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신체 활동, 치매 위험 예방에 좋아
운동이 단순히 신체 건강에만 이로운 것이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뇌로 가는 혈류를 늘리고, 뇌의 신경 가소성을 높이며, 만성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작용은 치매를 포함한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효과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치매 예방을 위해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최적의 시기나, 유전적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에게도 운동이 동일한 보호 효과를 발휘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었다.
이에 최근 미국 보스턴대학교 연구진은 45세 이상 성인과 치매 관련 특정 유전적 요인을 가진 사람들도 규칙적으로 신체활동을 유지하면 치매 발병을 늦추거나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달 19일 미국 의사협회 학술지 네트워크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보스턴대학교가 진행한 프래밍햄 심장연구(FHS)는 1948년 매사추세츠주 프래밍햄에 거주하는 30세 이상 성인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심혈관 질환의 장기적 위험 요인을 추적한 것으로 시작됐다.
1971년에는 원래 참가자의 성인 자녀와 그 배우자를 포함한 2세대 코호트를 구성했고, 이후 4~8년 간격으로 건강 상태와 의료 정보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2세대 참가자를 연령대별로 세 그룹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26세에서 44세 사이 성인은 1,526명, 45세에서 64세 사이 중년층은 1943명, 65세에서 88세 사이 노년층은 885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보고한 신체활동 수준을 기준으로 5개 그룹으로 구분되었고, 평균 14.5년에서 최대 37.2년까지 추적 관찰되었다. 그 기간 동안 총 567명, 즉 13%가 치매를 진단받았으며, 대부분 고령층에서 발생했다.
분석 결과, 중년기의 활동량이 높은 그룹(상위 40%와 상위 20%)은 하위 20% 그룹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각각 40%, 41% 낮았다. 노년기 참가자에서도 비슷하게 상위 40%와 상위 20% 그룹은 치매 위험이 36%, 45% 감소했다. 반면, 성인 초기의 신체활동 수준은 치매 위험과 유의미한 관련이 없었다.
유전적 요인인 APOE ε4 대립유전자 보유 여부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중년기에는 유전자 위험이 없는 사람에게서만 활동량 증가가 치매 위험 감소와 관련 있었으나, 노년기에는 유전적 소인이 있어도 활발한 신체활동이 치매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 즉, 노년기에 활발히 움직이면 유전적 위험이 있는 사람도 치매 발병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치매 예방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운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에 대해 알아본다.
1. 걷기
걷기는 뇌로 향하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뇌 속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활성화해 아밀로이드 단백질 제거를 돕는다. 아밀로이드는 치매 발병과 관련된 독성 단백질로, 뇌에 쌓이면 인지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과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고강도로 50분 이상 걷기를 4년간 꾸준히 수행하면 아밀로이드 축적을 최대 30%까지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기에 걷기를 할 때는 올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발뒤꿈치부터 착지하고, 발은 11자 모양으로 두며, 바닥에 닿는 순서는 뒤꿈치-발바닥-앞꿈치 순서가 좋다. 무릎은 살짝 구부리고, 엉덩이를 뒤로 빼며 상체를 약간 앞으로 기울이면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걷기가 가능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천천히 걷다가, 점차 속도와 거리를 늘리는 것이 안전하다.
2. 자전거 타기
자전거 타기는 뇌에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하여 기억력과 인지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에 따르면, 꾸준히 자전거를 타는 노인은 운동을 하지 않는 노인보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39% 낮았다. 또한 심장과 폐 기능을 향상시켜 당뇨·비만·고혈압 등 노년기에 특히 위험한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노년기에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려면 안장 높이를 발뒤꿈치가 페달에 닿을 정도로 조정하고, 헬멧과 보호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주행 시에는 자전거 도로나 차도 우측 가장자리 이용이 원칙이며, 야간에는 전조등과 후미등을 켜고, 과속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자전거에서 내려 직접 끌고 건너는 것이 안전하며, 주행 중에는 항상 멀리 앞을 주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3. 슬로우 조깅
슬로우 조깅은 걷기보다 약간 빠른 속도로 하는 운동으로, 뇌혈류를 개선하고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뇌세포 위축을 방지하고,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을 억제하여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슬로우 조깅은 주변을 살피면서 달리므로 다양한 인지 기능을 동시에 활용하게 되어 뇌 활성화에 유리하다.
속도는 시속 4~5km 정도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가 적당하다. 허리는 곧게 펴고 시선은 정면을 향하며, 팔은 자연스럽게 앞뒤로 흔든다. 발은 11자로 착지하고, 보폭은 짧게 유지하며 발목·무릎·고관절을 부드럽게 사용해 충격을 흡수한다.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권장되며, 시간이 부족하면 10분 단위로 나눠도 효과가 있다. 운동 후에는 허벅지 뒤 근육을 포함해 주요 근육을 스트레칭해주는 것이 좋다.