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불 끄고 씻는 다크 샤워링 인기
욕실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샤워하는 습관이 미국에서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다크 샤워링(Dark Showering)’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수면장애나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10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다크 샤워링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으며, 직접 체험한 이들 사이에서 불면 완화에 도움이 됐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신과 의사 대니얼 에이멘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밝은 조명과 블루라이트는 멜라토닌 생성을 방해하고, 뇌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두운 환경은 뇌의 긴장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며,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몸이 이완 상태로 전환된다”고 덧붙였다.
에이멘은 특히 “어두운 욕실은 시각적 자극을 줄여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뇌 부위의 활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크 샤워는 불면증, 불안장애, ADHD 증상을 겪는 사람들에게서 특히 반응이 좋았다. 빛을 차단한 채 샤워에만 집중하면 머릿속이 정리되기 시작하고, 생각의 흐름이 끊기면서 수면 준비 상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에이멘은 처음 다크 샤워를 시도할 경우, 잠자기 1시간 전부터 밝은 조명을 줄이고 붉은빛이나 호박빛 계열의 은은한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조명을 갑자기 꺼버리는 것보다 뇌가 서서히 진정되도록 유도하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샤워 시간은 15~20분, 실내 온도는 18~20도 사이가 적당하다. 휴대폰은 욕실에 들고 가지 말고, 라벤더 향 오일처럼 자극적이지 않은 향을 함께 쓰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
샤워를 마친 후에도 방 안 조명을 다시 밝게 켜지 않는 것이 좋다. 강한 빛을 다시 쬐면 뇌가 각성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자극 없이 그대로 침대로 향하는 동선이 유지돼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다크 샤워는 누구에게나 맞는 방식은 아니다. 과거에 트라우마 경험이 있거나, 갑작스러운 어둠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경우엔 조명을 완전히 끄기보다 은은한 조명을 유지하면서 샤워하거나, 차분한 음악이나 익숙한 향을 함께 사용하는 방법이 권장된다.
에이멘은 “다크 샤워는 억지로 뇌를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외부 자극을 줄여 몸이 쉬도록 도와주는 공간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잠들기 어려운 시대에 다크 샤워는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저자극 루틴으로 자리잡고 있다. 불 꺼진 욕실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매일 밤 숙면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으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