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씨앗 단백질 줄이는 '황금 시기' 밝혀졌다

가볍게 걷기와 차이 뚜렷…65세 이전이 관건

by 헬스코어데일리
3418_5520_4342.jpg 숨차게 거는 모습. / 헬스코어데일리

치매를 막기 위해 산책을 꾸준히 한다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가볍게 걷는 습관만으로는 뇌 속에 쌓이는 치매 단백질을 줄이는 데 뚜렷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9일 KBS보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연구팀은 치매가 없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조사에서, 땀이 날 만큼 숨차게 걷기를 장시간 실천한 경우에만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확실히 줄어든다는 결과를 얻었다.


아밀로이드는 '치매의 씨앗'이라 불린다. 원래는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지만, 나이가 들며 과도하게 쌓이면 독성 물질로 변한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대량으로 발견되는 것도 바로 이 단백질이다. 뇌 영상검사(PET)에서 치매 환자의 피질 부위는 아밀로이드가 노랗게 축적된 모습으로 드러난다. 반면 치매가 없는 사람의 뇌에서는 이런 신호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걷기 강도와 뇌 속 아밀로이드 억제 관계


연구팀은 치매가 없는 노인 151명을 4년 동안 추적했다. 참가자들의 평생 걷기 습관을 강도와 시간으로 나누어 비교했고, 동시에 뇌 영상으로 아밀로이드의 축적 정도를 정량화했다. 고강도는 심장이 빨리 뛰고 땀이 나는 수준, 저강도는 가볍게 걷는 정도로 구분했다. 시간은 주당 360분 이상이면 장시간, 그 미만은 단시간으로 정의했다. 기준점은 주당 40분 미만 걷는 비걷기군이었다.


그 결과는 뚜렷했다. 하루 평균 50분 이상 숨차게 걷기를 이어간 사람은 아밀로이드 축적이 30% 억제됐다. 반대로 저강도로 짧게 걸은 그룹은 4년이 지나도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걷기가 치매 위험 단백질을 실제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뇌 영상으로 입증한 건 세계 최초”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3418_5521_443.jpg 단체로 걷는 모습. / 헬스코어데일리

65세 이전부터 시작해야 효과가 뚜렷


걷기 운동을 시작 시점도 중요한 요소였다. 65세 이전부터 걷기를 꾸준히 한 사람에게서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중년부터 습관을 들여야 뇌 속 아밀로이드가 본격적으로 쌓이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의미다. 치매가 발병한 뒤나 노화가 진행된 뒤에 시작하는 것보다, 일찍부터 강도 높은 걷기를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고강도 걷기가 효과를 내는 이유는 분명했다. 걸으면 뇌 혈류가 늘어나 신경세포를 돕는 단백질인 BDNF가 활발하게 분비된다. 이는 신경회로를 보호하고 새로운 연결을 돕는다. 동시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고 숙면의 질이 좋아지면서, 아밀로이드 배출이 촉진된다. 뇌 속에서 쓰레기를 청소하는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가 더 활발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운동과 치매 예방의 관계를 꾸준히 조사했지만, 이번 연구는 영상 자료로 직접 입증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알츠하이머는 미국·유럽에서도 가장 흔한 치매 유형이다. 서구에서는 유산소 운동이 인지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보고가 이어졌지만, 이번처럼 아밀로이드 축적과 걷기를 직접 연결한 결과는 한국 연구팀이 처음이다.

3418_5522_4925.jpg 치매 단백질 제거를 위해서는 하루 50분 이상 숨차게 걸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 헬스코어데일리

국내 치매 환자는 이미 97만 명에 달한다. 2044년에는 지금의 두 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생활 속 실천이 절실하다. 연구진은 “숨이 찰 정도의 강도로 하루 50분 이상 걷는 습관이 치매 예방에 실질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체력이 약하거나 지병이 있는 사람에게 고강도 걷기는 부담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하루 10분에서 시작해 시간을 늘려가는 방식이 안전하다. 당뇨, 심혈관 질환, 관절염이 있는 경우는 의료진과 상담 후 맞춤형 계획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


연구팀은 “가벼운 산책만으로는 뇌 단백질 축적 억제가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지만, 전혀 걷지 않는 사람보다는 확실히 나았다”며 걷기 자체를 멈추지 말라고 조언했다. 결국 강도와 시간이 관건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걷기를 생활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뇌를 지키는 길이라는 의미다.


이번 성과는 알츠하이머병 예방 국제학술지 최신호에 실렸다. 치매 예방 전략의 새로운 근거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앞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정밀 추적 연구도 예고되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코미디언 심진화, 12kg을 감량할 수 있었던 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