하는 것이 좋다.
숙주는 아삭한 맛과 풍부한 영양으로 사랑받는 식재료지만, 방심하면 식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조리법과 보관법을 올바르게 지키기만 한다면 숙주는 언제까지나 우리 식탁을 책임지는 안전한 먹거리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