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 샤워, 오히려 몸에 부담 갈 수도
겨울 아침에는 날씨가 추운 탓에 샤워 시, 물 온도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외출 후 몸이 식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일시적으로 개운하고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들지만, 매일 반복되면 몸에 부담이 쌓일 수 있다.
실제로 너무 뜨거운 물에 자주 노출되면 혈압이 갑자기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거나, 피부가 예민해지는 등 여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샤워할 때 뜨거운 물이 피부에 닿으면, 피부 가까이에 있는 혈관이 열리면서 혈압이 내려간다. 문제는 샤워를 마치고 욕실 밖 찬 공기에 닿는 순간이다. 그때 혈관이 급하게 수축하면서 혈압이 다시 올라가는데, 이 변화 폭이 크면 어지럽거나 머리가 띵할 수 있다.
특히 앉은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나거나, 샤워 도중 오래 서 있으면 현기증이나 순간적인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욕실이 미끄럽고 좁은 공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작은 사고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뜨거운 물은 피부나 두피의 기름기를 빠르게 씻어낸다. 문제는 그 기름기가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 보호막이 사라지면, 수분이 쉽게 증발하면서 피부가 더 건조해진다. 겨울엔 원래 공기도 건조한데, 여기에 고온수까지 쓰면 피부가 쉽게 트거나 가려워질 수 있다. 두피도 비슷하다. 자주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두피가 민감해지고, 가려움이나 각질, 열감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뜨거운 물을 오래 사용하면, 체온이 올라가면서 에너지 소비도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41도 이상 물에서는 평소보다 20~30% 이상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고, 43도 이상이면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난다. 열을 받는 동안 맥박도 함께 빨라진다. 평소보다 두세 배 이상 뛰게 되는데, 심장이 불편하거나 숨이 가빠지는 느낌이 들면 이미 몸이 버거워하고 있다는 신호다.
감기에 걸렸을 때 뜨거운 물로 목욕하면, 금세 낫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열로 인해 피로가 더 심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오히려 증상이 더 오래갈 수 있다.
목욕 직후 찬 공기를 맞으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때, 면역 반응이 약해지면서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감기 초기에는 몸을 무리하게 데우기보다 미온수로 짧게 샤워하고, 따뜻한 옷을 입고 푹 쉬는 게 더 낫다.
샤워 온도는 36~39도 정도가 적당하다. 이 온도는 혈압이나 맥박 변화도 적고, 피부 자극도 덜하다.
샤워 시간도 너무 길게 잡을 필요 없다. 10~15분 이내로 짧게 하고, 마친 뒤에는 물기를 잘 닦고 따뜻한 옷으로 바로 갈아입는 것이 좋다.
추운 날 아침에는 샤워 전에 욕실을 조금 데우거나, 가볍게 목·어깨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 온도는 처음보다 조금씩 낮추는 식으로 마무리하면, 피부와 순환계 모두에 부담이 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