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문의가 말하는 ‘돈 버는 검사’
건강검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며 반드시 챙기는 항목 중 하나다. 그러나 검진 항목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왕 하는 김에’라는 생각으로 불필요한 검사를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건강의 신'에서 이영석 좋은세상제암의원 원장은 “많은 사람이 정작 도움이 안 되는 검사를 받으면서 돈과 시간을 낭비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싸다고 좋은 검사는 아니다”라며 “피폭만 늘리고 얻는 게 없는 검진이 의외로 많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대부분의 국가 검진이 이름 그대로 ‘건강’을 진단하는 과정이 아니라 ‘질병’을 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피검사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몸이 온전히 괜찮은 것은 아니며, 질병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수치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간암, 폐암, 대장암 등 주요 암도 초기에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정상 수치에 안심하다가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건강검진 항목 중 피폭이 많은 검사를 무심코 받는 것은 낭비"라고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PET-CT처럼 몸 전체를 촬영하는 검사는 방사선 노출이 높고, 정작 일반인에게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PET-CT는 암 환자의 수술 후 전이 여부나 재발 검사를 위해 설계된 장비로, 증상이 없는 일반인의 ‘조기 암 탐지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CT 역시 마찬가지다. 허리 통증이나 어깨 통증이 있는 경우 진료 과정에서 필요할 수 있지만, 단순히 ‘건강검진 겸’으로 촬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복부 CT는 조영제를 사용해야 제대로 된 영상을 얻을 수 있는데, 그만큼 피폭량이 많다. 이 원장은 “간이나 콩팥에서 혹이 보이거나 초음파에서 의심되는 이상이 있을 때만 CT로 이어가야 한다”며 “특별한 이유 없이 매년 찍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말했다.
MRI나 뇌 촬영 역시 증상이 없으면 의미가 적다. 뇌종양이나 출혈 등은 증상이 동반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혹시 모르니까 찍자’는 방식은 불필요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뿐이다. 그는 “특히 젊은 연령층이 심장 CT나 뇌 MRI를 습관처럼 추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검사는 의료보험 적용도 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어떤 검사가 실제로 도움이 될까. 이 원장은 “초음파 검사는 꼭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초음파는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아 부담이 없고, 간·쓸개·췌장·비장 등 복부 장기와 갑상선·유방 등 부위별 상태를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남성은 전립선 초음파를, 여성은 유방·갑상선 초음파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내시경 검사도 필수 항목으로 꼽혔다. 특히 대장내시경은 대장암을 발견하는 방법 중 하나로,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용종을 조기에 제거하면 암으로 번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이 원장은 “대장암은 우리나라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암 중 하나”라며 “국가 검진에서 제공하는 분변잠혈 검사로는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일정 비용을 들여 직접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위내시경 역시 40세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씩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의 식습관상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섭취하기 때문에 위축성 위염이나 위암의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다. 그는 “위내시경은 불편하더라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검사보다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검사는 ‘MRA(자기공명혈관조영)’다. MRI에 혈관 조영 기능을 결합한 검사로, 혈관이 좁아지거나 부풀어 오른 상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그는 “40~50명 중 한 명은 뇌혈관이 부풀어 있는 상태로 발견된다”며 “평생 한 번 정도는 찍어보는 게 좋다”고 권했다. 증상이 없더라도 혈관이 약해져 있는 경우, 갑작스러운 출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초음파·내시경처럼 방사선 노출이 없고, 결과 해석이 명확한 검사를 중심으로 검진 일정을 잡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