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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핀 곰팡이, 떼어내고 먹으면 문제없을까?

이미 곰팡이 폈다면 가급적 버려야

by 헬스코어데일리
5543_9011_625.jpg 귤에 곰팡이가 피어난 모습. / 헬스코어데일리

냉장고 속 오래된 식재료를 꺼냈을 때, 희미한 흰색 털이나 초록빛 반점이 보일 때가 있다. 이는 곰팡이일 확률이 높다. 냄새가 심하지 않다면, 눈에 보이는 부분만 도려내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곰팡이가 적다고 해서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곰팡이의 균사체가 이미 음식 전체로 퍼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곰팡이는 몸에 유해한 독소를 만들어내는 미생물이다. 식중독을 일으키거나, 장기적으로 간 손상과 신경계 이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곰팡이가 핀 식품을 ‘부분 제거 후 섭취 금지’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곡물류에 생긴 곰팡이, 간 손상과 암을 유발할 수 있다

5543_9012_638.jpg 떡에 곰팡이가 생긴 모습. / 헬스코어데일리

빵, 밥, 떡 등 곡물 기반의 음식은 곰팡이 발생 시 가장 위험한 식품군으로 꼽힌다. 곡물류에서 자주 검출되는 ‘누룩곰팡이’는 아플라톡신이라는 독소를 분비한다. 아플라톡신은 간세포를 파괴하며,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간암이나 B형간염의 원인이 된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아플라톡신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빵처럼 공기와 닿는 면이 넓고 틈이 많은 식품은 곰팡이 균사가 내부 깊숙이 뻗어 있기 때문에, 겉부분을 잘라내도 남은 부분에 여전히 독소가 잔존한다. 쌀밥이나 잡곡밥 역시 수분과 전분이 많아 곰팡이 번식 속도가 빠르다. 일부는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아플라톡신은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완전히 분해되지 않는다.


또 다른 곰팡이 ‘푸사리움’은 세포 구조를 손상시키고 소화기관을 자극한다. 오염된 곡물을 먹을 경우 구토, 설사, 복통 등 급성 위장 장애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어린이, 노약자, 간 질환자에게는 치명적이다.


과일 곰팡이, 과육 깊숙이 침투해 독소를 남긴다

5543_9013_647.jpg 곰팡이가 핀 사과를 흐르는 물에 세척하고 있다. / 헬스코어데일리

과일은 수분 함량이 높고 당분이 많아 곰팡이 증식에 최적의 환경이다. 사과, 배, 복숭아 등에서 흔히 보이는 푸른곰팡이는 진균독소를 방출한다. 이 독소는 섭취 시, 감기와 비슷한 가벼운 증상에서부터 간, 신장, 폐 등 주요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표면에 하얗게 피어난 곰팡이는 부패가 아니다. 미세한 뿌리 형태의 균사가 과육 속으로 깊이 파고들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이미 내부는 오염돼 있다. 보통 ‘껍질만 벗기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과육 안쪽까지 곰팡이 독소가 침투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입 과일은 유통 과정이 길어 온도 변화가 잦기 때문에 곰팡이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


육류 곰팡이,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5543_9014_655.jpg 곰팡이가 의심되는 소고기를 프라이팬에 굽고 있다. / 헬스코어데일리

고기 표면에 점액질이 생기거나 끈적이는 질감이 느껴질 경우, 이미 세균과 곰팡이가 함께 번식한 상태다. 변색이 시작된 육류에서는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 병원성 세균이 동시에 검출되기도 한다. 이들은 위장염, 설사, 복부 경련, 발열 등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신장을 손상시킨다.


대장균은 단백질이 풍부한 환경에서 빠르게 자라며, 4~50도의 온도에서도 활동한다. 살모넬라균은 가금류와 달걀에서 자주 발견되며, 냄새가 심하지 않아 초기에 알아채기 어렵다. 냉장고에 장기간 보관한 생고기나 해동 후 다시 냉동한 육류는 세균 번식의 위험이 크다.


육류에 곰팡이나 이물질이 보이면, 해당 부위만이 아니라 전체를 폐기해야 한다. 표면을 씻거나 익힌다고 해서 이미 생성된 독소가 제거되지는 않는다.


곰팡이 핀 치즈, 종류 구분보다 보관 상태가 중요하다

5543_9015_74.jpg 곰팡이가 핀 치즈를 들고 있다. / 헬스코어데일리

브리, 카망베르, 고르곤졸라 등 일부 치즈는 제조 과정에서 곰팡이균을 인위적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식용 곰팡이’와 자연적으로 생긴 오염 곰팡이는 전혀 다르다. 녹색, 검정색, 빨간색 반점이 생긴 치즈는 즉시 버려야 한다.


특히 리코타, 코티지, 크림치즈처럼 수분이 많은 부드러운 치즈는 곰팡이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 페니실리움 코뮌 계열 곰팡이는 신경과 근육 기능을 저하시키는 독소를 생성하며, 장기적으로 신경통이나 근육 경련의 원인이 된다.


단단한 체다나 파르미지아노 같은 하드 치즈는 곰팡이가 생긴 부분을 넓게 잘라내면, 비교적 안전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냉장 보관 중 냄새나 질감이 평소와 다를 경우, 식용 곰팡이와 구별이 어렵기 때문에 섭취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곰팡이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저장 환경을 관리해야 한다. 습도는 60% 이하, 온도는 5도 안팎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냉장고 내부의 밀폐 용기는 반드시 깨끗하게 세척하고, 뚜껑 안쪽의 물기도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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