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발행 불가피하지만 속도 우선, 대통령실 “필요한 곳에 최대한 빨리”
6월 중순. 날씨는 이미 한여름이다. 이른 폭염에 냉방비 걱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고물가·고금리가 맞물리면서 생계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안을 본격 검토 중이다. 20조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서 ‘민생회복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포함돼 이르면 오는 19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동아일보가 17일 단독 보도한 내용이다.
민생회복 지원금은 당초 소득별로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 유력했으나, 여권과 대통령실 내부에서 ‘보편 지급’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사실상 '전 국민 지급안'이 확정 수순에 들어갔다. 고소득자 배제 방안은 사실상 배제됐고, 야당과의 협상도 염두에 두되 집행 속도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향을 언급했다. 지난 16일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민생회복 지원금은 필요한 데 주고 최대한 빨리 하자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두되, 저소득층에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금액이 돌아가도록 조정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고소득층 배제는 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 국민 지급을 기본 틀로 설정한 셈이다.
이번 안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2주 만에 처음으로 상정하는 추가경정예산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지난 4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고, 전 부처에 추경 편성을 주문한 바 있다. 해외 순방 일정과 병행하면서도 민생 예산을 직접 챙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보편 지급은 야당인 민주당도 일관되게 주장해 온 입장이다. 대선 공약에서도 1인당 25만~35만 원 지급 방안이 포함됐고, 실제로 지난 1월부터 2차 추경을 요구해 왔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전 국민 25만 원, 취약 계층 35만 원 지급’을 가정할 때 약 13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계산했다. 이번 추경 규모는 약 20~21조 원으로, 당초 민주당이 제시한 총액 35조 원 중 지난 1차 추경으로 처리된 14조 원을 뺀 나머지 규모다.
민주당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민생 회복을 위해서는 소비 진작이 핵심이고, 소비 쿠폰을 모두에게 지급하는 게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당 내부에서도 이미 재정 여력이 부족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만큼, 효율성과 체감도를 높이려면 전 국민 지급이 맞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득별 차등 지급안을 일부 조정한 절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국민은 15만 원씩 받되, 소득 하위 90%에게는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추가 10만 원을 지급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일반 국민은 최대 25만 원, 차상위 계층은 40만 원, 기초생활수급자는 50만 원까지 지원받는 방식이다.
고소득층도 일괄 15만 원씩 받게 되며, 정책의 형평성과 행정 효율성을 모두 고려한 안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재정 문제는 여전히 큰 고민거리다. 국채 발행 없이 이번 추경 재원을 마련하긴 어렵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신속한 집행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권이 먼저 전 국민 지급 방안을 발표한 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야당과 협의해 일부 선별 지급을 포함하는 절충안을 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