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써는 방향에 따라 김치 식감 달라져
김장철이 되면 배추를 다루는 손길이 분주해진다. 절이는 시간, 소금 농도, 보관 온도처럼 세심한 과정이 많지만 의외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썰기 방향이다.
같은 배추라도 칼을 대는 방향이 다르면 식감과 신선함이 달라진다. 김치가 금세 물러지거나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잘못된 썰기에서 시작된다.
배추를 자를 때는 세로 방향이 기본이다. 잎맥을 따라 세로로 자르면 조직이 그대로 유지되고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반대로 가로로 자르면 잎맥이 끊기면서 공기와 닿는 면적이 넓어지고, 수분이 빠져나가 금세 숨이 죽는다.
배추의 줄기 구조를 보면 이유가 분명하다. 줄기 속에는 수분을 머금은 관이 길게 뻗어 있는데, 세로로 자르면 이 관이 그대로 유지돼 수분이 배출되지 않는다. 가로로 자르면 관이 잘려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며 금세 흐물해진다.
절임이나 숙성 과정에서도 이 차이는 그대로 이어진다. 세로로 자른 배추는 오래 두어도 단단한 식감을 유지하지만, 가로로 자른 배추는 며칠만 지나도 숨이 죽고 질감이 흐려진다.
김장을 할 때는 절인 배추를 반으로 갈라 양념을 넣는 경우가 많다. 이때 심 부분을 가로로 자르면 국물이 쉽게 스며들지만 식감이 떨어진다. 반대로 세로로 자르면 양념이 자연스럽게 퍼지면서도 아삭함이 오래간다.
겉절이를 만들 때도 원리는 같다. 가로로 자르면 금세 물이 생기고 간이 들지 않지만, 세로로 자르면 잎이 숨을 유지해 간이 서서히 배어든다.
칼날의 상태도 중요하다. 무딘 칼로 자르면 잎맥이 눌리며 손상되고 그 부위부터 쉽게 상한다. 예리한 칼을 사용하면 결이 고르게 잘려 수분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김장을 시작하기 전 칼을 한 번만 갈아줘도 김치의 식감이 확 달라진다.
절임배추를 보관할 때는 썰지 않은 채 통으로 두는 게 좋다. 썰린 단면이 많을수록 공기와 닿는 면적이 커져 수분이 빠져나간다. 미리 손질해야 한다면 세로로 자른 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아삭한 상태가 며칠 더 유지된다.
결국 김치의 맛은 썰기에서 결정된다. 배추를 세로로 자르고 칼날을 관리하는 일, 절인 뒤 단면을 줄여 보관하는 일. 이 단순한 습관이 김치의 신선함을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