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간척지에서 자라는 ‘세발나물’
전남 해남 간척지의 겨울은 여느 농촌과 다르다. 이 시기에도 푸른빛을 띤 채 자라는 식물이 있다. 바닷바람과 염기를 품은 채 자라난 세발나물이 그 주인공이다. 잎이 가늘고 길게 뻗은 이 채소는 한겨울에도 생기를 잃지 않는다. 이른 아침 수확된 세발나물이 전국 각지로 출하되면서 본격적인 시즌이 열렸다.
지난달 29일 해남군에 따르면, 문내면 예락마을을 중심으로 약 18헥타르 규모의 밭에서 세발나물이 재배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1000톤을 넘어선다. 본래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생하던 식물이지만, 해남은 국내 최초로 인공 재배에 성공해 지역 대표 작목으로 키워냈다. 지금은 농가 소득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겨울철 농업의 효자 품목으로 꼽힌다.
세발나물은 해남 간척지의 염기를 견디는 특성 덕분에 별다른 농약 없이도 잘 자란다. 수확 후 세척과 선별 과정을 거치면, 전국 도매시장과 대형 유통망으로 공급된다.
군 관계자는 농민신문에 “세발나물은 겨울철에도 재배가 가능한 귀한 작물로,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품질 향상과 신기술 보급으로 재배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세발나물은 이름 그대로 새의 발처럼 갈라진 잎에서 유래했다. 석죽과 식물로, 바닷가 모래땅이나 간척지 같은 염분이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국내에서는 해남, 신안, 진도, 무안 등 서남해 지역이 주요 산지다.
한때는 잡초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고소득 작물로 인식이 바뀌었다. 자연 상태에서는 염분을 흡수하며 자라는데, 이 특성이 오히려 재배에 강점을 줬다. 일반 채소가 견디지 못하는 토양에서도 생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남 지역은 이 지점을 활용해 간척지를 새로운 재배지로 바꿔냈다.
2006년 처음 재배에 성공한 이후, 세발나물은 꾸준히 면적을 넓혀왔다. 농가들은 간척지의 염도를 조절하면서 겨울철에 집중 재배한다. 기온이 낮을수록 조직이 단단해지고, 아삭한 식감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봄철엔 20일, 겨울엔 약 50일 주기로 다시 자라 연중 4회까지 수확할 수 있다.
또한 해남 세발나물은 바다 근처에서 자라나 천연 미네랄 함량이 높다.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이 풍부해 일반 채소보다 영양 밀도가 높다. 천연 염분이 들어 있어 별도의 간을 하지 않아도 맛을 낸다.
세발나물은 겨울철 반찬으로 인기가 높다. 짭짤하면서도 깔끔한 맛 덕분에 다른 재료와 잘 어울린다. 갓 지은 밥에 올리거나, 초고추장에 무쳐 회무침으로 먹기도 한다. 식감은 아삭하고 부드러우며, 향이 강하지 않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해남 현지에서는 전으로 부쳐 먹거나 비빔밥 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영양 면에서도 눈길을 끈다. 100g 기준 칼슘 함량은 시금치의 20배, 칼륨은 바나나의 12배 수준이다.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도 풍부하다. 특히 베타카로틴은 세포 노화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이 높고, 소금기를 머금고 자라 짠맛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다만, 염생식물이기 때문에 소금 섭취에 민감한 사람은 과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조리 전 한 번 헹구거나 살짝 데치면 염분이 줄어든다. 또한 뿌리째 씻어 보관하면,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
한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세발나물이지만, 냉동 보관도 가능하다. 뿌리째 씻은 뒤 소분해 냉동하면, 해동 후에도 식감이 유지된다. 제철이 지나도 꺼내서 먹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